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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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SNS)로 알려진 트루스소셜의 모기업 트럼프미디어(DJT) 주가가 두달 동안 줄곧 내리막을 걷는 가운데 모처럼 하루 동안 5% 이상 강세를 보이며 한숨을 돌렸다.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와 민주당 후보인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첫 TV 대선토론을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에 유리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9일(현지시간) 미국 CNN,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미디어 주가는 이날 장이 열리자마자 급등해 장중 19.06달러를 찍고 18.04달러에 마감하면서 전 거래일보다 5.5% 상승했다. 시간외 거래까지 합치면 주가 상승률이 8%에 달했다. 이날 주가 상승에 뚜렷한 재료는 없었지만 이날 발표된 대선 여론조사 결과가 호재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뉴욕타임스와 시에나 칼리지가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와 해리스의 지지율은 각각 48%와 47%로 트럼프가 1%포인트 차로 앞서며 오차범위 내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미디어의 주가는 트럼프의 선거 승리 확률을 나타내는 지표로 쓰인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을 직접 방문해 플랫폼을 홍보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은 훌륭하며 미국의 진짜 목소리다”고 SNS에 글을 올렸다.

트럼프가 지분 59%를 소유하고 있는 트럼프미디어 시가총액은 한때 80억달러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36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7월 중순 트럼의 피습 사건 직후 첫 거래일에 트럼프미디어의 주가가 급등했지만 곧바로 바이든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고 해리스가 바이든을 대신해 민주당 후보로 지명되자 주가는 하락하며 지난주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트럼프의 지분 가치도 5월9일 62억달러에서 현재 21억달러로 급감해 세계 500대 부자를 선정하는 블룸버그 억만장자에서도 밀려났다.

트럼프미디어의 몰락은 기업가치가 부풀려졌다고 거듭 경고해온 전문가들의 우려에 힘을 싣는다. 트럼프미디어는 수익을 거의 창출하지 못하고 있고 SNS 중에서도 존재감이 작은 편이다.

터틀 캐피털 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인 매튜 터틀은 “트럼프가 아니었다면 이 주식은 1달러에 거래됐을 것”이라며 “이 주식은 전적으로 트럼프의 당선을 전제로 깔고 움직이는데 만약 트럼프가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회사가 지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지난 4월 억만장자 배리 딜러도 트럼프 미디어 주식을 사는 사람들은 “멍청이”라고 언급했고, 지난 6월 링크드인 공동 창립자 리드 호프만 역시 트럼프 미디어가 “정상적인 범위를 벗어나 터무니없이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달 20일부터 보호예수기간이 풀리는 것도 변수다. 트럼프와 임원들이 지분을 팔 수 있게 되는데 매수세가 몰릴 경우 추가 하락이 예고된다. 또 트럼프와 해리스가 첫 설전을 벌이는 대선 TV 토론에 따라 주가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