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영화로 보여주는 것이 더 많은, 이와이 슌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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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
② 이와이 슌지 감독
② 이와이 슌지 감독
한국에서 일본 영화가 정식으로 수입되기 시작한 1998년, 당시 유입되었던 일본 영화 중에 한국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았던 영화는 바로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 레터> (1999) 다. 잘못 배달된 편지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러브 레터>는 한국에서 멜로 영화 열풍을 일으킬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이후로도 이와이 슌지 감독은 <립반윙클의 신부>(2016), <릴리 슈슈의 모든 것>(2005), <키리에의 노래>(2023) 등의 서정적이면서도 독보적인 정체성을 가진 영화들을 꾸준히 연출했다. 이번 제천국제영화제에서 국제 장편 부문의 심사위원으로 초청된 이와이 슌지 감독을 만나 그가 생각하는 영화와 영화 속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작년 <키리에의 노래>로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한 이후에 다시 한국을 찾은 것이다. 그동안 한국의 영화제들에 수 차례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기억에 남는 방문이 있는가?
"언젠가 부산영화제에 갔을 때 해운대 바닷가에 있던 포장마차에서 동료들과 술을 마셨던 것이 내겐 좋은 추억이다. 그리고 또 생각나는 것은 배두나 씨와 <장옥의 편지>라는 단편을 찍을 때다. 겨울이었는데 그때의 서울이 얼마나 추웠는지 종일 촬영하고 사우나에 가면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웃음). ▷한국영화에 대해서 이와이 슌지 감독은 어떤 인상을 가지고 있나.
"최근의 한국영화를 보고 흥미롭다고 느낀 적이 많았다. 재미있고 엣지 있는 작품, 엔터테이닝한 작품, 그리고 그와는 또 정반대의 아트 하우스 영화들이 산재해 있다고 느꼈고, 다채롭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제천이라는 도시에, 음악영화제 (의 심사위원으로)로 방문하는 것은 처음으로 알고 있는데 소감이 어떤가?
"음악영화라는 장르로 심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다만 분야가 완전히 다른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같이 심사해야 해서 조금 어렵긴 하다. 제천이라는 도시는 처음이다. 지금 인터뷰가 이루어지는 장소도 그렇고 (제천 리솜 포레스트) 주변에 산이 많아서 무척 아름다운 곳이다. 서울 가까이에 이렇게 대자연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
▷감독님 작품들의 영화음악은 대체로 매우 인상적이다. 평소 작업할 때 음악에 대한 특별한 철학이나 기준이 있는가?
"철학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다. 나는 18살 때부터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영화의 음악 작업도 그때부터 같이 해 온 것 같은데 (이와이 슌지 감독은 영화의 음악도 본인이 직접 참여한다) 영화와 소설을 쓸 때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면 영화의 음악을 만들 때나 누군가와 작업을 할 때는 (이야기적인 요소에 구애받지 않고) 좀 더 추상적으로 자유롭게 내가 가진 심연의 감정을 표현하는 편이다. 다시 말해 영화와 소설을 쓸 때는 관객과 독자를 생각해 타협을 하는 편이지만 음악을 할 때는 그렇지 않다."
▷주로 음악 작업을 함께 작업하고 있는 아티스트들, 혹은 했던 아티스트에 대해서 소개해 줄 수 있나?
"고바야시 다케시 프로듀서와 가장 오랫동안 작업을 해 오고 있다. 일본의 J-pop 업계에서는 정상에 있는 프로듀서이다. 나와는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2006) 시절부터 함께 하고 있는데, 내게 도움을 많이 준다. 그와 함께 한 O.S.T 협업에 대해서만큼은 자부심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올해 맡은 역할은 해외 경쟁 장편 섹션이다. 라인업을 보니 꽤 좋은 작품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작품들에 대한 전반적인 인상은 어떤가?
"작품 하나하나가 매우 다르고 다양하다고 느꼈다. 좀 겹치거나 비슷한 작품도 있을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놀랐다." (웃음).
