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처음이지만, 스무살 제 나이로 표현할 수 있는 솔로르를 보여드리겠습니다."

한국인 발레리노로서는 김기민에 이어 두번째로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에 입단하게 된 전민철(20). 내년 러시아에 가기 전까지 한국에서 크고 작은 무대를 가리지 않고 춤을 추고 있다. 이달 29일에는 유니버설발레단 객원 무용수로 <라 바야데르>에 참여해 전막 주연 '솔로르'로 데뷔한다.
"스무살 나이로 표현할 수 있는 나만의 솔로르 보여드릴 것"
전민철의 마린스키행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 2017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주역을 선발하는 과정을 그린 예능 프로그램 '영재발굴단'의 영상에도 다시금 관심이 쏟아졌다. 당시 13세였던 그는 "남자가 무슨 발레냐"는 부친의 반대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버지를 설득했었다. 풍부한 서사가 뒷받침되면서 더욱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를 12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만났다.

"그동안 갈라 공연이나 창작 발레를 통해 관객을 만났지만,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 고전 발레에요. <라 바야데르>에 참여하게 돼 기쁘고,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전민철은 3막이라는 긴 공연시간을 이끌어가는 주역 무용수로 처음 무대에 서게 된다.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라는 대극장도 그에게는 처음이다. 과거 <라 바야데르>라는 공연도 직접 본적이 없다. 이번 공연은 그야말로 그에게 수많은 첫 경험을 안겨주게 됐다.
"스무살 나이로 표현할 수 있는 나만의 솔로르 보여드릴 것"
유니버설발레단은 신인을 두고 피날레공연 캐스팅이라는 베팅을 했다. 티켓은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발레단은 기대 이상의 '전민철 효과'를 봤다. 전민철은 "(유니버설발레단이) 마린스키발레단 입단 시험을 보기 전부터 저를 알아봐주시고, 높이 평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스무살 나이로 표현할 수 있는 나만의 솔로르 보여드릴 것"
전민철이 연기할 솔로르는 인도의 무희 니키야를 사랑하는 전사다. 니키야와 파드되(2인무)와 패기가 넘치는 전사의 안무를 선보여야해 테크닉은 필수다. 게다가 무희와 공주를 오가는 복잡한 심경을 표현하는 연기력까지 갖춰야 한다. 지금 그에게 가장 큰 숙제는 1막 니키야와의 파드되라고. 니키야와 재회해 비밀스러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인데, 단순히 행복한 감정만을 그려서는 안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는 "비밀 연애 경험은 없지만,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복잡한 심경의 사랑에 공감하며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춤을 잘 춘다고해도 스토리를 끝까지 이끌지 못한다면 주역으로 자격이 없는 것이기에 제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스무살 나이로 표현할 수 있는 나만의 솔로르 보여드릴 것"
공교롭게도 전민철의 마린스키발레단 입단에 다리를 놔준 발레리노 김기민(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도 다음달 상연하는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에서 솔로르로 무대에 선다. 전민철은 "기민이 형이 <라 바야데르>로 높은 평가를 받은 무용수라는 점을 잘 알지만, 저는 제 나이가 표현할 수 있는, 저만의 솔로르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 티켓 매진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그는 "저에 대한 기대감, 궁금증을 가지고 와주시는 분들이 만족하실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니키야(발레리나 이유림)와 함께 대화를 많이 하며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