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 씨.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 씨.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 씨의 '타이이스타젯 특별 채용' 의혹과 관련 검찰 수사를 받는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가 "나는 내 아버지에게 칼을 겨누기 위해 즈려밟고 더럽혀져야 마땅한 말(馬)일뿐”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잡기 위해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는 취지다.

다혜 씨는 12일 새벽 5시쯤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바보가 되는 세상이고, 가만히 있으면 그것이 기정사실로 되어버린다"며 "무엇보다 이젠 더 못 견딜 것 같아서. 나는 나를 위해서 글을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지난달 말 전 남편 서 모 씨 취업 특혜 의혹과 관련 자기 집 등을 압수수색 한 것에 대해 "수 시간 뒤져질 때만 해도 부끄러운 것 없으니 괜찮다 자위했는데 막상 종료 후 그들이 돌아가고 나니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며 "그전까진 애정했던 내 것들을 마구 다 버리고만 싶었다. 채광을 위해 환하게 뒀던 창에는 두꺼운 암막 커튼을 달았다"고 했다.

이어 "'그들'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이다. 동시에 그들도 말이고 나도 말에 불과하다. 이것은 자명하다"면서 "나는 내 아버지에게 칼을 겨누기 위해 즈려밟고 더럽혀져야 마땅한 말일뿐"이라고 주장했다.

다혜 씨는 "집요하게 근 10여년 간 모든 사생활이 국민의 알권리로 둔갑해 까발려졌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이러한 일에, 인격이 말살당하는 일에 익숙해지고 무감해지는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다혜 씨는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한 이후 반복적으로 자신의 SNS에 심경을 밝히는 글을 올리고 있다. 그는 지난 3일에는 "가족은 건드리는 거 아닌데 (문 전 대통령은) 엄연히 자연인 신분인데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라며 "이제 더 이상은 참지 않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 "'경제공동체'란 말을 만들어서 성공했던 지라 다시금 추억의 용어를 소환해서 오더(?)를 준 건가"라며 "그런데 우리는 ‘경제공동체’가 아니라 ‘운명공동체’인 가족”이라고도 했다.

그는 지난달 31일에도 엑스 계정에 "그 돌을 누가 던졌을까, 왜 하필 내가 맞았을까"라는 글을 올렸다. 넷플릭스 드라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구절을 인용해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겠는가, 안 났겠는가"라며 "개구리가 되어 보면, 머리는 빙빙 돌고 몸은 늘어져 가고 숨은 가늘어지는데도 ‘그 돌을 누가 던졌을까’, ‘왜 하필 내가 맞았을까’ 그것만 되풀이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30일 다혜 씨 전남편 서모 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하며 다혜 씨의 서울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고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피의자로 적시했다.

서 씨는 2018년 이상직 전 국회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오른 후 이 전 의원이 설립한 태국계 저비용 항공사인 타이이스타젯에 전무이사로 취업했다. 서 씨는 임원으로 근무하며 급여와 태국 이주비 등으로 2억원 이상을 받았는데, 검찰은 이것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성격이라고 보고 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