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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도 도쿄로 들어가는 관문인 나리타국제공항에서 차로 25분 정도 가면 작은 시골 마을에 3층짜리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특별 양호 노인홈인 '모리노이에 나리타'다. 이곳엔 120명의 고령자가 살고 있다. 대부분 크고 작은 만성 질환을 갖고 있는 중증 고령자다.
지난 2일 대한주택건설협회 경기도회의 실버 주택 현장 시찰에 동행해 이곳을 방문했다. 마침 80대로 보이는 노인 10여명이 요양관리사의 지시에 따라 다리를 구부렸다 펴는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요양관리사가 말을 건넬 때마다 웃음꽃이 피었다. 치매를 앓고 있는 어르신부터 관절염에 제대로 걷지 못하는 사람까지 다양했지만 우울한 기색은 없었다. 외지인이 방문하자 89세 할머니는 "오하이요(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
우리나라는 내년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 1000만명을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고령화사회가 본격화되는 시기를 맞아 방문한 초고령자의 주택인 모리노이에 나리타를 통해 우리의 머지않은 미래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일본의 중산층 노령인구가 주로 이용하는 노인복지주택 형태인 유료 노인홈과 달리 특별양호 노인홈은 고령자나 요양이 필요한 노인을 위한 장기 요양시설이다. 일상생활에서 자립이 어려운 노인들이 입소 대상이다. 규정상 65세 이상 노인 중 스스로 일상생활에서 자립이 어려운 사람이 들어오지만, 이곳엔 대체로 80세 이상 고령자가 주로 살고 있다. 이곳 직원 무라타 씨는 "입소 고령자 평균 연령은 약 82세인데, 많게는 97세 입주자도 있다"고 답했다. 이곳 직원의 입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는 '개호'였다. 개호는 간병이라는 뜻이지만 이곳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의 생활을 돕는다는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입소한 노인들에겐 24시간 돌봄 서비스가 제공된다. 상주하는 의사는 없지만, 간호사가 있어 기본적인 건강관리 및 의료 지원을 해준다. 이곳의 직원은 간호사를 포함해 약 20여명 정도다. 직원 한명이 대략 6명의 노인을 케어하는 구조다. 실제로 이날 한 여성 어르신이 벨을 누르자 10초도 안 돼 직원이 달려와 화장실로 데려갔다.
80대 이상 고령자가 많은 만큼 움직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배치한 것 역시 특징이었다. 전용면적 9~12㎡ 남짓한 개인실엔 세면대가 있었고 거실에선 입주자들이 모여 TV를 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대부분 거동이 힘든 고령자들이라 1층 식당 대신 보조주방으로 음식을 배송하면 입주자들이 각자 자신의 그릇에 담아 먹는다. 각 방에 있는 창은 혹시 모를 낙상사고에 대비해 환기가 될 정도로만 열리게끔 설계해놨다. 가장 눈에 띄었던 시설은 목욕시설이었다. 쉽게 앉거나 걸을 수 없는 중증 노인들을 배려한 목욕기구들이 다양하게 배치돼 있었다. 누운 채로 바퀴가 달린 목욕 침대를 특수 욕조로 옮긴 뒤 욕조에 물을 채워 씻는 방식이다. 앉을 수 있는 고령자는 의자에 앉은 채 욕조로 옮겨지거나 기중기를 몸에 달아 들어 옮기는 시설도 있었다. 국내 노인복지주택에도 저상형 욕조 등이 설치돼 있는 곳이 있지만 이곳은 개호 서비스가 함께 이뤄지는 노인주택이다 보니 이런 특수한 장비나 시설이 많은 편이었다.
