소형모듈원자로(SMR) 실증 테스트 시설 모습. 사진=뉴스케일
소형모듈원자로(SMR) 실증 테스트 시설 모습. 사진=뉴스케일
세계 최초 '탈원전' 국가로 꼽히는 이탈리아가 탈원전 전책을 폐기하고 원자로 개발에 나선다.

9일(현지시각) 아돌포 우르소 이탈리아 산업부 장관은 자국에서 열린 암브로세티 국제경제포럼에 참석해 "조만간 이탈리아에서 첨단 핵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르소 장관은 "이를 위해 외국 기술 파트너십을 통해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려 한다"며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생산할 산업 시설을 이탈리아에 마련하기 위한 입법 환경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1987년 국민투표를 통해 탈원전을 결정했다.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영향이 컸다. 당시 국민투표에서는 80%가 탈원전을 지지했다. 운영되던 원전 4기가 즉각 가동 중단됐고 1990년 마지막 원자로가 폐쇄됐다.

2000년대 들어 원전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됐고 2011년 원전 재도입을 위한 국민투표가 시행됐다. 하지만 그해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반대 90%로 원전 재추진이 무산됐다. 그러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전력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면서 에너지 안보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현재 이탈리아 정부는 'SMR 개발' 법인 설립을 위해 자국 에너지 업체인 안살도 뉴클레아레 등 3곳과 초기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 내 SMR 건설·개발을 가능케 하는 입법도 준비하고 있다. 질베르토 피케토 프라틴 환경에너지부 장관은 최근 내년 초까지 새로운 핵기술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2050년 전기 수요가 현재의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인프라 교통부 장관은 "이탈리아는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며 "원자력을 통한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생산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