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의 신한울 3·4호기가 신청 8년 만에 원자력안전위원회 심사를 통과했다. 신규 원전 허가는 2016년 6월 새울 3·4호기 이후 8년3개월 만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탈원전 폐기,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에 본격 시동이 걸렸다. 탈원전 정책 여파로 심각한 타격을 본 국가 에너지 수급체계의 정상 복귀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신한울 3·4호기는 탈원전 평지풍파의 한복판에서 표류해 온 상징적 사업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허가가 백지화됐다가 2022년 7월 심사가 재개된 뒤 마침내 건설 승인이 났다. 2032년께 완공되면 국내 원전은 총 30기로 늘어나 인공지능(AI) 시대 전력난 해소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조치는 원자력을 무탄소 에너지의 핵심으로 삼는 세계 흐름과 부합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원전이 ‘넷제로 달성의 필수’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영국 폴란드 체코 네덜란드 등이 신규 원전을 건설하고 미국 일본 등이 정지된 원전 재가동에 나선 배경이다. 미국 프랑스 영국 등은 소형모듈원전(SMR) 기술 개발을 위한 예산 지원에 발 벗고 나섰다.

한국도 지난 5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에서 원전 활용도 제고 의지를 분명히 했다. 신규 원전 3기 추가 건설, 10기 수명 연장, SMR 투자 등 원전 생태계 복원 구상을 밝혔다. 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 발전)의 간헐성·고비용 단점을 원전으로 보완해가며 2038년까지 생산량의 70%를 무탄소 전기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탈원전 미련을 못 버린 야당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신규 원전 건설이 포함된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해 최종 발표가 기약 없이 늦춰지고 있다. 그사이 전력수요가 급증해 올여름만 해도 예비전력률 10%를 밑도는 날이 속출했다.

AI·반도체·데이터·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산업은 모두 ‘전기 먹는 하마’다. 저렴한 양질의 전력인 원전 뒷받침 없이는 경제안보 시대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원전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끝내고 송·배전망 등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붙여야 하는 이유다. 자칫 공장이 멈추고 에어컨이 중단되는 날을 맞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