식사비는 한 끼에 단독 250엔, 우리 돈으로 2200원가량이었다. 복지악단의 복지 차원에서 거의 원가 수준의 가격에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가 많은 나라인 만큼 응급 시설도 잘 갖춰놓았다. 시설 뒤쪽엔 비상 상황 시 응급 구호물품과 식량을 저장해놓은 저장 창고와 전기가 끊겼을 때 급힐 쓸 수 있는 자가발전시설이 설치돼 있었다. 한마디로 고령자가 입소하면 아무 걱정 없이 식사와 목욕, 주거, 의료 서비스 등 몸을 맡기고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모리노이에 나리타 입주자의 70%는 나리타현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다. 인구 13만의 작은 중소도시에도 이 같은 특별양호노인홈이 수십 곳이 운영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지역 내 수요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입지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 노인복지주택은 대부분 대학병원이 가깝거나 가족을 가까이 볼 수 있는 도심 근처에 짓는 추세다. 하지만 모리노이에 나리타는 인근 병원까지 차로 40분 거리에 떨어져 있고 도쿄 도심과도 차로 1시간가량 걸리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접근성은 좋지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이곳은 정원 120명을 모두 채워 운영 중이다. 대기자만 80명에 달할 정도로 수요도 많은 편이다. 아베 아키코 모리노리에 나리타 사업부장은 "입소 자리는 한정적인데 거주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대부분 돌아가시기 전까지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며 "결국 다른 법인으로 두 곳의 시설을 더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리노이에 나리타에 입주해 살기 위한 입주비는 최소 8만엔(72만원) 정도다. 평균 1인당 200만~300만원에 달하는 한 달 생활비를 내야 하는 국내 노인복지주택에 비해 3~4배가량 저렴하다. 그럼에도 복지악단의 지난해 총수익 28억엔 중 가장 많은 8억엔(72억원)을 이곳에서 벌어들였다. 반면 국내 노인복지주택 대부분은 일부를 제외하곤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투입되는 비용 대비 얻어내는 수익이 적기 때문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아베 사업부장은 "정부가 개호비(간호비)의 40~60%를 지원해주기 때문에 가능한 수익"이라며 "지원금은 단순히 운영한다고 공짜로 주는 게 아니라 노인 1명당 제대로 된 개호를 함에 따른 대가"라고 설명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일본 전역에 있는 양호 노인홈은 3271개, 총 15만7000명 규모다. 일본도 고령자가 늘면서 이 같은 양호노인홈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는 게 아베 부장의 설명이다.
이날 함께 방문한 지재기 대한주택건설협회 경기도회 회장은 "국내 노인복지주택은 숫자나 규모 면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고 이 같은 개호 서비스가 함께 이뤄지는 고령자 주택은 더더욱 부족한 상황"이라며 "건설업계가 우리보다 18년가량 일찍 초고령사회를 맞은 일본의 고령자 주택 시설과 개호 서비스를 참고해 노령사회에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80세 이상이 거주하는 복지 천국
모리노이에 나리타는 '복지악단'이라는 사회복지단체에서 운영하는 10곳의 노인홈 중 한 곳이다. 이곳은 일본의 복지 레벨 중 중증 질환을 가진 3단계 고령자부터 입소할 수 있는 특별양호 노인홈이다.일본의 중산층 노령인구가 주로 이용하는 노인복지주택 형태인 유료 노인홈과 달리 특별양호 노인홈은 고령자나 요양이 필요한 노인을 위한 장기 요양시설이다. 일상생활에서 자립이 어려운 노인들이 입소 대상이다. 규정상 65세 이상 노인 중 스스로 일상생활에서 자립이 어려운 사람이 들어오지만, 이곳엔 대체로 80세 이상 고령자가 주로 살고 있다. 이곳 직원 무라타 씨는 "입소 고령자 평균 연령은 약 82세인데, 많게는 97세 입주자도 있다"고 답했다. 이곳 직원의 입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는 '개호'였다. 개호는 간병이라는 뜻이지만 이곳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의 생활을 돕는다는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입소한 노인들에겐 24시간 돌봄 서비스가 제공된다. 상주하는 의사는 없지만, 간호사가 있어 기본적인 건강관리 및 의료 지원을 해준다. 이곳의 직원은 간호사를 포함해 약 20여명 정도다. 직원 한명이 대략 6명의 노인을 케어하는 구조다. 실제로 이날 한 여성 어르신이 벨을 누르자 10초도 안 돼 직원이 달려와 화장실로 데려갔다.
