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통수치는 중국은 손절"…일본과 손잡는 이유 있었다 [김소연의 엔터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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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켄타로 멜로 어때?
들끓는 한·일 관계 속 이어지는 콜라보
들끓는 한·일 관계 속 이어지는 콜라보
그 어느 때보다 시끄럽게 싸우고 있는데,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오는 27일 공개되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한국에서 제작했지만, 일본 배우와 스태프가 대거 참여한 작품이다. 한국 여자 최홍과 일본 남자 준고의 절절한 로맨스를 이세영, 사카구치 켄타로가 캐스팅돼 그려낸다. 사카구치 켄타로는 tvN '시그널'의 일본 리메이크작에 출연한 인연도 있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원작 소설은 2005년 한·일 수교 40주년 '한·일 우정의 해'를 기념해 한국의 소설가 공지영과 일본 작가 츠지 히토나리가 공동 집필했다. 한국과 일본의 감성적인 차이와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정서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원작이 20년 만에 드라마로 선보여 진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한일 양국의 상황은 '사랑 후에 오는 것들'과 같이 절절하고 로맨틱하지 않다.
일본 시마네현 섬마을 오키노시마초의 이케다 고세이 기초자치단체장은 오는 11월 9일 14년 만에 오키노시마초 단독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 영유권 확립 운동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에 "독도 문제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일본 어민이 안전하게 어업에 종사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서도 전달했다.
서울 시내 시청역과 안국역, 잠실역과 김포공항역, 이태원역 등 지하철역에서 독도 조형물이 잇따라 철거돼 논란이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노후한 독도 모형을 복원하기 위해 반출했다고 밝혔지만, 별문제 없이 자리했던 조형물을 갑자기 치우는 것을 두고 미심쩍어하는 여론이 상당했다.
여기에 우리 영토, 독도 인근 해상에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군함이 나타났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고,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와 중앙정보국(CIA), 항공우주국(NASA),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무부 영사사업부, 의회도서관 등 대다수 미국 정부 사이트와 유엔 등 국제기구 지도에 동해가 '일본해'로 단독 표기돼 있다는 점에서 '반일', '혐한'의 날 선 감정도 상당한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12년 만에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지난해 3월 갖고, 한일 정부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정작 양국 국민은 한일관계 변화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미우리신문과 한국일보가 올해 6월 18세 이상 한국인 1000명(응답자 기준)과 일본인 10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에서 '최근 1년간 한일 관계를 평가한다'는 긍정적인 응답은 한국인의 경우 34%에 그쳤고 일본인은 45%였다. '평가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응답은 한국인의 경우 58%에 달했고 일본인도 46%를 차지했다.
지난 8월 15일 광복절에 KBS가 첫 프로그램으로 오페라 '나비부인'을 방송하면서 기미가요가 노출된 후 박민 KBS 사장까지 나서서 사과할 정도로 반감이 나왔던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나비부인'은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의 3대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데, 일본에 파견된 미군 해군 장교 핑커톤과 게이샤가 된 나비부인 초초상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다. 여자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본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입고 등장하며 결혼식 장면에는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나온다.
상황은 이렇지만, 한일 합작 콘텐츠 제작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특히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해 국가를 넘나드는 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일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로맨틱 어나니머스'다. '로맨틱 어나니머스'는 장 피에르 아메리스 감독의 영화 '로맨틱스 어나니머스'를 원작으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츠키가와 쇼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일본 드라마다. 남자 주인공으로는 국내에서도 '꽃보다 남자'로 알려진 오구리 슌이 캐스팅됐고, 배우 한효주가 여자 주인공으로 나온다.
