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이 3년여 만에 10조원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등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이달 시행을 앞두고 주택담보대출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심사 강화 여파로 보험사와 저축은행 등에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면서 2금융권 가계대출도 증가세로 전환했다.

○은행권 주담대 역대 최대

'영끌 광풍'에 지난달 가계대출 10조 늘었다
11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8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7월보다 9조8000억원 늘었다. 작년 연간 가계대출 증가 폭(10조10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2021년 7월(15조3000억원) 이후 3년1개월 만에 최대치다. 당시는 집값 상승에 카카오뱅크 등 대어급 공모주 청약까지 겹쳐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모아 빚내서 투자)가 절정이었다.

올 들어 금융권 월별 가계대출은 4월(4조1000억원) 증가세로 전환한 이후 넉 달 연속 4조~5조원씩 늘어난 데 이어 8월에는 증가 폭이 두 배가량 확대됐다. 주담대가 7월보다 8조5000억원 급증하면서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의 86.7%를 차지했다. 5월 이후 3개월 연속 감소하던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전달보다 1조3000억원 늘어나며 상승 전환했다. 영끌족이 신용대출까지 끌어모아 주택 매수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은행권 주담대가 전달보다 8조2000억원 늘어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은행권 주담대는 2004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은행 자체 주담대가 한 달 새 6조4000억원 불어난 영향이 컸다.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자금 대출은 3조9000억원 늘어났지만 보금자리론은 2조1000억원 감소했다.

○2금융권 가계대출도 늘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로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지난달 보험사와 저축은행, 카드사 등 2금융권 가계대출이 7월에 비해 5000억원 증가했다. 주담대가 3000억원,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2000억원 늘었다. 2금융권 가계대출이 전달보다 늘어난 것은 2022년 10월(2000억원) 이후 1년10개월 만이다.

업권별로는 보험사 가계대출이 7월보다 3000억원 늘어나며 증가로 전환했고,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7000억원)와 저축은행(4000억원)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보험사 등 2금융권 DSR은 50%로 은행 등 1금융권(40%)보다 높아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가계부채를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달부터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출 한도가 대폭 줄어드는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가 시행에 들어간 데다 ‘갭 투자’(전세 끼고 매매)를 비롯한 투기 수요 대출 차단 등 은행권의 가계대출 제한 조치가 시작되면서다.

하지만 집값 상승 기대감 속에 가을철 이사 수요와 금리 인하 기대감이 맞물릴 경우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도 10~11월이 가계대출 관리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사철을 맞아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등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0일 18개 국내 은행장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9월도 중요하지만 10월, 11월 가계대출 흐름을 봐야 한다”며 “9~10월 정책 효과와 은행 여신 심사 정밀화를 통한 효과를 보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신용대출과 2금융권으로의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추가 대책도 검토하고 있다. 신용대출에 소득대비대출비율(LTI)을 적용해 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줄이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은행권도 자율적으로 연 소득 이내에서만 신용대출을 내주고 있다.

김보형/강현우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