▷일본 작품을 포함해 최근에 본 영화 중 음악이 인상 깊었던 작품이 있었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음악이 정말 좋았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히사이시 조와 계속 작업을 해 왔는데 이번만큼은 다른 사람이 했나 할 정도로 다른 느낌이어서 놀랐다. 이번에 알고 보니 과거에 했던 스타일 보다 이번 작업이 오히려 더 히사이시 조가 원래 선호하는 스타일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영화의 프로듀서, 스즈키 토시오로부터 전해 들었다. 사실 이런 스타일을 더 좋아하지만 그럴 기회가 없었던 것뿐이었던 것이다." ▷제천에서는 영화 상영뿐 아니라 많은 공연 행사도 함께 열린다. 올해 역시 많은 공연들이 준비되어 있는데 혹시 볼 생각이 있는지?
"사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공연을 많이 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어제 <태극기를 휘날리며>의 30주년 기념 상영과 오케스트라 공연을 관람했다. 영화 속 배경이나 몇몇 사건이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정말 힘든 시절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뒤에 이어진 오케스트라 공연도 영화에 대한 상념 때문인지 더더욱 감동적이었다." ▷현재 진행 중인 작품은 어떤 작품인가.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지금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중이라서 뭔가 윤곽이 나오면 어떻게든 공유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다."
▷제천 이후로 서울에 잠깐 머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의 일정을 간단히 공유한다면?
"일단 만나고 싶었던 지인들을 만나고, 무엇보다 좋아하는 음식인 불고기를 먹고 싶다." (웃음).
이와이 슌지 감독과의 인터뷰는 쉽지 않기로 유명하다. 그가 질문에 지극히 짧게 대답을 할 뿐만 아니라 매우 오랜 시간 동안 진행자와의 만남과 답변에 고심을 하기 때문이다. 이번 인터뷰 역시 쉬운 과정은 아니었지만 확실한 것은 그가 우리에게 지금껏 보여준 영화, 혹은 소설 등의 작품들 보다 그에게, 아니 그의 말을 빌리자면, “그의 심연에" 아직 신비롭고 엄청난 것들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영화들이 그랬듯, 그는 해야 할 말 보다 보여 줄 것이 더 많은 사람이다. 그의 답변과 그 행간에서 그가 영화에 대해 아직까지도 사랑하고 아끼는 것들이 많은지, 그리고 깊게 탐구하고, 집요한 시선으로 그려내고자 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었다. 과연 이와이 슌지의 전설은 지금도 우리 모두의 ’심연‘에서 계속되고 있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이후로도 이와이 슌지 감독은 <립반윙클의 신부>(2016), <릴리 슈슈의 모든 것>(2005), <키리에의 노래>(2023) 등의 서정적이면서도 독보적인 정체성을 가진 영화들을 꾸준히 연출했다. 이번 제천국제영화제에서 국제 장편 부문의 심사위원으로 초청된 이와이 슌지 감독을 만나 그가 생각하는 영화와 영화 속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작년 <키리에의 노래>로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한 이후에 다시 한국을 찾은 것이다. 그동안 한국의 영화제들에 수 차례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기억에 남는 방문이 있는가?
"언젠가 부산영화제에 갔을 때 해운대 바닷가에 있던 포장마차에서 동료들과 술을 마셨던 것이 내겐 좋은 추억이다. 그리고 또 생각나는 것은 배두나 씨와 <장옥의 편지>라는 단편을 찍을 때다. 겨울이었는데 그때의 서울이 얼마나 추웠는지 종일 촬영하고 사우나에 가면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웃음). ▷한국영화에 대해서 이와이 슌지 감독은 어떤 인상을 가지고 있나.
"최근의 한국영화를 보고 흥미롭다고 느낀 적이 많았다. 재미있고 엣지 있는 작품, 엔터테이닝한 작품, 그리고 그와는 또 정반대의 아트 하우스 영화들이 산재해 있다고 느꼈고, 다채롭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제천이라는 도시에, 음악영화제 (의 심사위원으로)로 방문하는 것은 처음으로 알고 있는데 소감이 어떤가?
"음악영화라는 장르로 심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다만 분야가 완전히 다른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같이 심사해야 해서 조금 어렵긴 하다. 제천이라는 도시는 처음이다. 지금 인터뷰가 이루어지는 장소도 그렇고 (제천 리솜 포레스트) 주변에 산이 많아서 무척 아름다운 곳이다. 서울 가까이에 이렇게 대자연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
▷감독님 작품들의 영화음악은 대체로 매우 인상적이다. 평소 작업할 때 음악에 대한 특별한 철학이나 기준이 있는가?
