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필하모닉 악장 비네타 사레이카
베를린 필하모닉 악장 비네타 사레이카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최초의 여성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비네타 사레이카가 사의를 표명했다. 라트비아 출신인 그는 지난해 2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41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악장으로 임명되면서 유럽 클래식 음악계 '유리 천장'을 뚫고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은 인물이다. 사레이카는 내년 2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을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난다.

사레이카는 지난 1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베를린 필하모닉과 함께 3년간의 풍요롭고 흥미진진한 시간을 보낸 뒤, 오케스트라를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첫 여성 악장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건 아주 큰 영광이었다"며 "특별한 인생 경험과 환상적인 콘서트, 많은 영감을 주었던 만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지난 몇 년간 얻게 된 귀중한 배움 중 하나는 이 특별한 오케스트라의 일원이 되는 것이 내가 미래에도 계속 나아가고 싶은 길은 아니라는 것"이라며 "베를린 필하모닉이 악장 자리에 어울리는 훌륭한 동료를 찾는 과정에 늘 행운이 가득하길 바란다"고 했다. 사레이카는 "나의 음악 인생의 다음 챕터(장)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사레이카는 파리국립고등음악원을 거쳐 퀸 엘리자베스 음악 채플에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오귀스탱 뒤메이를 사사한 연주자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유명 실내악단 아르테미스 콰르텟의 연주자로 활약하며 뛰어난 연주력과 리더십, 앙상블 역량을 인정받았다. 2022년부터 베를린 필에서 연주해온 그는 지난해 ‘제1바이올린 콘서트마스터 오디션’에서 우승했다.

베를린 필이 여성 악장을 임명한 건 1882년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악장은 단원 전체를 통솔하고 지휘자를 보조하는 중요한 자리다. 전체적인 소리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지휘자에게 곡의 해석과 연주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악장 몫이다. 지휘자가 선생님이라면 악장은 반장인 셈이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