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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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대출을 제한하고 있는 은행들이 실수요자 여부를 판별하는 역할의 전담팀을 속속 신설하고 있다. 투기 세력의 대출을 제한하기 위해 마련한 대출 제한 요건이 실수요자의 대출까지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10일부터 본부 산하에 여신심사역 5명으로 이뤄진 ‘실수요자 전담팀’을 구성했다. 신설된 전담팀은 신한은행의 대출 제한 조치로 인해 영업점 현장에서 대출이 거절된 대출 신청자 중에서 투기로 보기 어려운 경우를 정밀하게 심사하는 역할을 맡는다. 전담팀의 정밀 심사 결과 실수요자로 판별되면 대출을 승인해준다.

우리은행도 9일 ‘실수요자 심사 전담팀’을 신설했다. 이미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대출 제한 조치를 적용하지 않는 예외 요건을 두고 있지만, 은행이 미처 고려하지 못한 다양한 실수요 사례를 추가 발굴해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국민은행도 본부의 가계대출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전담반’을 꾸려 운영 중이다.

주요 은행들이 이처럼 실수요 여부를 가리기 위해 전담팀까지 신설하는 이유는 가계대출 억제를 위한 일률적 대출 제한 조치로 억울한 실수요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대출 제한이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실수요자 보호를 요구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0일 전국 18개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은행권이 여신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자율적인 리스크 관리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면서도 “특정 소비자가 대출 절벽을 느끼지 않도록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은행들도 저마다 강력한 기준의 대출 제한 조치를 먼저 발표하고,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예외 요건을 사후적으로 내놓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달 6일 유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사를 앞둔 실수요자의 불만이 커지자 10일부터 1주택자의 기존 주택 처분 조건부 주담대는 허용했다. 1주택자의 전세대출까지 막은 우리은행도 지난 9일 이직, 질병 치료 등의 예외 요건을 사후적으로 내놨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