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상품권 쓰러 왔어요"…전통시장 '북적'
지난 11일 서울 방학동도깨비시장(사진). 추석 연휴를 사흘 앞두고 오전부터 장을 보러 온 시민들로 북적댔다. 한 손에 봉지를, 다른 손에는 온누리상품권을 든 김영주 씨는 “차례상에 올릴 사과와 배를 사면서 온누리상품권을 환급받았는데, 이걸로 손주들에게 간식거리를 사주려 한다”고 말했다.

시장을 둘러보니 대형마트보다 싸게 파는 성수품이 많았다. 사과(홍로) 5개와 배(신고) 3개를 각각 1만원에 팔고 있었다. 소고기(양지·100g)는 4500원, 돼지고기(앞다리·100g)는 1300원에 판매했다. 상대적으로 비싼 성수품도 있었다.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채소와 수산물 가격이 주로 올랐다. ‘삼겹살보다 비싸다’는 시금치는 한 단(400g)에 1만3000원, 배추는 1포기에 1만원이었다.

전통시장에선 각종 환급과 할인 행사가 장바구니 물가를 낮추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액면가의 30%를 할인해 구입할 수 있는 농할상품권과 구매 금액의 30%(최대 2만원)를 돌려받는 온누리상품권을 쓰는 소비자를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할인(환급) 혜택을 고려하면 차례상에 올라가는 시금치와 배추는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방학동도깨비시장 관계자는 “온누리상품권은 하루 환급액만 800만~900만원 수준”이라며 “각종 행사를 활용해 ‘알뜰 소비’하는 소비자가 많다”고 전했다.

시장도 활기가 돌았다. 도깨비시장에서 40년 넘게 장사하는 이익재 씨는 “주로 노년층이 찾는 시장인데, 이젠 젊은이들도 모바일상품권을 쓰러 이곳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도 정부의 정책 지원 등으로 할인 판매하는 성수품을 볼 수 있었다. 도깨비시장 인근 하나로마트 창동점은 정부와 유통업체의 할인 지원 등으로 동태(400g·2팩)를 1만1800원에서 6380원으로 40% 이상 낮춰 팔았다. 포기당 배추 가격을 6780원에서 5420원으로 낮춰서 판매하자 이날 낮 12시를 조금 지난 시각에 판매 물량이 소진됐다.

시장에서 만난 일부 상인은 온누리상품권과 농할상품권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온누리상품권은 권면금액의 60% 이상을 구매해야 잔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데, 이런 사실을 모르는 소비자가 불만을 제기하는 일이 많다고 전했다.

글=이광식 기자/사진=임형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