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사진=AFP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사진=AFP
1981년생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전 환경상이 일본 차기 총리를 선출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의 유력 후보로 부상하면서 최연소 총리가 탄생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이즈미는 오는 27일 치러지는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가장 유력한 당선 후보로 꼽히고 있다. 선거에서 고이즈미가 당선되면 역대 최연소 총리가 된다. 내각제 국가인 일본에선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돼 현재 제1당인 자민당 총재 선출시 총리로 정해진다.

고이즈미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내각을 이끈 준이치로(82) 전 총리의 차남이다. 총재 선거에서 이기면 다음 달 초 만 43세 6개월 나이로 총리에 오르게 돼 만 44세 3개월이던 1885년 12월 초대 총리에 오른 이토 히로부미의 기록도 깨지게 된다. 또한 또 후쿠다 다케오(1976~1978)와 후쿠다 야스오(2007~2008) 전 총리에 이어 역대 두 번째 '부자(父子) 총리'가 된다.

고이즈미는 어린 시절 고모인 고이즈미 미치코 손에 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인 고이즈미 전 총리가 그의 출생 직후에 이혼했기 때문. 이후 간토학원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미 컬럼비아 대학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9년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2019년 아베 내각과 2020년 스가 내각에서 환경상을 연이어 지냈다. 당시에도 남성으로는 전후 최연소 각료로 꼽혔다. 현재는 5선 의원이다.

고이즈미가 빠르게 정치인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건 그의 집안 덕분이라고 꼽힌다. 고이즈미가는 아버지 고이즈미 전 총리에 앞서 증조부부터 4대째 이어진 세습 정치가로 꼽힌다.

형인 고이즈미 고타로는 배우로 활동하고 있고, 아내는 후지TV 아나운서 출신으로, 프랑스·일본인 혼혈인 네 살 연상 다키가와 크리스텔이다. 2019년에 '속도위반'으로 결혼해 1남 1녀를 뒀다. '비자금 스캔들'의 여파를 겪고 있는 자민당 일각에서는 그의 준수한 외모와 젊은 이미지가 당의 쇄신 이미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최근 자민당 지지층을 상대로 한 현지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재 적합도 1위를 연달아 차지했다. 고이즈미의 환경상 재임 시절 총리였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76)도 그를 공식 지지했다. 자민당 선거는 당원과 당우(당을 후원하는 정치단체 회원), 소속 의원들의 투표로 치러져 최근 고이즈미의 당선 확률을 가장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하지만 고이즈미는 엉뚱한 표현 때문에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환경상이었던 2019년 "기후변화 문제는 펀하고(즐겁고) 쿨하고(멋지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발언이다. 국내외에서 지나치게 가벼운 표현이라는 논란을 샀으며, 한국에선 '펀쿨섹좌'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 때문에 고이즈미 대세론의 마지막 장벽은 'TV토론'이 되리란 관측이다. 아홉 번의 TV토론이 예정된 가운데 각료 경험이 한 번에 불과한 고이즈미가 외교·안보·경제와 같은 모든 사안을 토론하다가 말실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민당 총재선 입후보를 공식적으로 밝힌 지난 6일 "장관 시절 가벼운 언행들로 지적받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환경상 시절 내 발언이 적절히 전달되지 않았던 것은 반성하고 있다"며 "앞으론 그러한 일이 없도록, 국민에게 전하려는 바가 명확히 전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고이즈미가 총리가 됐을 경우 한일 외교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아버지인 고이즈미 전 총리는 재임 중 일제강점기와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국내에서 논란이 됐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 역시 매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다. 다만 총리 자격으로 그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