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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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에도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는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낼 전망이다. 미국 주식 주간거래 중단 사태가 길어지면서다. 연휴가 끝나자마자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밤에 거래해야 하기 때문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가 제공하는 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는 일시 중단된 상태다. 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는 국내 증권사가 미국 주식시장의 야간 거래 시간(한국시간 9~17시)에 제공하는 서비스다.

국내 19개 증권사 모두 미국 대체거래소(ATS) 블루오션을 통해 해당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블루오션이 지난달 5일 거래체결 시스템 장애로 오후 2시45분 이후 체결된 거래를 일괄 취소한다고 공지하며 초유의 사태가 터졌다. 이에 따라 국내 19개 증권사에서 6300억원(약 9만계좌)에 달하는 거래금액이 취소됐다.

국내 19개 증권사는 시스템 장애가 재발할 수 있다고 보고 지난달 16일부터 주간거래를 일시 중단했다. 증권사들은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공동 대응하고 있다. 다만 주간거래 서비스가 다시 제공되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시스템 안정성을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블루오션을 대체할 거래소도 없다. 현재 한국시간으로 주간에 거래할 수 있는 ATS는 블루오션뿐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섣부르게 서비스를 재개했다가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국내 투자자들의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며 "블루오션 거래대금 대부분은 한국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블루오션 주문량의 대부분은 한국과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차지하며, 이 가운데 한국인 비중은 70%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금투협에도 '서비스를 재개하라'는 개인 투자자들의 전화가 걸려오고 있지만, 체결됐던 거래가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만큼 안정성을 철저히 검증하는 게 우선"이라며 "현장 실사 등 모든 검증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비스 재개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REUTERS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REUTERS
사태가 길어지며 연휴 기간 서학개미의 불면의 나날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휴가 끝나자마자 전 세계가 주목하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도 예정돼 있어 거래하지 않고 넘어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FOMC 결과는 19일 새벽(한국시간) 공개될 예정이다. 미국 기준금리(연 5.25~5.5%) 지난해 7월부터 1년 이상 동결된 상태다.

시장에선 9월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고용지표가 악화하는 등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지면서다. 관심은 기준금리 인하 폭이다. 다만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에 부합하며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낮아진 상황이다.

박윤철 iM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봤을 때, 금리 인하가 주가에 마냥 긍정적일지는 알 수 없다"며 "경기 둔화 우려와 금리인하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어적이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낮은 투자상품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iM증권은 중·단기적 시각으로 봤을 때, '뱅가드 리얼 에스테이트(VNQ)', 'SPEF S&P 바이오테크(XBI)' ETF가 금리 인하기에 투자하기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VNQ는 미국 대표 리츠 ETF다. 경기가 불안한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배당을 받을 수 있고, 금리가 하락하면 부동산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봤다. XBI는 바이오테크 ETF다. 바이오는 금리 인하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장기적으로 봤을 땐 미국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통상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이 올라 자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채권 이자율의 투자매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박 연구원이 제시한 상품은 미국 장기 국채 ETF인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 국채'(TLT)다. TLT는 만기 20년 이상인 국채를 담고 있는 지수를 추종한다. 채권형 ETF는 금리 방향성을 예측해 시세차익을 추구할 수 있다. 또 경기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안전 자산인 채권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