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사진=로이터)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사진=로이터)
영국에서 노동권 강화와 관련한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키어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새 노동당 정부는 다음 달 노동권 보호를 위한 법안 패키지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며 '제로아워 계약 폐지'와 '연결되지 않을 권리' 도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기존의 '제로아워 계약' 폐지와 같은 노동자 권리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제로아워 계약'은 최소 노동시간을 보장하지 않고 필요할 때만 노동자를 호출하는 고용 방식으로, 노동 착취의 대표적 사례로 비판받아왔다. 이 외에도 출산휴가 및 유급 병가를 취업 첫날부터 보장하고 파업 중 최소 근무를 요구하는 법안은 폐지하는 방안이 포함될 예정이다.

특히 주목받는 것은 퇴근 후나 휴가 중 업무 연락을 받지 않을 권리인 ‘연결되지 않을 권리’ 도입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상사는 주말이나 휴가 기간, 또는 근무 시간 외에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거나 추가 업무를 요구할 수 없게 된다. 카밀라 마샬 총리실 대변인은 "쉴 시간을 보장받게 하기 위한 조치"라며 "좋은 고용주는 직원들이 신경을 끌 수 있어야 의욕과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10일 스타머 총리는 영국 총리로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노동조합회의(TUC) 연례 대의원대회에서 기조 연설을 하기도 했다. TUC는 550만 명 이상이 가입한 48개 노조 연맹으로 노동당 창당에 기여한 조직이다. 스타머 총리는 이 자리에서 "정부는 생활 수준을 높이고 생산성을 개선하며 노동자와 협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기업계와 보수 진영은 이러한 변화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알렉산드라 홀첸 영국관리자협회(IoD) 고용정책 책임자는 "해고권에 대한 경직되고 획일적인 접근은 많은 기업의 기능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고용주가 근무 시간 외에 직원에게 연락하는 것을 금지하기보다는 직원이 연락에 응하지 않을 권리를 보호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빈 홀린레이크 보수당 대변인은 "이 변화를 추진하는 장관들 중 누구도 기업을 운영해 본 적이 없다"며 "그들은 민간 기업의 현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