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형 라온시큐어 대표는 “K보안 기술력 덕분에 선진국이 국내 기업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형택 기자
이순형 라온시큐어 대표는 “K보안 기술력 덕분에 선진국이 국내 기업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형택 기자
지난 4월 세계은행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파크원에 있는 라온시큐어를 찾았다. 세계은행의 주요 과제 중 개발도상국에 디지털 신분증을 보급하는 사업이 있는데 ‘한 수’ 배우기 위해 국내 보안 중소기업 문을 두드린 것이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라온시큐어는 정보 보안·인증 기술 기업이다. 최근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기술 기반 디지털아이디(DID)를 선보여 보안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2020년 국내 모바일 공무원증을 시작으로 모바일 운전면허증·국가보훈등록증이 모두 라온시큐어 기술로 구현됐다. 오는 12월 도입될 예정인 모바일 주민등록증 발급 사업까지 수주해 이 분야 강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이순형 라온시큐어 대표는 11일 “기술 자체만 놓고 보면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이 앞서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 각국을 보면 국가 차원의 DID를 실행에 옮긴 사례가 드물다”며 “선도적으로 우리 정부에 적용한 덕분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가릴 것 없이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성과도 나왔다. 지난 7월 인도네시아 통합 DID 서비스 프로젝트를 따냈고, 코스타리카 정부 공공 서비스 디지털 지갑 시스템 개발 사업도 수주했다.

이 대표는 1995년 미래산업에 입사해 사내벤처 보안 회사에서 근무하며 정보 보안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12년 라온시큐어를 창업했다. 이 대표는 라온시큐어 기술이 처리 속도와 안정성 면에서 글로벌 경쟁사들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그는 “기술이 있는 것과 이를 실제 신분증으로 적용해 본 경험이 있는 것은 천지차이”라며 “블록체인 기술은 탈중앙화를 통한 분산 서버가 특징인데 이를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구현 속도를 높였다”고 했다.

DID 사업은 응용 분야가 다양해 회사의 미래 먹거리로 손색없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개인 신분 관련 증명서는 이제 모바일로 다 구현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며 “기업 주주총회부터 선거 여론조사와 투표에 이르기까지 신뢰성을 확보해 저비용으로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라온시큐어는 지난해 매출 518억원, 영업손실 16억원을 기록했다. 이 대표는 “DID 사업 확장성을 고려하면 2030년 매출 5000억원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자신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