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수요 공포에 3년래 최저치…70달러선 깨진 브렌트유 [오늘의 유가]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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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2년 만에 최저치로 급락했다.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인 중국의 원유 수요가 크게 둔화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수요 예측을 하향 조정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4.3% 하락한 배럴당 65.75달러에 마감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3.7% 내린 69.1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모두 2021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종가다.
9월 10일 국제 유가 추이 (자료=오일프라이스)
9월 10일 국제 유가 추이 (자료=오일프라이스)
이날 유가는 중국의 수입 성장률 감소세가 끌어내렸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내수 부진은 국제 원유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날 중국 세관이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8월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0.5%가량 성장하는 데에 그쳤다. 예상치(2%)에도 미치지 못했고, 전달에 7.2%였던 성장률에 비해 크게 둔화했다. 로이터통신은 "예상보다 낮은 수입은 앞으로 몇 달간 수출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기 어렵다"며 "중국 수입의 3분의 1 정도가 재수출용 부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 8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해 2022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OPEC이 중국의 수요 부진을 반영해 올해 세계 석유 수요 예측치를 하향 조정 한 것도 유가에는 하방압력으로 작용했다. 이날 OPEC은 월간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석유 수요가 일일 203만배럴 늘어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제시한 일일 평균 211만배럴 증가보다 낮은 수치다. OPEC은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에서 부동산 부문의 침체와 액화천연가스(LNG) 트럭과 전기 자동차의 보급 증가는 앞으로 디젤과 가솔린 수요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내년 석유 수요 전망도 하향했다. 일일 178만 배럴 증가에서 174만배럴 증가로 낮췄다.

이날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올해 전 세계 석유 수요가 일일 평균 20만배럴가량 늘어나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수 있다는 예측치를 내놨지만, 유가를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EIA는 브렌트유가 이번 달 현물 시장에서 배럴당 80달러 이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지만 이날 브렌트유는 70달러선 미만까지 곤두박질쳤다. 2021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EIA는 보고서에서 "특히 중국에서 경제와 석유 수요 증가에 대한 시장 우려가 커져 석유 가격이 하락했지만, 석유수출국기구플러스(OPEC+)의 감산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소비되는 석유보다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OPEC+은 지난 5일 자발적 감산을 2개월 연장하기로 하며 원유 증산 계획을 미뤘다.

데니스 키 슬러 BOK 증권 트레이딩 담당 수석 부사장은 "중국 수요 둔화가 유가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이라며 "많은 트레이더는 이제 아시아 수요 감소가 장기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고 여기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