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우라늄 중국에 다 팔아버릴 수도 있다" [원자재 포커스]
우라늄 최대 생산국 카자흐스탄이 서방 국가에 우라늄 공급하는 게 어려워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서방과 러시아·중국의 대립 구도가 뚜렷해지면서 러시아의 영향권에 속한 카자흐스탄이 러시아와 중국에만 물량을 몰아주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어서다.

카자흐스탄 국영 광산기업 카자톰프롬의 메이르잔 유수포프 대표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전쟁으로 인한 제재로 서방 발전사에 우라늄을 공급하는 데 장애물이 생겼다"고 경고했다. 서방의 제재를 받을 위험 때문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항을 통해 수출하는 게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카자톰프롬은 현재 카스피해,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흑해를 통해 우라늄을 수출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전 세계 우라늄의 43%를 생산하며, 이는 석유 카르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글로벌 원유 시장 점유율과 맞먹는 수준이다. 카자톰프롬은 작년에 관리 우라늄의 49%를 아시아 시장으로, 32%를 유럽으로, 19%를 미국 시장으로 보냈다.

제재 위험과 더불어 러시아와 중국의 압력도 강해지고 있다. 유수포프 대표는 "전부는 아니더라도 생산량의 대부분을 아시아 파트너(중국)에게 판매하는 것이 훨씬 더 쉽다"며 "특정 국가를 거론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들은 카자흐스탄의 거의 모든 생산량을 먹어 치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들에게 판매하는 것이 훨씬 쉽지만 우리는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압력에 굴복해 러시아와 중국에 의존하게 될 경우 오히려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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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원자력 기업 로사톰은 카자톰프롬의 14개 매장지 가운데 5곳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유수포프 대표는 "계약에 따라 러시아가 카자흐스탄 생산량의 20%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러시아와 중국이 전 세계적으로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카자톰프롬은 2022년 사업보고서에서 개발 중인 거대 매장지인 부데노프스코예(Budenovskoye)의 지분 49%를 보유한 회사의 소유권이 로사톰의 자회사인 우라늄원으로 이전되었다고 공개했다.

생산량도 줄어들고 있어 우라늄 공급 대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카자톰프롬은 내년 우라늄 생산량 전망치를 17% 하향 조정하고 2026년 예상치 발표를 보류했다. 카자톰프롬은 우라늄 추출에 필수적인 황산 부족과 지표 시설 및 인프라 건설 지연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까진 공급이 충분해 뉴욕상업거래소 우라늄 가격은 지난 2월 파운드당 10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뒤 현재는 파운드당 79달러 선까지 내렸다.

캐나다에서 대규모 우라늄 채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넥스트젠 에너지의 리 큐리어 최고 경영자(CEO)는 "아마도(카자흐스톰이) 러시아와 중국에 공급하기 위해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서방 국가의 발전 기업들은 서구의 공급업체를 찾을 것이며 이미 그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정보 업체 프리즘의 케이티 말린슨 정치 리스크관리 파트너는 "카자흐스탄이 2021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을 떠난 이후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서방 국가들과의 교류를 제한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우라늄의 경우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는 카자흐스탄의 우라늄 생산에 대한 지분을 늘렸고 카자흐스탄은 점점 더 많은 공급량을 중국 시장에 투입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서방 시장에서 우라늄을 얼마나 공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