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슐리퀸즈 스타필드마켓 죽전점' 오픈 첫날 샐러드바를 이용하는 고객들. 사진=이랜드이츠 제공
'애슐리퀸즈 스타필드마켓 죽전점' 오픈 첫날 샐러드바를 이용하는 고객들. 사진=이랜드이츠 제공
외식업계 불황에도 뷔페가 때아닌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외식 물가 부담이 커지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뷔페 레스토랑에 수요가 몰리면서다. 핀테크기업 핀다가 발표한 ‘7월 전국 외식업 상권 기상도’에 따르면 국내 외식업 전체 매출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뷔페(11.4%)와 패스트푸드(1.75%)만 늘었다. 매출 회복에 탄력이 붙은 뷔페 업체는 공격적인 출점을 이어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가성비 뷔페로 꼽히는 애슐리퀸즈를 두고선 ‘애세권’(애슐리퀸즈가 가까이 있는 생활권)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동네 상권에 새로 입점하면 인근 주민들로부터 크게 주목받으면서다. 애슐리퀸즈는 평일 점심 1만원, 주말 2만원대로 다양한 음식을 제공해 소비자 반응이 좋다. 최근 오픈하는 곳마다 ‘오픈런’(물건을 구매하고자 영업시간 전부터 줄을 서서 대기하는 것) 행렬이 이어지며 인기를 끌고 있다.
오픈 첫날 한 시간 만에 대기번호가 100번이 훌쩍 넘은 모습. 사진=김세린 기자
오픈 첫날 한 시간 만에 대기번호가 100번이 훌쩍 넘은 모습. 사진=김세린 기자
지난달 29일 이마트 죽전점을 리뉴얼(재단장) 오픈에 맞춰 들어선 ‘애슐리퀸즈 스타필드마켓 죽전점’은 오픈 첫날부터 ‘대박’이 났다는 설명. 이랜드이츠에 따르면 이 매장은 이날 전체 애슐리퀸즈 매장 중 2번째로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당일 매장을 이용한 고객은 900명을 넘어섰다. 오픈 당일 선착순 100명 한정으로 매장 이용 고객 대상 럭키박스 1만원 구매 이벤트를 진행한 영향도 컸다. 회사 관계자는 “새벽 6시부터 현장 대기가 이어져 7분 만에 한정 수량이 마감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오픈 둘째 날이었던 지난달 30일에는 전체 매장 기준, 일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죽전 지역 인근 상권에 이렇다 할 뷔페 레스토랑이 없는 탓에 동네 주민들의 발걸음이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랜드이츠 관계자는 “죽전 지역의 소비자들이 애슐리퀸즈에 뜨거운 반응을 보인다”면서 “죽전점은 오픈 이후 일주일간 계속해서 매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슐리퀸즈 AK기흥점' 오픈 당일 대기 고객이 몰린 모습. 사진=이랜드이츠 제공
'애슐리퀸즈 AK기흥점' 오픈 당일 대기 고객이 몰린 모습. 사진=이랜드이츠 제공
지난달 2일 오픈한 ‘애슐리퀸즈 AK기흥점’도 오픈 당일 전체 매장 중 일 매출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그에 앞서 지난 3월 생긴 ‘애슐리퀸즈 롯데아울렛 기흥점’도 같은 날 일 매출 최상위권을 달성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9월 남양주에 문을 연 ‘애슐리퀸즈 다산점’ 역시 오픈 당일 일 매출 1위를 기록하고 현재까지 매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자기 거주지가 ‘애세권’이 되길 기다린 소비자가 많았다는 걸 보여주는 지표”라고 했다.

앞서 이랜드이츠는 외식업계가 어려움을 겪던 시기 브랜드 안정화를 위해 일부 애슐리 매장을 폐점하고 프리미엄 콘셉트의 애슐리퀸즈로 일원화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외식 수요가 줄고 뷔페가 감염 취약 시설로 여겨지면서 수요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 이전 95개에 달했던 애슐리퀸즈 매장은 2022년엔 59로 줄었다. 이 과정에서 강남 지역 학부모들 사이 ‘만남의 장소’로 통했던 애슐리W 강남역점도 문을 닫았다. 하지만 가성비 뷔페 레스토랑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지난 7월 12일 애슐리퀸즈 강남점으로 재오픈했다.

애슐리퀸즈 매장은 현재 스타필드마켓 죽전점으로 100호점까지 늘었다. 현재 회사는 매달 3~4곳의 매장을 새로 선보이고 있는데, 올해 말까지 애슐리 매장을 12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5년에는 150곳까지 매장을 확대해 전국으로 상권을 넓혀갈 방침. 현재는 집객 효과가 보장된 수도권과 신도시를 중심으로 매장을 오픈하고 있으나 이를 지방 지역으로도 확대한다. 올해 기준 회사는 대전과 부산, 대구, 경상, 충청 지역에 각각 애슐리퀸즈를 들여왔다.

애슐리퀸즈 관계자는 “애슐리퀸즈는 가족 모임이나 직장인 회식 장소로 주목받게 됐고, 이에 자신의 생활권에 들어온 애슐리퀸즈에 빠르게 방문하거나 새로 오픈하길 기다리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신규 오픈 소식을 전할 때마다 해당 지역 오픈에 환호하시거나 본인 거주 지역에도 오픈을 요청하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CJ푸드빌 빕스 동탄 롯데백화점점. 사진=CJ푸드빌 제공
CJ푸드빌 빕스 동탄 롯데백화점점. 사진=CJ푸드빌 제공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빕스(VIPS)도 최근 뷔페 인기에 힘입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핵심 상권에 잇따라 점포를 열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빕스 ‘은평롯데점’, ‘대전현대아울렛점’, ‘동탄롯데백화점점’ 등 3개의 신규 매장을 열면서 매장 수가 30개를 돌파했다. 지난 4월 오픈한 은평롯데점은 개점 1개월 만에 방문객 수 1만명을 넘어서며 매출과 방문객 수 기준 모두 전국 빕스 매장 중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성인 기준 샐러드바 이용 가격이 3만~4만원대에 달하지만, 가격 대비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통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소비자들이 가성비 뷔페를 더 선호하는 현상은 더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핀테크기업 핀다에 따르면 뷔페 업종의 지난 7월 건당 평균 결제액은 7만2333원으로 지난달(7만6819원)보다 5.85% 급감했다. 즉석 떡볶이 뷔페 브랜드 ‘두끼’는 성인 기준 1만900원, 학생 9900원이라는 가격에 푸짐한 양을 제공해 가족 단위와 커플 등 수요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평균 8500원~1만원대 가격으로 한식 점심을 제공하는 뷔페들이 서울 주요 상권에 자리하면서 직장인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