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에서 은퇴하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 아시아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건강 및 삶의 질 종합 점수가 개선된 영향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연금에 의존하지 않고 은퇴 자금을 준비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수가 크게 늘었다.

프랑스계 투자은행 나티시스가 10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은퇴지수(GRI)'에 따르면 은퇴하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 한국은 지난해보다 한 계단 오른 20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순위다. 아시아 국가 중 비교적 상위권을 차지한 일본과 싱가포르는 각각 23위, 25위에 올랐다. 중국은 38위다.

한국은 건강, 재정, 삶의 질, 물질적 행복에서 각각 22위, 5위, 37위, 12위를 차지했다. 나티시스는 한국이 건강 지수 관련 지표가 개선되며 GRI 순위가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올해 한국은 건강 하위지수에서 22위로 지난해보다 두 계단 올랐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개선된 것은 1인당 보건 지출과 기대 수명이라고 나티시스는 설명했다. 해당 세부 평가 지표에서 아시아 국가 중 25위 안에 든 국가는 한국 외에도 일본(6위)과 싱가포르(13위)로 나타났다.

GRI 평가 세부 항목인 '은퇴 후 재정'과 '물질적 행복감'에서 한국은 각각 5위와 12위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나티시스는 "한국이 '은퇴 후 재정' 부문에서 지난해보다 3계단 하락했음에도 5위를 차지했다"며 "순위가 떨어진 요인으로는 고령화로 인한 금융시스템의 노년층 의존도 확대, 높은 세금 압박 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물질적 행복감'은 소득 불균형이 개선되고 실업률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12위에 올랐다. 실업지표에서 1위를 유지한 영향이다. 나티시스는 "한국의 실업률이 2~3% 내외로 현저히 낮은 것은 여성과 한국인의 노동 시장 참여 증가와 의료, 숙박, 플랫폼 경제와 같은 부문의 수요 증가 덕분"이라고 밝혔다. 반면 삶의 질 종합 점수는 61점으로 37위에 머무는 데에 그쳤지만, 지난해에 비해 2점가량 오르며 한 계단 뛰었다.
세계은퇴지수(GRI) 상위 25위 국가 목록 (자료=나티시스)
세계은퇴지수(GRI) 상위 25위 국가 목록 (자료=나티시스)
올해 GRI 전체 순위에서 스위스는 노르웨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아이슬란드와 아일랜드가 각각 3, 4위를 차지했다.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호주가 그 뒤를 이었다. 주요 선진국 순위는 독일(8위), 미국(22위), 영국(14위), 프랑스(24위) 등으로 집계됐다. 이 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44개 국가를 대상으로 산출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은퇴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금액의 은퇴자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는 데에 동의했다. 전 세계 나티시스 설문조사 응답자 중 20%는 100만달러(약 13억4300만원)를 저축하더라도 여전히 은퇴할 여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 중 18%는 이미 100만달러를 소유한 사람들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이자율과 인플레이션 등이 은퇴자들의 주요 우려 사항이라고 짚었다. 또한 은퇴자금을 연금에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 조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비율도 2015년 67%에서 2023년 81%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