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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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갈등 양상이 심화하고 있다. 중재를 거치지 않고 실제 층간소음을 인정해달라는 민원이 매해 늘어나는 추세다. 가족이 대거 몰리는 추석 때 갈등 빈도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부는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소음 인정해달라" 요구 대폭 늘어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민원 중 실제 소음기준을 초과해 인정된 사건 수는 2020년 18건에서 2023년 77건으로 3년간 네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7월 기준으로 이미 50건을 돌파하며 지난해 기록도 넘길 전망이다. 이웃사이센터는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층간소음 중재상담센터다.

소음측정은 이웃사이센터가 제공하는 마지막 서비스 단계다. 센터는 공동주택에서 층간소음 분쟁이 발생할 경우 1단계로 전화상담을 받고 2단계로 방문상담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갈등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센터 직원이 직접 거주지에 방문해 소음을 측정한다. 1단계 상담 건수는 2020년 4만2250건에서 지난해 3만6435건으로 줄었지만, 실제로 소음측정까지 가는 건수는 183건에서 376건으로 뛰었다. 이 중 소음기준을 초과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9.8%에서 20.5%로 두배까지 뛰었다.



이웃사이센터는 층간소음 갈등을 상담을 통해 중재하는 기능을 맡는다. "소음을 인정해 달라"는 단계까지 이어진다는 것은 민원인들이 상호 화해가 아닌 잘잘못을 판단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환경부 관계자는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한 실내 생활 비율이 높아져 전년도(2만6257건)보다 갑작스레 뛴 감이 있다"며 "소음 기준이 강화되면서 소음 인정 비율도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층간소음은 뛰거나 걸어서 발생하는 '직접충격 소음'과 텔레비전·음향기기로 발생하는 '공기전달 소음'으로 나뉜다. 환경부는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작년 1월 직접충격 소음 기준을 주간(오전 6시~오후 10시)과 야간(오후 10시~오전 6시) 각각 39dB(데시벨)과 34dB로 바꿨다. 기존보다 4dB 낮아진 수치다.

○국내 주거 구조상 불가피... 추석 때는 더 늘듯

국민 대다수가 아파트·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한국의 특성상 층간소음은 불가피한 사회 갈등 양상이 된 지 오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국내 공동주택 수는 1149만 가구에 달한다.

층간소음은 건축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점에서 주민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렵다. 갈등이 주민 간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잦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광주 소재 아파트에서는 아래층에 거주하던 주민이 위층 피해자에게 층간소음을 문제 삼아 소주병을 던지고 폼롤러로 천장을 두드리는 등 스토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6월 서울 강서구에서는 빌라에 거주하던 40대 남성이 이웃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는 사건도 있었다.

특히 가족 구성원이 한 건물에 몰리는 올 추석 갈등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전화 상담 건수가 최근 3년간 1주 평균 148건에서 추석 연휴 이후 1주 평균 180건으로 22% 이상 증가했다.

정부는 전날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층간소음 갈등 전문 심리상담사 방문 서비스를 내년 전국으로 확대하고 층간소음 측정할 수 있는 온라인예약시스템 도입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위상 의원은 "층간소음은 끊임없이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갈등 문제로 자리 잡았다"며 "정부 차원의 해결 대책은 물론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