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2.5%를 기록해 3년6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CPI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6%)를 밑돌았지만 근원 CPI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예상치(0.2%)보다 높은 0.3%를 나타냈다. 오는 17~18일 열리는 미국 중앙은행(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 이상 인하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경기가 냉각되는 가운데 중국 경제 침체가 깊어지면서 국제유가도 10일 2년9개월 만에 최저로 하락했다.

○‘스몰 컷’ 가능성 커졌다

美 물가, 두 달째 2%대…'빅컷' 가능성은 낮아져
미국 노동부는 지난 8월 미 CPI가 전년 동월 대비 2.5%, 전월보다 0.2% 올랐다고 11일 발표했다. 이는 로이터통신과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6%)를 밑돈다. 그러나 에너지·식품 물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보다 3.2%, 전월 대비 0.3% 각각 올라 4개월 만에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주거비와 항공료 등이 대폭 오른 탓으로 분석된다.

이달 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 폭은 0.25%에 그칠 것이란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시마 샤 프린시펄애셋 이사는 블룸버그통신에 “근원 CPI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Fed 매파 위원들이 마지막 인플레이션 불씨를 끄기 위해 신중한 결정을 해야 한다는 데 힘을 실어줬다”고 말했다. 앞서 발표된 8월 실업률이 전월 4.3%에서 4.2%로 하락한 데 이어 근원 CPI까지 상승해 이른바 ‘스몰 컷’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Fed가 다음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릴 확률은 전날 34%에서 이날 17%로 낮아졌다. 경기 냉각 우려로 뉴욕증시는 초반 하락세로 출발했고 1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은 소폭 올랐다.

○깊어지는 침체 우려

미국 경제 성장세가 주춤하자 글로벌 침체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9일 발표된 8월 중국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6%에 그쳤고 근원 CPI 상승 폭은 0.3%에 불과했다. 수출과 수입, 생산자 물가까지 포괄하는 물가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의 경우 중국은 올해 2분기까지 5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1999년 이후 최장 기간이다.

침체 우려로 유가도 급락했다.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인 중국 수요가 주춤한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수요 예상치를 하향 조정한 영향이다. 10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날보다 4.3% 떨어진 배럴당 65.7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3.7% 내린 69.1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모두 2021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중국 세관에 따르면 중국의 8월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0.5%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예상치(2%)에 미치지 못했으며 전달 증가율(7.2%)보다 크게 둔화했다. OPEC은 월간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석유 수요 증가 폭이 당초 일일 211만 배럴이 아니라 하루 203만 배럴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일/김세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