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장기 국채 상장지수펀드(ETF)에 글로벌 자금이 몰려 ETF 가격이 올 들어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눈앞으로 다가오자 채권 금리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장기 국채 ETF를 대거 쓸어 담는 모습이다.

○美 국채 수익률, S&P ETF 넘어서

10일(현지시간) ETF 정보플랫폼 ETF체크에 따르면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 국채’(TLT)는 이날 0.7% 상승한 100.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00달러를 넘어선 건 지난해 12월 후 처음이다. TLT는 만기 20년 이상인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ETF 상품이다. 미국 장기채 ETF 중 운용 규모가 가장 크다.

올 하반기(7월 1일~9월 10일 기준) 들어 Fed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자 이 기간 TLT 수익률은 11.99%까지 높아졌다. 같은 기간 S&P500지수를 추종하는 ‘스파이더 S&P500’(SPY) 수익률은 0.6%에 그쳤다.
"주식보다 짭짤하네"…발 빠른 투자자들 무더기로 쓸어담았다
TLT는 지난 3개월간 미국 증시에 상장된 채권형 ETF 중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모았다. 이 기간 TLT에 흘러든 자금만 8854만달러로 이전 3개월간 유입된 1754만달러의 다섯 배에 달했다.

금리 하락은 채권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채권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아울러 장기 채권은 금리 변동에 민감해 수익률 상승폭이 더 크다. 금리가 1%포인트 하락하면 만기가 1년 남은 채권은 가격이 1% 오르지만, 만기가 20년 남은 채권은 10~20% 뛴다.

○“국채 수익률, 주식 능가할 것”

인플레이션에 자신감이 붙은 Fed가 9월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자 올 하반기와 내년에도 채권 수익률 랠리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크다. 지난달 23일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인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통화정책 조정의 시기가 도래했다”며 비둘기파(통화정책 완화 선호)적 발언을 쏟아냈다. 미국 장기채 금리가 앞으로 내릴 일만 있다는 전망이 확산해 장기채 ETF에 글로벌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잭 매킨타이어 브랜디와인글로벌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매니저는 “내년에는 경제 회복력이 둔화할 것”이라며 “이런 환경에서는 채권 수익률이 주식을 능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는 “국채와 기타 채권에 지난 몇 달은 좋은 시기였다”며 “채권 시장 랠리가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수익률을 확보할 기회는 많다”고 내다봤다.

○과도한 기대 우려도

일부 전문가는 채권 ETF의 최근 상승세가 모멘텀(상승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Fed의 금리 인하 속도가 기대보다 더디면 장기 채권의 가격 상승세가 빠르게 둔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배런스의 분석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내년 최소 여덟 번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6월 Fed가 내놓은 전망(2026년 말까지 분기마다 0.25%포인트 인하)보다 더 공격적인 예측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장기 국채 ETF의 최근 수익률 상승은 Fed가 금리를 내려 경제를 부양할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것”이라며 “결국 이 같은 베팅은 이달 Fed 금리 결정을 앞두고 나오는 경제지표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