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신세계 '제주소주' 인수…소주사업 진출한다
오비맥주가 신세계L&B로부터 ‘제주소주’를 인수해 소주 사업에 진출한다. 세계 시장에서 K소주 열풍이 거세지는 가운데 오비맥주의 해외 영업망을 기반으로 소주 수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11일 오비맥주와 신세계L&B에 따르면 세계 최대 맥주회사 AB인베브의 자회사인 오비맥주는 신세계그룹 주류 계열사인 신세계L&B가 운영하는 제주소주를 인수·합병하기로 했다. 오비맥주는 제주소주의 생산용지와 설비, 지하수 이용권 등을 양도받아 소주 사업에 뛰어든다. 구체적인 인수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2011년 제주 향토기업으로 출발한 제주소주는 2014년 ‘올레 소주’를 출시해 판매했다. 2016년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190억원에 제주소주를 인수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당시 부회장)이 인수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소주를 품은 이마트는 2017년 올레 소주를 ‘푸른밤’으로 리뉴얼해 출시했지만 하이트진로 ‘참이슬’, 롯데칠성음료 ‘처음처럼’이 장악한 국내 소주 시장에서 고전을 거듭했다. 이마트는 4년에 걸쳐 제주소주에 570억원을 들였지만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4년간 누적 영업손실은 434억원에 달했다. 2021년 이마트는 자회사 신세계L&B에 제주소주를 넘겼다. 이후 국내 소주 시장에서 철수하고 수출용 소주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갔다.

맥주 ‘카스’를 중심으로 국내에서 탄탄한 영업망을 갖춘 오비맥주가 제주소주를 인수하면서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가 양강 체제를 이룬 국내 소주 시장 판도가 바뀔지 관심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주 소매 시장에서 하이트진로는 59.8%, 롯데칠성음료는 1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해외에서 K소주 인기가 높아지자 오비맥주가 소주 사업에 진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소주 수출액은 10년 만에 1억달러(약 1340억원)를 넘어섰다.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하이트진로는 ‘진로의 글로벌 대중화’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와인 시장 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신세계L&B는 사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제주소주 매각을 추진해왔다. 신세계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제주소주를 매각하려는 신세계L&B와 오비맥주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것이란 해석이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