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 400명 유학생 도주 사건의 전말
2017년 가을, 지방의 한 사립대에서 발생한 베트남 유학생 집단 도주 사건은 그해 대학가의 최고 화제였다. 기숙사에 묵고 있던 약 400명의 학생이 학기 시작 두 달여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건이었다. 규모가 컸던 데다 지방 대학을 불법 체류의 통로로 활용한 사례여서 꽤나 심각한 문제였다.

이 일로 그 사립대는 교육부 제재를 받았다. 다른 대학들이 중국에 매달릴 때 일찌감치 베트남으로 눈을 돌려 주변의 부러움을 샀던 일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하지만 인근 도시의 표정은 달랐다고 한다. 뜻하지 않은 ‘인력 행운’ 덕분이었다. 짐작건대 야간 관광버스에 실려 밤길을 달린 20대 초반의 베트남 젊은이들은 전북의 도시뿐만 아니라 전국의 공장, 식당, 농장으로 뿔뿔이 흩어졌을 것이다.

국립 군산대의 신선한 '유학 실험'

7년 전 얘기지만 우리 이민 정책의 딜레마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다시 한번 곱씹어볼 만하다. 올해로 20년째인 한국의 외국인 근로자 정책은 ‘단기 노동 유입’에 초점을 맞춘 구조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수많은 대학이 해외 고급 두뇌 유치와 지방 소멸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저개발 국가의 유학생을 대거 유치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학업을 마치면 고향으로 돌아간다. 잔류한 이들이 향하는 곳은 불법 체류의 멍에를 쓴 채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음지다.

얼마 전 서울대에 재학 중인 베트남 유학생들의 모임에 끼어서 차담을 나눈 일이 있다. 공대생은 대부분 영어에 능통했고, 인문계 학생의 상당수는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대부분 베트남 중산층 이상의 자녀다. 이들에게 졸업 후 한국에 남을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10여 명 중 딱 1명만 “K컬처에 관심이 많아서 조금 더 머무르고 싶은데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직업을 찾을 수 없다”며 곧 돌아갈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대에서 데이터 사이언스를 전공하는 교수에게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수학과 물리학에 뛰어난 베트남 유학생이 많아 서울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뒤 국내 대기업을 택하도록 유도하지만, 이들을 원하는 기업이 거의 없더라는 것이다. 결국 두뇌 유입을 위한 열쇠는 양질의 일자리라는 얘기다.

'해외 두뇌' 위한 일자리 고민해야

이와 관련해 군산대가 올해 처음 도입한 실습연계형 유학생 유치는 노동 유입과 두뇌 유입의 공존을 가능하게 할 실험으로 주목할 만하다. 베트남 대학에서 2년 이상 재학 중인 학생을 대상으로 1년6개월간 기업 현장(주당 40시간)과 학교 강의실을 오가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하는 방식이다. 유학생은 현장 실습으로 월 200만원가량을 수당으로 받으므로 불법 체류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고,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예 숙련기능공으로 한국에 정착할 수도 있다. 학업을 마치면 숙련기능인력(E-7) 비자와 전라북도 지역특화형(F-2-R)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차제에 서울대 등 주요 공대도 이 같은 방식의 해외 유학생 유치를 적극 도입하면 어떨까. 해외 ‘고급 두뇌’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어야 ‘유럽의 실패’를 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