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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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광업체 앵글로골드 아샨티가 영국 상장사인 센타민을 인수한다. 금 광업 분야의 인수합병(M&A)이 물꼬를 텄다는 분석이 나왔다.

앵글로골드는 10일(현지시간) "센타민을 19억파운드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센타민의 9일 종가(1주당 119.5 파운드) 대비 약 37%의 프리미엄을 적용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지난해 뉴몬트가 뉴크레스트를 190억달러에 인수한 뒤로 잠잠했던 금 광산업계의 통폐합에 대한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앵글로골드 주가는 올해 초 대비 60% 상승했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찍고 있는 금값 덕분이다.센타민 주가도 연초보다 20% 가량 뛰었다. 앵글로골드의 EV/EBITDA(기업가치/상각 전 영업이익) 배수는 4.5배로, 센타민의 EV/EBITDA 배수(3.9배)보다 높다. FT는 "앵글로골드가 주가 폭등세에 힘입어 자사보다 저평가된 센타민 인수에 공격적으로 베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인수의 구체적인 효과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다만 앵글로골드가 더 큰 자본력과 운영 능력 등을 바탕으로 센타민의 주력 자산인 이집트 금광 '수카리'에서 더 많은 수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FT는 "투자자들은 금광업계에서 이런 기회주의적 인수 제안을 더 기대해봐도 좋다"고 분석했다. 현재 시장이 10억 달러 이상 시가총액을 가진 수십 개의 회사들로 파편화돼 있다는 점에서다. 금광 탐사에 대한 투자 부족으로 인해 새로운 프로젝트가 뜸해지면서 기업들 간에 다른 기업의 자산을 인수하려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최근 금광업체의 주식시장 성적표는 저조한 편이었다. 특히 올해 들어 연일 급등하고 있는 금 가격에 비해 중소형 금광업체들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금 및 은 광산업체들을 추적하는 GDX 지수는 지난 5년 동안 34% 상승했는데, 이는 소규모 업체들을 추적하는 GDXJ 지수보다 2배 가량 높다.

금 가격의 계속된 상승세는 대형 업체에 의한 중소형 업체 통폐합 과정을 가속화할 수 있다. 미국 주식 시장의 불안정성은 투자자금이 금광업 부문으로 흘러들어가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대규모 금광기업일수록 중소형 업체보다 더 많은 자금을 흡수할 수 있다.

또한 BMO캐피털에 따르면 금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2500달러에 이르면 평균 생산비용이 온스당 약 1950달러인 중소형 금광업체들이 수익을 낼 수 있다. 대형 업체들의 인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