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패럴림픽 공기소총 종목에 출전한 서훈태 선수가 지난달 31일 경기에서 과녁을 조준하고 있다. 서 선수는 10m 공기소총 종목에서 동메달을 땄다.  /로이터연합뉴스
파리 패럴림픽 공기소총 종목에 출전한 서훈태 선수가 지난달 31일 경기에서 과녁을 조준하고 있다. 서 선수는 10m 공기소총 종목에서 동메달을 땄다. /로이터연합뉴스
파리 패럴림픽 10m 공기소총 종목에서 동메달을 딴 서훈태 선수(39)는 2008년까지 제9공수특전여단에서 복무한 특전사 부사관 출신이다. 공수 훈련 중 수상정에서 떨어졌다. 척추(경추)를 다쳐 지체장애 1급이 됐다. 다치기 전까지 그는 마라톤, 철인 3종 경기를 즐기던 ‘운동광’이었다. 남들보다 못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던 서 선수는 다친 뒤 2년 동안 병원 밖을 나가지 않았다.

달라진 계기는 장애인 탁구 국가대표 선수들을 마주친 뒤였다. 2010년 대전 보훈병원 근처에서 합숙 훈련을 하던 탁구 국가대표 선수들을 보고 희망을 품었다. 이후 약 6년간 장애인 럭비와 장애인 탁구를 병행했다.

두 종목을 거친 서 선수는 2018년부터 스포츠 사격에 천착했다. 럭비와 탁구는 신체 조건에 딱 맞지 않았고, 재능이 없다는 생각도 자주 했다. 서 선수는 결국 군 생활에 들었던 소총을 다시 잡았다. 스포츠 사격용 소총은 무게와 방아쇠 압력, 반동 등에서 군용 총과 달랐다. 특전사 출신인 서 선수도 익숙함보단 낯섦을 느꼈다. 지난 11일 서울 서초동 코오롱스포렉스에서 만난 서 선수는 “주말도 반납하고 매일 약 200발을 격발하며 연습에 힘을 쏟았다”며 메달을 딸 수 있었던 비결을 설명했다.

서 선수는 지난달 31일 공기소총 결승전에서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다. 서 선수는 경기 중반인 16발째까지 1위를 지켰지만, 후반에 흔들리며 3위로 마무리했다. 서 선수는 “평소 격발을 천천히 했는데, 그날따라 제한 시간이 적힌 시계를 보면서 정신력이 흔들렸다”며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격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쉬움이 남지만 다음 대회에는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한다”며 “계속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서 선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패럴림픽 선수들에게 축전의 메시지를 보내며 언급한 당사자로도 화제를 모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SNS를 통해 “특전사 복무 중 부상으로 장애를 입은 사격 서훈태 선수의 동메달은 그 자체로 감동의 역전 드라마”라고 평가했다. 이달 10일 국무회의에서도 “특전사에 근무하다가 장애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격에 출전한 서훈태 선수 등 모두가 기적의 주인공”이라고 격려했다.

서 선수가 사격 선수로 자리 잡은 데에는 코오롱의 지원도 한몫했다. 사격 은 연습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사격에 필요한 휠체어 모델과 사격 장비, 탄환, 사격장 대여비 등을 합치면 500만~600만원이 훌쩍 넘는 스포츠다. 개인 차원에서 계속 유지하기 어려운 비용이다. 서 선수는 “2021년 코오롱 선수단에 입단하면서 여유가 생겼다”며 “이번 패럴림픽 때도 코오롱 스포츠단 직원들이 파리까지 와 숙소 이동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덕분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