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단 통해 2030 팬 늘린다더니"…보험회사의 놀라운 결과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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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준 상무 "한화생명 게임단 통해 2030 찐팬 늘릴 것"
김태준 한화생명 LIFEPLUS전략실 실장 인터뷰
“한화생명이 e스포츠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곳에 미래 소비자가 있기 때문입니다”김태준 한화생명 LIFEPLUS전략실 실장(상무)은 지난 12일 한화생명이 직접 e스포츠 게임단을 운영하는 이유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어 김 실장은 “국내 보험업계 소비자의 평균 연령은 50대”라며 “반면 게임과 e스포츠 산업에는 10대부터 30대까지 젊은 세대가 주요 참여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게 마케팅의 기본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보험업계 소비자의 연령이 증가하는 만큼 잠재적 소비자인 2030세대가 많은 게임 산업에서 기회를 찾았다는 얘기다.
한화생명은 지난 2018년부터 e스포츠 게임단을 인수해 한화생명e스포츠(HLE)를 운영 중이다. 국내 금융사 중 게임단을 직접 운영하는 건 한화생명이 유일하다. 일산에 직접 ‘캠프원’이라는 이름의 숙소 겸 연습실을 따로 지을 정도로 각별히 챙긴다. 식당은 물론 헬스장 등 부대시설도 갖추고 있다. 이 같은 지원에 힘입어 HLE는 올해 국내 리그오브레전드 프로 리그인 LCK 2024 서머 스플릿에 창단 첫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지난 8일 경주 실내체육관서 열린 결승전에서 젠지 e스포츠를 세트 스코어 3 대 2로 꺾었다. 연말에 열리는 국제 대회인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도 국내 리그 대표로 참가한다.
다른 기업처럼 ‘네이밍 스폰서’(브랜드를 게임단 이름에 함께 표기하는 후원 계약)만 할 수 있음에도 한화생명이 인수를 택한 건 ‘진정성’을 위해서다. 김 실장은 “(e스포츠 마케팅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려면 결국 우리 스스로 몰입도가 높아져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선 직접 e스포츠 생태계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의 e스포츠 마케팅은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HLE와 연계해 작년 12월에 내놓은 저축보험 상품 가입자의 68%가 20~30대였다. 또한 가입자의 44.5%가 다른 보험 상품에도 가입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e스포츠 게임단은 해외에서도 한화생명 브랜드를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한화생명 게임단이 올해 6월에 베트남에서 개최한 팬 페스타에는 약 1500명이 참석했다. 해당 행사에 지원한 팬은 참석자의 열 배인 1만 5000여명에 달했다. 행사 참여 인원의 30.5%는 HLE 게임단을 통해 한화생명을 처음 알게 됐다고 답했다.
김태준 실장은 e스포츠 마케팅의 궁극적인 목표는 팬덤 구축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한화생명이라는 브랜드명을 20대, 30대가 육성으로 말할 일이 일상에선 거의 없다”라며 “하지만 e스포츠 게임단이 대회에서 활약하면 자연스레 ‘한화생명’이라는 이름을 사람들이 진심으로 외치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HLE를 통해 한화생명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더 나아가 한화생명의 팬덤을 구축하겠다는 설명이다.
한화생명처럼 e스포츠 마케팅에 뛰어드는 기업은 늘어나고 있다. 먼저 우리은행은 LCK 대회를 지난 2019년부터 6년째 공식 후원하고 있다. OK저축은행, BNK금융그룹, 신한은행 등은 게임단을 후원하고 있다. 통신사인 SK텔레콤, KT와 식품 기업 농심은 직접 게임단을 운영 중이다. LG유플러스는 게임단과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있다. 완성차 업체인 기아는 ‘디플러스 기아’와 네이밍 스폰서십을 체결 중이다. 현대차그룹, LG전자, 삼성전자 등도 게임단과 파트너십을 맺고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 기업 중에선 광동제약이 네이밍 스폰서를 진행 중이고 JW중외제약은 LCK 리그를 후원 중이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