이런 협업은 한국 제작사 용필름이 제작 전반에 참여하면서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용필름은 영화 '표적', '뷰티인사이드', '아가씨' 등을 제작했고 한국 넷플릭스와는 '콜', '20세기소녀', '독전2', '로기완' 등을 함께했다. '로맨틱 어내니머스'에 특별출연하는 송중기도 용필름과 '로기완'을 함께한 인연이 있다. 연상호 감독은 일본 영화 '가스인간 제1호'를 실사화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가스인간'을 제작한다. 주인공으로 오구리 슌과 아오이 유우를 캐스팅했다. 연상호 감독은 올해 4월에도 일본 만화 '기생수'를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생수:더 그레이'를 공개한 바 있다. '가스인간'에서 연상호 감독은 총괄 프로듀서와 각본을 맡고, 영화 '실종', '벼랑 끝의 남매' 등을 선보인 가타야마 신조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
이 외에 가수 겸 배우 옥택연도 일본 넷플릭스 시리즈 '소울메이트'에 출연하고, 같은 그룹 2PM멤버 황찬성도 일본 영화 '누구보다 강하게 안아줘'에 합류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일본과의 협업이 늘어나는 이유로 관계자들은 '안정성'과 '가성비'를 꼽았다.
한때 중국과 협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2016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재배치로 한중 갈등이 불거지자, 중국은 하루아침 사이에 한국에서 제작한 콘텐츠 혹은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드라마, 영화, 광고 송출을 금지하는 한류 금지령, 일명 '한한령'을 발동했다. 중국의 경우 당국의 결정에 따라 하루아침에 모든 교류가 끊길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한 후 안정적인 일본과의 교류가 꾸준히 늘어났던 것.
특히 일본의 콘텐츠 시장 규모는 세계 3위로, 일본에서 입소문이 날 경우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등과 같이 장기 흥행도 가능한 만큼 일본 시장에 더욱 공을 들이게 됐다. 여기에 국내보다 제작비와 인건비가 저렴하다는 점에서 한일합작이 늘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증언이었다.
최근 일본과의 협업 프로젝트를 제안받았다는 한 관계자는 "드라마, 영화 제작 편수도 줄어들고, 국내 제작 환경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한일 합작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자연스럽게 활동 무대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반기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선택받는 소수의 '키맨'을 제외하고, 국내 제작환경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해외 협업이 늘어나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관계자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글로벌 OTT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한국이 일본의 제작비, 출연료를 추월했다"며 "제작 단가를 높인 글로벌 OTT를 중심으로 '제작비'를 이유로 해외 협업이 이뤄지니 어떡하라는 건가 싶더라"고 지적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오는 27일 공개되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한국에서 제작했지만, 일본 배우와 스태프가 대거 참여한 작품이다. 한국 여자 최홍과 일본 남자 준고의 절절한 로맨스를 이세영, 사카구치 켄타로가 캐스팅돼 그려낸다. 사카구치 켄타로는 tvN '시그널'의 일본 리메이크작에 출연한 인연도 있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원작 소설은 2005년 한·일 수교 40주년 '한·일 우정의 해'를 기념해 한국의 소설가 공지영과 일본 작가 츠지 히토나리가 공동 집필했다. 한국과 일본의 감성적인 차이와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정서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원작이 20년 만에 드라마로 선보여 진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한일 양국의 상황은 '사랑 후에 오는 것들'과 같이 절절하고 로맨틱하지 않다.
일본 시마네현 섬마을 오키노시마초의 이케다 고세이 기초자치단체장은 오는 11월 9일 14년 만에 오키노시마초 단독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 영유권 확립 운동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에 "독도 문제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일본 어민이 안전하게 어업에 종사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서도 전달했다.
서울 시내 시청역과 안국역, 잠실역과 김포공항역, 이태원역 등 지하철역에서 독도 조형물이 잇따라 철거돼 논란이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노후한 독도 모형을 복원하기 위해 반출했다고 밝혔지만, 별문제 없이 자리했던 조형물을 갑자기 치우는 것을 두고 미심쩍어하는 여론이 상당했다.
