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다음 주가 추석인지 의심되는 날씨입니다. 오늘도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은 34도까지 치솟았는데요.

9월에도 폭염 경보가 발령된 건 2010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역대급 폭염에 아직 에어컨 틀고 주무시는 분들도 많은데요.

이 때문에 지난달 전기요금은 전년 대비 13%나 늘었고, 특히 10만 원 넘게 전기요금이 늘어난 가구도 38만 호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전력은 여전히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데요. 왜 그런 건지 이유와 앞으로의 전망을 짚어드리겠습니다.

<앵커>

'한국전력'하면 재미 없는 종목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최근 주목하셔야 합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블랙 먼데이 충격을 회복 못 하고 있는데, 한국전력은 회복을 넘어, 한 달 새 18% 넘게 주가가 뛰었거든요.

정 기자, 물론 유틸리티 업종이 경기 방어주이기도 하지만, 이번 무더위가 영향이 있었을까요?

<기자>

우선 통상적으로 전력 수요가 많은 여름과 겨울은 성수기입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가스, 전기 같은 에너지 유틸리티 업종이 대표적인 경기방어주잖아요? 최근 하락 국면에도 주가가 견조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그렇다고, 이번 여름에 전기 사용이 많았다고 해서, 한국전력이 마냥 웃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전력 수요가 많긴 하지만, '하계 특별요금'이라든지, '에너지바우처' 등 부담 완화 정책이 집중 시행되거든요.

이에 따라 기초생활수급자 가운데 31만 가구 이상이 전기요금이 1원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리고 당장 주요국들에 비해 전기요금이 낮기도 한데요.

지난달 평균 전기 사용량을 기준으로 볼 때, 우리 전기요금이 주요국에 비해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3배 가까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한국전력의 누적 적자가 200조 원을 넘긴 상황인 만큼, 이자 부담도 상당하거든요.

적자를 메우기 위해선 한전채를 발행하거나, 요금을 인상해야 하는데요.

한전채를 발행해 메우는 건 '언 발에 오줌 누기'와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전기 요금 인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겁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최근 안덕근 산업부장관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전기요금을 인상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정 기자, 200조 원이라는 적자 규모가 현실감이 없는 규모인데, 전기요금을 어느 정도 인상해야 메울 수 있을까요?

<기자>

최근 역마진이 해소되긴 했지만, 말씀대로 여전히 한전의 적자 규모가 상당한데요.

증권가에선 올해 말 kWh당 10원, 내년 5원은 인상해야 차입 없이 자본지출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기요금을 인상한다면 물가라든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만큼, 정부에서도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음에도 칼을 꺼내 들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연동비 조정 단가'라고 해서, 분기마다 가스나 석유 등 연료비와 연동해 조정하는 금액이 있는데요.

최근 연료비가 내리고는 있지만, 요금 인상을 못 했던 점을 감안해 이전 분기와 같은 +5원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전기요금 자체는 올해 들어서 동결 중입니다.

다만 통상적으로 여름철엔 전기 요금이 많이 나오는 만큼, 저항을 피하고자 요금 인상 논의가 미뤄지거든요.

아직 덥긴 하지만 여름이 지난 만큼, 연말로 갈수록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논의가 현실화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정 기자, 오늘 소식은 어떻게 정리해 볼까요?

<기자>

전기요금 인상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게, 물가 상승을 크게 자극하는 요소이기도 하고, 취약계층의 생활에도 직결되는 문제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외면하는 건 우리가 사용한 전기요금을 후대에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와 다름 없는 겁니다.

아직 덥지만 여름이 지나며, 요금 인상에 대한 논의가 무르익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짚어드리면서요.

오늘 주제는 "전기 요금, 얼어붙지 않을 거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정호진기자 auva@wowtv.co.kr
"여름 지났잖아요"…한전, 전기요금 인상 '만지작' [엔터프라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