걷지 못하는 노인들도 쉽게 목욕 가능
모리노이에 나리타의 전체 부지는 1만㎡ 규모에 두 개 동으로 나뉘어 있다. 관리동은 연면적 1059㎡의 관리동엔 직원 사무실과 급식시설, 직원 어린이집 등이 갖춰져 있다. 고령자가 생활하는 3층 구조의 숙박동은 연면적 4867㎡ 규모로 지어졌다. 층마다 한 층을 4개 구획으로 나뉘어 구획마다 10명이 함께 생활하도록 설계돼 있다. 위에서 보면 건물 구조가 밭 전(田)자 모양을 하고 있다. 각 구획엔 거실과 보조주방, 중정 등 공동생활시설이 갖춰져 있고 입주자들의 방은 이들 사이에 똑같은 크기로 마련돼 있었다.80대 이상 고령자가 많은 만큼 움직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배치한 것 역시 특징이었다. 전용면적 9~12㎡ 남짓한 개인실엔 세면대가 있었고 거실에선 입주자들이 모여 TV를 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대부분 거동이 힘든 고령자들이라 1층 식당 대신 보조주방으로 음식을 배송하면 입주자들이 각자 자신의 그릇에 담아 먹는다. 각 방에 있는 창은 혹시 모를 낙상사고에 대비해 환기가 될 정도로만 열리게끔 설계해놨다. 가장 눈에 띄었던 시설은 목욕시설이었다. 쉽게 앉거나 걸을 수 없는 중증 노인들을 배려한 목욕기구들이 다양하게 배치돼 있었다. 누운 채로 바퀴가 달린 목욕 침대를 특수 욕조로 옮긴 뒤 욕조에 물을 채워 씻는 방식이다. 앉을 수 있는 고령자는 의자에 앉은 채 욕조로 옮겨지거나 기중기를 몸에 달아 들어 옮기는 시설도 있었다. 국내 노인복지주택에도 저상형 욕조 등이 설치돼 있는 곳이 있지만 이곳은 개호 서비스가 함께 이뤄지는 노인주택이다 보니 이런 특수한 장비나 시설이 많은 편이었다.
식사비는 한 끼에 단독 250엔, 우리 돈으로 2200원가량이었다. 복지악단의 복지 차원에서 거의 원가 수준의 가격에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가 많은 나라인 만큼 응급 시설도 잘 갖춰놓았다. 시설 뒤쪽엔 비상 상황 시 응급 구호물품과 식량을 저장해놓은 저장 창고와 전기가 끊겼을 때 급힐 쓸 수 있는 자가발전시설이 설치돼 있었다. 한마디로 고령자가 입소하면 아무 걱정 없이 식사와 목욕, 주거, 의료 서비스 등 몸을 맡기고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노인주택은 적자? 이곳은 흑자
우리나라의 경우 노인복지주택 상당수는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대부분 외지에서 온 노인들이 입주하는 경우가 많다. 지방에 노인복지주택이 지어지지 않고 있는 이유다.반면 모리노이에 나리타 입주자의 70%는 나리타현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다. 인구 13만의 작은 중소도시에도 이 같은 특별양호노인홈이 수십 곳이 운영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지역 내 수요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입지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 노인복지주택은 대부분 대학병원이 가깝거나 가족을 가까이 볼 수 있는 도심 근처에 짓는 추세다. 하지만 모리노이에 나리타는 인근 병원까지 차로 40분 거리에 떨어져 있고 도쿄 도심과도 차로 1시간가량 걸리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접근성은 좋지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이곳은 정원 120명을 모두 채워 운영 중이다. 대기자만 80명에 달할 정도로 수요도 많은 편이다. 아베 아키코 모리노리에 나리타 사업부장은 "입소 자리는 한정적인데 거주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대부분 돌아가시기 전까지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며 "결국 다른 법인으로 두 곳의 시설을 더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리노이에 나리타에 입주해 살기 위한 입주비는 최소 8만엔(72만원) 정도다. 평균 1인당 200만~300만원에 달하는 한 달 생활비를 내야 하는 국내 노인복지주택에 비해 3~4배가량 저렴하다. 그럼에도 복지악단의 지난해 총수익 28억엔 중 가장 많은 8억엔(72억원)을 이곳에서 벌어들였다. 반면 국내 노인복지주택 대부분은 일부를 제외하곤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투입되는 비용 대비 얻어내는 수익이 적기 때문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아베 사업부장은 "정부가 개호비(간호비)의 40~60%를 지원해주기 때문에 가능한 수익"이라며 "지원금은 단순히 운영한다고 공짜로 주는 게 아니라 노인 1명당 제대로 된 개호를 함에 따른 대가"라고 설명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일본 전역에 있는 양호 노인홈은 3271개, 총 15만7000명 규모다. 일본도 고령자가 늘면서 이 같은 양호노인홈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는 게 아베 부장의 설명이다.
이날 함께 방문한 지재기 대한주택건설협회 경기도회 회장은 "국내 노인복지주택은 숫자나 규모 면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고 이 같은 개호 서비스가 함께 이뤄지는 고령자 주택은 더더욱 부족한 상황"이라며 "건설업계가 우리보다 18년가량 일찍 초고령사회를 맞은 일본의 고령자 주택 시설과 개호 서비스를 참고해 노령사회에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