여기에 우리 영토, 독도 인근 해상에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군함이 나타났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고,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와 중앙정보국(CIA), 항공우주국(NASA),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무부 영사사업부, 의회도서관 등 대다수 미국 정부 사이트와 유엔 등 국제기구 지도에 동해가 '일본해'로 단독 표기돼 있다는 점에서 '반일', '혐한'의 날 선 감정도 상당한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12년 만에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지난해 3월 갖고, 한일 정부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정작 양국 국민은 한일관계 변화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미우리신문과 한국일보가 올해 6월 18세 이상 한국인 1000명(응답자 기준)과 일본인 10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에서 '최근 1년간 한일 관계를 평가한다'는 긍정적인 응답은 한국인의 경우 34%에 그쳤고 일본인은 45%였다. '평가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응답은 한국인의 경우 58%에 달했고 일본인도 46%를 차지했다.
지난 8월 15일 광복절에 KBS가 첫 프로그램으로 오페라 '나비부인'을 방송하면서 기미가요가 노출된 후 박민 KBS 사장까지 나서서 사과할 정도로 반감이 나왔던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나비부인'은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의 3대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데, 일본에 파견된 미군 해군 장교 핑커톤과 게이샤가 된 나비부인 초초상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다. 여자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본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입고 등장하며 결혼식 장면에는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나온다.
상황은 이렇지만, 한일 합작 콘텐츠 제작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특히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해 국가를 넘나드는 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일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로맨틱 어나니머스'다. '로맨틱 어나니머스'는 장 피에르 아메리스 감독의 영화 '로맨틱스 어나니머스'를 원작으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츠키가와 쇼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일본 드라마다. 남자 주인공으로는 국내에서도 '꽃보다 남자'로 알려진 오구리 슌이 캐스팅됐고, 배우 한효주가 여자 주인공으로 나온다.
이런 협업은 한국 제작사 용필름이 제작 전반에 참여하면서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용필름은 영화 '표적', '뷰티인사이드', '아가씨' 등을 제작했고 한국 넷플릭스와는 '콜', '20세기소녀', '독전2', '로기완' 등을 함께했다. '로맨틱 어내니머스'에 특별출연하는 송중기도 용필름과 '로기완'을 함께한 인연이 있다. 연상호 감독은 일본 영화 '가스인간 제1호'를 실사화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가스인간'을 제작한다. 주인공으로 오구리 슌과 아오이 유우를 캐스팅했다. 연상호 감독은 올해 4월에도 일본 만화 '기생수'를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생수:더 그레이'를 공개한 바 있다. '가스인간'에서 연상호 감독은 총괄 프로듀서와 각본을 맡고, 영화 '실종', '벼랑 끝의 남매' 등을 선보인 가타야마 신조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
이 외에 가수 겸 배우 옥택연도 일본 넷플릭스 시리즈 '소울메이트'에 출연하고, 같은 그룹 2PM멤버 황찬성도 일본 영화 '누구보다 강하게 안아줘'에 합류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일본과의 협업이 늘어나는 이유로 관계자들은 '안정성'과 '가성비'를 꼽았다.
한때 중국과 협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2016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재배치로 한중 갈등이 불거지자, 중국은 하루아침 사이에 한국에서 제작한 콘텐츠 혹은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드라마, 영화, 광고 송출을 금지하는 한류 금지령, 일명 '한한령'을 발동했다. 중국의 경우 당국의 결정에 따라 하루아침에 모든 교류가 끊길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한 후 안정적인 일본과의 교류가 꾸준히 늘어났던 것.
특히 일본의 콘텐츠 시장 규모는 세계 3위로, 일본에서 입소문이 날 경우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등과 같이 장기 흥행도 가능한 만큼 일본 시장에 더욱 공을 들이게 됐다. 여기에 국내보다 제작비와 인건비가 저렴하다는 점에서 한일합작이 늘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증언이었다.
최근 일본과의 협업 프로젝트를 제안받았다는 한 관계자는 "드라마, 영화 제작 편수도 줄어들고, 국내 제작 환경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한일 합작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자연스럽게 활동 무대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반기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선택받는 소수의 '키맨'을 제외하고, 국내 제작환경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해외 협업이 늘어나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관계자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글로벌 OTT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한국이 일본의 제작비, 출연료를 추월했다"며 "제작 단가를 높인 글로벌 OTT를 중심으로 '제작비'를 이유로 해외 협업이 이뤄지니 어떡하라는 건가 싶더라"고 지적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