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는 12일(현지시간)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우루과이 매체와 인터뷰 중 인종차별 발언을 한 벤탄쿠르를 관련 규정 위반으로 기소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FA는 성명을 통해 "벤탄쿠르가 부적절한 방식으로 행동하고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며 "이번 사건은 국가, 인종, 민족 등에 대한 언급이 있기 때문에 가중 위반에 해당한다"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벤탄크루는 지난 6월 공개된 'Por la camiseta(티셔츠를 위해)'에 출연했다. 우루과이 축구 전문 기자 라파 코텔로가 진행하는 '티셔츠를 위해'는 우루과이 국가대표 선수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는 콘셉트로, 코텔로는 벤탄크루의 집을 나서며 "나는 이미 너의 유니폼을 갖고 있다"며 "당신이 내게 한국인의 셔츠를 가져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벤탄크루와 토트넘에서 함께 뛰고 있는 손흥민의 유니폼을 가져다 달라는 의미인 것.
벤탄크루도 손흥민의 애칭인 "쏘니?"라고 되물었고, "어쩌면 쏘니의 사촌 유니폼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들(아시아인)은 다 똑같이 생겼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에 코텔로도 "맞다"고 동조하며 웃어넘겼다.
특정 인종을 언급하며 "그들은 다 똑같이 생겼다"는 발언은 대표적인 인종 차별 표현으로 알려졌다. 벤탄크루의 발언 이후 남미에 팽배한 동양인 인종 차별이 다시 화두가 됐다.
논란이 거세지자 벤탄쿠르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내 형제 쏘니, 최근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하겠다"며 "그건 매우 나쁜 농담이었다. 내가 얼마나 너를 사랑하는지, 내가 너를 비롯한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상처받게 하려는 의도가 절대 없었음을 알아줬으면 한다"는 글을 게재했다. 다만 장난스러운 벤탄쿠르의 사과문에 일각에서는 여전히 "상황의 심각성을 모른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벤탄구르는 재차 사과했고, 손흥민은 SNS에 "벤탄쿠르는 실수했다. 자신의 실수를 인지한 벤탄쿠르가 내게 사과했다"면서 "우리는 여전히 형제고,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고 적었다.
이후 토트넘도 "손흥민의 결정에 따른다"며 해당 사건을 일으킨 벤탄쿠르에 대해 자체 징계를 부과하지 않았지만, FA는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 징계 절차에 돌입했다.
BBC는 "벤탄쿠르가 인종차별 행위로 6~12경기를 뛸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벤탄쿠르는 19일까지 소명할 수 있지만, 중징계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FA는 벤탄쿠르의 언행이 "부적절하거나 경기의 평판을 떨어뜨리는 행위, 폭력적인 행동, 심각한 반칙, 위협, 욕설, 외설, 모욕적인 언행 또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해당 규정의 가중 위반으로 "인종, 피부색, 국적, 종교, 신념, 성별, 성적 지향성, 장애 등 중 하나 이상을 명시적 혹은 암시적으로 언급한 것도 포함된다"고 적혀 있어 벤탄쿠르는 가중 위반 대상으로 분류된다.
FA는 차별적 발언과 관련한 가중 위반 대상자에게 6경기에서 1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권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벤탄쿠르는 기소를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수 있다. 수락할 경우 위원회는 제재를 결정하고, 만약 기소를 거부하면 위원회가 기소 유지 혹은 기각 여부를 결정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