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사진=연합뉴스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최근 한 달 동안에만 20원 가까이 하락했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재점화되면서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강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달러화 약세 국면이 이어지면서 항공·유틸리티·은행 등 업종으로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3원(0.17%) 오른 1343.3원으로 마감했다. 장중 1390원대까지 치솟은 지난 6월27일 종가(1385.8원)와 비교하면 42원 넘게 하락한 것으로, 지난달 들어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는 배경엔 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있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자 시장에서는 Fed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에 나설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이에 원·달러 환율이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각종 지표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2로 시장 예상치(47.5)를 소폭 하회했다. 경기 선행 지표 중 하나인 제조업 PMI는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을, 이보다 낮으면 위축을 의미한다.

이달 열리는 FOMC를 앞두고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미국의 8월 고용보고서에도 노동시장의 둔화 신호가 나타났다.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 신규 일자리는 14만2000개 증가했는데, 이는 시장 예상치 16만4000명을 밑도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현 수준에서 박스권 등락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되돌려지는 과정에서 달러인덱스와 원·달러의 되돌림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연말까지 기조적인 하락 방향성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연구원은 "미국 경기가 상대적으로 괜찮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슬로우 다운(완만한 둔화)하고, 중앙은행이 금리도 이에 맞춰 완만하게 내릴 경우 원·달러 환율은 하락하는 방향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미국의 시장금리가 급등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조금 더 세지고 금리를 급격하게 내려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원·달러 환율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원화 강세 국면에서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항공·유틸리티·금융 등의 업종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우선 항공사들이 여객기 대여비와 항공유 구입비를 달러로 지불해 원·달러 환율 하락 시 비용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수입 중간재 투입 비중이 높은 유틸리티 철강 화학 등도 원화 강세로부터 마진 보호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은행주도 달러화 약세의 수혜를 볼 것이란 관측이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해외 지분법주식 외환 환산익이 발생하고 순이자마진·유동성커버리지비율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은행주는 원화 강세 시기에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며 주가가 초과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이번에는 환율 하락이 보통주자본비율(CET1) 개선에 따른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모멘텀(상승 동력)까지 부각할 있다는 점에서 파급효과는 과거보다 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