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공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디어 에반 핸슨>, <시카고>, <오페라의 유령>처럼 뮤지컬이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알라딘>, <스쿨 오브 락>처럼 영화도 공연으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연말 시즌이 다가오면서 영화와 뮤지컬로 만들어져 사랑받은 작품들이 관객을 만날 준비가 한창이다.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연극이 있는가 하면 뮤지컬이 호평받아 영화로도 제작된 작품들이 연말 공연계를 장식할 예정이다.
영화는 연극으로, 뮤지컬은 영화로…장르 넘나드는 공연들
동독 민간인 사찰 그린 연극 <타인의 삶>

오는 11월 연극 <타인의 삶>이 초연 무대에 오른다. 독일 영화감독 플로리안 헨켈 본 도너스마르크의 동명 영화 <타인의 삶>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직전인 1980년대 동독을 배경으로 한다. 방첩 기관 슈타지의 민간인 사찰을 소재로 비밀경찰 비즐러가 연인 사이인 동독 최고의 극작가 드라이만과 인기 배우 크리스타를 감시하면서 겪는 심리 변화를 그린다. 두 연인의 순수한 사랑과 예술을 향한 열정을 목격하며 비즐러가 조직에 대한 충성에 금이 가기 시작하는 심리적 갈등을 첨예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2006년 발표한 이후로 전 세계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2007년 아카데미상 외국어 영화부문, 영국 아카데미상인 BAFTA에서는 2008년 비영어 부문에서 수상한 걸작이다. 한국에서도 별다른 홍보 없이 4만 관객을 불러 모으는 등 독일 예술영화치고는 이례적인 흥행에 성공했다.

연극으로 재탄생한 <타인의 삶>은 배우 손상규가 직접 각색과 연출을 맡는다. 주인공인 동독 비밀경찰 비즐러는 윤나무와 이동휘가 연기한다. 극작가 드라이만은 정승길과 김준환, 크리스타는 최희서가 분한다. 오는 11월 27일부터 2025년 1월 19일까지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영화는 연극으로, 뮤지컬은 영화로…장르 넘나드는 공연들
영화계 들썩이게 한 <몽상가들>의 재탄생…뮤지컬 <홀리 이노센트>

창작 뮤지컬 <홀리 이노센트>는 많은 영화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영화 <몽상가들>로 유명한 소설 <더 드리머스(The Dreamers)>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 소설은 1968년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다. 당시 프랑스와 미국 등 서구권 국가 전반에서 벌어진 반정부 운동 '68혁명'이 한창이었다. 영화 애호가인 미국인 유학생 매튜가 파리에서 쌍둥이 남매 테오와 이자벨을 만나 갈등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혁명의 물결 속 미성숙한 청춘들이 자신만의 이상을 품고 갈등하고 저항하는 60년대 저항정신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탈리아 영화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가 제작한 영화 <몽상가들>은 2003년 공개되자마자 파격적인 수위와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영화계에 큰 화제를 모았다.

소설의 감각적인 언어와 영화의 미학이 뮤지컬로 재탄생해 초연 무대에 오른다. 영화광 매튜 역에는 유현석, 윤은오, 최재웅이 캐스팅됐다. 쌍둥이 남매 ‘테오’ 윤승우, 문유강, 김재한, 이사벨은 정우연, 선유하, 이은정이 연기한다. <홀리 이노센트>는 오는 9월 27일부터 12월 8일까지 서울 대학로 링크아트센터드림에서 공연한다.
영화는 연극으로, 뮤지컬은 영화로…장르 넘나드는 공연들
요절한 천재 작곡가의 자전적 이야기 <틱틱붐>

<틱틱 붐>은 반대로 뮤지컬을 원작으로 영화가 제작된 작품이다. 브로드웨이 역사상 11번째로 장기 공연한 걸작 뮤지컬 <렌트>를 만든 조나단 라스가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공연이다.

조나단 라스는 35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미국의 천재 작곡가다. 조나단 라스 본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틱틱붐>은 현실과 예술 사이에서 치열하게 갈등하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가난한 젊은 음악가 조나단 라스의 삶을 따라간다.

<틱틱붐>은 1990년 1인극으로 첫선을 보인 후 2001년 3인극으로 각색돼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다. 2021년에는 넷플릭스에서 영화 <틱, 틱…붐!>을 제작해 골든글로브 뮤지컬 작품상 후보에 오르고 크리틱스 초이스에서 뮤지컬 부문 작품상을 받는 등 호평을 받았다. 주인공 조나단 라스를 연기한 앤드류 가필드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상, 미국배우조합상,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2001년 한국 초연 무대에 오른 뮤지컬 <틱틱붐>은 2010년 공연 이후 14년 만에 한국 관객을 만난다. 이번 공연은 5명의 앙상블이 더해져 8명이 배우가 등장하는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주인공 조나단은 배두훈, 장지후, 이해준이 분한다. 조나단의 여자친구 수잔 역에는 방민아와 김수하가, 단짝친구 마이클 역에는 김대웅과 양희준이 캐스팅됐다.

화려한 제작진도 이목을 끈다. 황석희 번역가와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공연한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에서 호평받은 이지영 연출이 합류했다. 공연은 오는 11월 16일부터 2025년 2월 2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열린다.

구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