"철학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다. 나는 18살 때부터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영화의 음악 작업도 그때부터 같이 해 온 것 같은데 (이와이 슌지 감독은 영화의 음악도 본인이 직접 참여한다) 영화와 소설을 쓸 때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면 영화의 음악을 만들 때나 누군가와 작업을 할 때는 (이야기적인 요소에 구애받지 않고) 좀 더 추상적으로 자유롭게 내가 가진 심연의 감정을 표현하는 편이다. 다시 말해 영화와 소설을 쓸 때는 관객과 독자를 생각해 타협을 하는 편이지만 음악을 할 때는 그렇지 않다."
▷주로 음악 작업을 함께 작업하고 있는 아티스트들, 혹은 했던 아티스트에 대해서 소개해 줄 수 있나?
"고바야시 다케시 프로듀서와 가장 오랫동안 작업을 해 오고 있다. 일본의 J-pop 업계에서는 정상에 있는 프로듀서이다. 나와는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2006) 시절부터 함께 하고 있는데, 내게 도움을 많이 준다. 그와 함께 한 O.S.T 협업에 대해서만큼은 자부심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올해 맡은 역할은 해외 경쟁 장편 섹션이다. 라인업을 보니 꽤 좋은 작품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작품들에 대한 전반적인 인상은 어떤가?
"작품 하나하나가 매우 다르고 다양하다고 느꼈다. 좀 겹치거나 비슷한 작품도 있을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놀랐다." (웃음).
▷일본 작품을 포함해 최근에 본 영화 중 음악이 인상 깊었던 작품이 있었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음악이 정말 좋았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히사이시 조와 계속 작업을 해 왔는데 이번만큼은 다른 사람이 했나 할 정도로 다른 느낌이어서 놀랐다. 이번에 알고 보니 과거에 했던 스타일 보다 이번 작업이 오히려 더 히사이시 조가 원래 선호하는 스타일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영화의 프로듀서, 스즈키 토시오로부터 전해 들었다. 사실 이런 스타일을 더 좋아하지만 그럴 기회가 없었던 것뿐이었던 것이다." ▷제천에서는 영화 상영뿐 아니라 많은 공연 행사도 함께 열린다. 올해 역시 많은 공연들이 준비되어 있는데 혹시 볼 생각이 있는지?
"사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공연을 많이 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어제 <태극기를 휘날리며>의 30주년 기념 상영과 오케스트라 공연을 관람했다. 영화 속 배경이나 몇몇 사건이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정말 힘든 시절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뒤에 이어진 오케스트라 공연도 영화에 대한 상념 때문인지 더더욱 감동적이었다." ▷현재 진행 중인 작품은 어떤 작품인가.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지금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중이라서 뭔가 윤곽이 나오면 어떻게든 공유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다."
▷제천 이후로 서울에 잠깐 머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의 일정을 간단히 공유한다면?
"일단 만나고 싶었던 지인들을 만나고, 무엇보다 좋아하는 음식인 불고기를 먹고 싶다." (웃음).
이와이 슌지 감독과의 인터뷰는 쉽지 않기로 유명하다. 그가 질문에 지극히 짧게 대답을 할 뿐만 아니라 매우 오랜 시간 동안 진행자와의 만남과 답변에 고심을 하기 때문이다. 이번 인터뷰 역시 쉬운 과정은 아니었지만 확실한 것은 그가 우리에게 지금껏 보여준 영화, 혹은 소설 등의 작품들 보다 그에게, 아니 그의 말을 빌리자면, “그의 심연에" 아직 신비롭고 엄청난 것들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영화들이 그랬듯, 그는 해야 할 말 보다 보여 줄 것이 더 많은 사람이다. 그의 답변과 그 행간에서 그가 영화에 대해 아직까지도 사랑하고 아끼는 것들이 많은지, 그리고 깊게 탐구하고, 집요한 시선으로 그려내고자 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었다. 과연 이와이 슌지의 전설은 지금도 우리 모두의 ’심연‘에서 계속되고 있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