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응급실 운영 현황 등을 브리핑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응급실 운영 현황 등을 브리핑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국민 더 죽어야' 의대생 발언에 "일부 의사 또는 의대생들의 잘못된 인식과 행동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11일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의료계에서도 환자 곁을 지키고 계신 의료진들의 노고가 존중받을 수 있도록 선배 그리고 동료 의사들께서는 일부 의사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바로잡아 주시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해당 논란은 의사 및 의대생만이 인증 후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더 죽어라'는 글이 올라왔다는 한경닷컴 첫 보도로 알려졌다. ▶한경닷컴 9월 11일자 <"개XX들 하루 천명씩 죽어나갔으면"…의사 게시판 글 '충격'> 참조

이에 복지부는 "증거를 취합하고 있다.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경닷컴에 "일반적인 게시글이 아닌 응급실 업무 방해와 관련한 글들이 다수 포착돼 법리 적용을 살펴보고 있다"면서 "응급의료 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응급의료법을 적용해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게시판에는 "우리는 국민 엿 먹으라고 눕는 게 아니다. 다 죽으라고 눕는 거지. 다 죽어라", "매일 천 명씩 죽어 나갔으면 좋겠다", "다 죽어! 너희들이랑 협의하는 단계는 지났어"와 같이 정부와 국민들을 향해 협박성 발언을 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위급한 상황에도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대기 끝에 사망한 환자에 대해서는 "응급실에 못 가? 어쩌라고 너희들이 이렇게 만들었잖아", "개돼지들 더 죽이면 이득이다", "개XX들 매일 천 명씩 죽어 나갔으면 좋겠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의료대란이 길어질수록 의사들에게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었다. 한 게시자는 "이 사태가 지속될수록 의사들이 일을 안 할수록 상대적 가치가 더욱 상승한다. 왜냐하면 의사라는 건 검사·변호사 따위와는 달리 필수적이며 대체 불가 인력이기 때문이다"라고 적었다.

저속해서 차마 기사에 언급할 수 없는 수준의 표현도 다수 눈에 띄었다.
의사 의대생만 가입이 가능한 커뮤니티에 국민들이 더 죽어야 한다는 취지의 글들이 다수 올라 충격을 주고 있다.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의사 의대생만 가입이 가능한 커뮤니티에 국민들이 더 죽어야 한다는 취지의 글들이 다수 올라 충격을 주고 있다.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다 죽어라" 의사 글 파문 확산…정부 "경찰 수사 의뢰"
이런 글들을 처음 유출한 게시자는 자신의 신상이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화면을 휴대폰으로 찍어 배포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게시판에는 화면을 캡처하면 로그인한 사용자의 아이디가 자동으로 표출되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 실제 캡처 이미지에는 사선으로 아이디로 추정되는 문자들이 뿌옇게 나열돼 있다.

일부 의사들의 민낯이 드러나자 국민들도 경악했다. 네티즌들은 "의사가 이런 인성을 가지고 있다니 놀랍다", "의사 증원에 의대생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저 정도의 생각이면 심각해 보인다. 저런 마인드를 가진 의대생은 국민을 위해서라도 의사가 안 되었으면 좋겠다", "의사들이 국민 죽이기에 이렇게 진심인 줄 몰랐다. 테러 집단도 아니고 얼마나 죽어야 하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앞서 경찰은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실명과 개인정보가 ‘응급실 블랙리스트’라는 이름으로 유포된 것과 관련해 용의자 총 5명을 특정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응급실 근무 의사 실명을 공개한 자료와 관련, 용의자 2명을 우선 특정해 1명은 조사 후 송치했다"며 "3명을 추가 특정해 스토킹처벌법위반 방조 혐의로 입건하여 수사 중이며, 관련자들을 추적 중"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한 사이트에 ‘응급실 부역’이라는 이름으로 응급실 운영 병원의 근무 인원과 근무자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명단에는 근무자 이름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이름, 직업, 전화번호, 이성친구 여부 등 개인정보까지 들어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글에는 '000 선생님 감사합니다. 불법파업을 중단하고 환자 곁을 지키시기로 결심한 것 감사합니다' 식으로 근무 의사를 조롱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 실장은 "진료 중인 의사의 명단을 악의적으로 공개하는 행위는 엄연한 범죄 행위"라며 "정부는 범부처 협력을 강화하여 중한 행위자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