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자코비치의 워너클래식 데뷔 앨범이자, 플레트네프의 야심작
다니엘 로자코비치 & 미하일 플레트네프 <프랑크 & 그리그> 앨범 커버 / 사진출처: 워너뮤직코리아
다니엘 로자코비치 & 미하일 플레트네프 <프랑크 & 그리그> 앨범 커버 / 사진출처: 워너뮤직코리아
최근 몇 년간 클래식 음악계에 젊고 재능 많은 음악가들이 쉴 새 없이 등장했다. 이는 공연, 음반, 페스티벌 등에 다양한 관객들을 유입시키고, 클래식 음악 시장 전반에 걸쳐 활기를 북돋아 줬다.

오늘 소개할 앨범의 주인공 로자코비치 역시, 최근 클래식 음악 열풍에 큰 몫을 한 아티스트다. 2001년에 스톡홀름에서 태어난 다니엘 로자코비치 (Daniel Lozakovich)는 9세에 데뷔 무대를 치뤘고, 16세에 클래식 음반의 명가 도이치 그라마폰과 계약한 바이올린계의 스타 신동이다.

실제, 그가 들고 다니는 악기도 연일 화제인데 바로, 1713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엑스상시(ex-Sancy)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재단이 소유한 이 악기는 약 60여년간 바이올리니스트 이블리 기틀리스가 대여받아 연주했는데, 2020년 그가 타계한 후 로자코비치의 재능을 알아본 LVMH가 이 명기를 과감하게 대여해주었다. 최고의 악기, 실력, 심지어 훈훈한 외모까지 두루 갖춘 로자코비치는 현재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많은 음악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로자코비치 / 사진출처. 워너뮤직코리아
로자코비치 / 사진출처. 워너뮤직코리아
이번에 워너클래식으로 새롭게 터전을 옮긴 로자코비치는 러시아의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미하일 플레트네프(Mikhail Pletnev)와 함께 소나타 연주 앨범을 발표했다. 곡 해석에 주관이 뚜렷한 플레트네프가 혈기 왕성한 로자코비치와 만나 어떤 앙상블을 일궈낼지 궁금하던 찰나에 앨범을 들어 볼 수 있었다.
로자코비치 & 플레트네프 <프랑크 & 그리그> / 사진. ©이진섭
로자코비치 & 플레트네프 <프랑크 & 그리그> / 사진. ©이진섭
프랑크 한 잔, 그리그 한 스푼으로 완성하는 가을 정경

앨범에는 그리그(Edvard Grieg)의 [페르귄트 모음곡 中 솔베이지의 노래 (Solveig’s song, from Peer Gynt)]와 [바이올린 소나타 3번 C단조 (Violin sonata No. 3 in C minor, Op. 45)], 프랑크(Cesar Franck)의 [바이올린-피아노 소나타 A장조 (Sonata for violin and piano in A major FWV8)], 쇼스타코비치 (Dimitri Shostakovitch)의 [로망스 (Romance, from “The Gadfly”)], 알렉세이 쇼어(Alexey Shor)와 미하일 플레트네프의 [바이올린 소나타 B단조 (Violin Sonata No. 1 in B minor)] 등 총 12곡이 담겼다.

디지털 음반과 CD는 모든 곡이 수록되었고, LP는 매체 특성상 한 면에는 프랑크의 [바이올린-피아노 소나타 A장조]를, 다른 한 면에는 그리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 C단조]를 실어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LP Side A. 세자르 프랑크의 [바이올린 & 피아노 소나타 A장조]

잔잔한 피아노 소리에 서서히 현의 멜로디가 얹혀지면서 I. Allegretto ben moderato의 연주가 시작된다. 형형색색으로 물든 텅 빈 가을 거리를 연상시키듯 로자코비치와 플레트네프는 풍부하면서도 여운있는 연주를 이어간다. 몰아치는 피아노에 명확한 선율이 더해진 II. Allegro와 피아노의 숨겨진 소리 색상을 끊임없이 탐구해가는 플레트네프의 자취를 로자코비치가 아름다운 선율로 채워가는 III. Recitativo-Fantasia. Ben moderato - Molto lento 는 비애의 감정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IV. Allegretto poco mosso 이르러 이 둘의 영적 교감이 균형에 이르는 듯한 마법과 같은 소리가 흘러나온다. 쓸쓸하게만 느껴졌던 프랑크 본연의 감성이 좀 더 다채롭게 채워진 앙상블로 재탄생한다.

LP Side B. 에드바르 그리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 C장조]

그리그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우울하면서도 아름답고, 묵직하면서도 날카로운 음색으로 그 시작을 알린다. 플라트네프의 피아노가 공간감 있는 소리로 신비함을 더하고, 두 악기가 만나 심오한 소리의 세계로 청자를 안내한다. 로자코비치는 플레트네프와 협업을 영적 교감이라고 생각하고, 리허설 중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채 연주의 흐름을 즐겼다고 한다. “서로를 믿고, 음악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길을 가고, 삶과 예술에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고 로자코비치가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그리그의 소나타는 바이올린과 피아노 사이의 이상적인 대화를 들려주는 듯했다.

단풍이 짙게 물든 쌀쌀한 어느 날, 프랑크 한 잔과 그리그 한 스푼이 담긴 이 앨범은 따뜻한 커피 한 모금의 정취와 맞닿아 있다. 가을의 문턱에서 이 앨범은 청각적인 즐거움뿐 아니라, 다채로운 심리적 색채로 당신의 가을 정경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어 줄 것이다.
다니엘 로자코비치(바이올리니스트) & 미하일 플레트네프(피아니스트) / 사진출처. 워너뮤직코리아
다니엘 로자코비치(바이올리니스트) & 미하일 플레트네프(피아니스트) / 사진출처. 워너뮤직코리아
한판 클래식 엿듣기

Daniel Lozakovich (violin) & Mikhail Pletnev (piano)

[Franck: Violin Sonata in A Major, FWV 8: I. Allegretto ben moderato]


[Edvard Grieg: Violin Sonata No. 3 in C Minor, Op. 45: I. Allegro molto ed appassionato]


이진섭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