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떼>가 뽑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PICK + '고운 사람' 이선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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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각종 내홍과 예산 삭감이라는 위기 속에도 이전보다 상영 편수를 늘렸다. 작품성과 화제성을 갖춘 작품부터 관객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까지 어느때보다 스펙트럼이 넓은 영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주요 상영작들을 <아르떼>가 살펴봤다.
1. 亞 최고의 거장 기요시의 두 작품
올해 BIFF 아시아 감독상을 수상한 구로사와 기요시의 두 작품 '뱀의 길', '클라우드'는 일찍부터 시네필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마틴 스코세이지는 구로사와를 두고 "빛과 프레임, 호흡의 절대적 거장”이라 평했으며 박찬욱 감독은 “누가 내게 ‘현대사회 인간들의 삶이 어떤 거냐’고 물으면 구로사와 기요시의 작품을 보라고 말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동시대 거장들의 인정을 받는 구로사와의 대표작은 공포 영화 '큐어'(1997)다. 지난해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북미 지역에서 재개봉했는데, 기대를 웃도는 뜨거운 반응으로 '역주행' 신드롬이 벌어졌다. 이번 영화제에서 선보이는 뱀의 길은 구로사와 기요시가 감독과 각본을 맡았으며, 기요시의 1998년 동명 영화의 프랑스 리메이크 작품이다. 범인의 정체를 찾아가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인 이 영화는 딸의 복수만을 위해 편집증적으로 변해버린 남자의 모습을 통해 인간 내면의 잔혹함을 고발한다. 클라우드는 스다 마사키 주연의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로 제81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증오로부터 태어나는 집단 광기를 그렸다.
2. 놓칠 수 없다…해외영화제 수상작들
거장의 신작을 소개하는 '아이콘' 섹션에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룸 넥스트 도어'가 초청됐다. 영화의 핵심 주제는 안락사와 두 여성의 우정. 스페인을 대표하는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첫 영어 영화로 일찍이 화제를 모았다. '패러렐 마더스', '페인 앤 글로리' 등 전작을 통해 삶과 죽음을 탐구해온 알모도바르 감독과 연기력이 절정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줄리안 무어, 틸다 스윈튼. 이 세 명의 시너지가 영화를 이끈다. 베니스영화제 경쟁작으로 첫 공개된 '룸 넥스트 도어'는 최초 상영 직후 18분간 영화제에서 가장 긴 기립박수를 이끌어 낸 바 있다. 이와 함께 주목할 만한 영화가 많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홍상수 감독의 '여행자의 필요'와 같은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브루노 뒤몽 감독의 ‘엠파이어’가 대표적이다. 여행자의 필요는 가난한 프랑스 여성이 두 한국 여성에게 언어를 가르쳐주면서 서로 위안을 얻게되는 이야기다. 프랑스 연기파 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두번째로 홍 감독의 작품에 출연했다. 엠파이어는 우리에게 친숙한 미국의 '스타워즈' 시리즈를 패러디 한 SF코미디 영화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숀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도 만나볼 수 있다. 아노라는 뉴욕에서 스트리퍼로 일하는 여성 애니(마이키 매디슨)의 사랑 이야기로 성노동자의 신데렐라 스토리를 담은 코미디다. 주로 트랜스젠더, 위기 가정 등 사회적 약자를 다룬 영화를 선보인 션 베이커 감독이 각본·연출·편집을 모두 맡았다. 미국 영화로는 2011년 이후 처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3. 극장판 고독한 미식가부터 이선균 특별전까지
심야시간, 수많은 이들의 식탐을 불러일으킨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극장판이 상영된다. 고독한 미식가 시리즈는 2012년 첫 방송 이후 심야 드라마로서는 이례적인 화제성으로 시즌10까지 이어온 장수 콘텐츠다. 이 시리즈가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이번 작품이 처음이다. 만족스러운 한끼를 위해 열정적으로 맛집을 찾아 다니는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마츠시게 유타카)는 국내 관객들에게 큰 공감과 사랑을 받았다. 사회에 점차 늘어가는 혼밥러의 대명사로 “배가 고파졌다(하라가 헷타)” 같은 대사를 유행시켰다. 마츠시게 유타카는 이번 극장판에서도 주연을 맡을 뿐 아니라 감독과 각본까지 맡아 화제다. 독특한 시선의 다큐멘터리 작품들도 눈에 띈다. 이중 하나는 선댄스영화제 다큐멘터리 감독상과 관객상을 휩쓴 ‘이벨린의 비범한 인생’이다. 벤자민 리 감독이 만든 이 다큐멘터리는 퇴행성 근육 질환으로 25세에 사망한 노르웨이 게이머 매츠 스틴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의 부모님은 아들의 삶을 비극적으로 여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게 된다. 그의 아들 매츠가 전 세계 게임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김남준)이 솔로 2집 제작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RM : 라이트 피플, 롱 플레이스’도 오픈 시네마 부문 공식 초청작으로 상영된다. K팝 다큐 영화가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배우 이선균을 기리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도 열린다. 그의 대표 출연작 6편을 상영하고 스페셜 토크 등을 한다. 이선균은 한국 영화를 세계에 소개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한국영화공로상도 받게 됐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올해 BIFF 아시아 감독상을 수상한 구로사와 기요시의 두 작품 '뱀의 길', '클라우드'는 일찍부터 시네필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마틴 스코세이지는 구로사와를 두고 "빛과 프레임, 호흡의 절대적 거장”이라 평했으며 박찬욱 감독은 “누가 내게 ‘현대사회 인간들의 삶이 어떤 거냐’고 물으면 구로사와 기요시의 작품을 보라고 말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동시대 거장들의 인정을 받는 구로사와의 대표작은 공포 영화 '큐어'(1997)다. 지난해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북미 지역에서 재개봉했는데, 기대를 웃도는 뜨거운 반응으로 '역주행' 신드롬이 벌어졌다. 이번 영화제에서 선보이는 뱀의 길은 구로사와 기요시가 감독과 각본을 맡았으며, 기요시의 1998년 동명 영화의 프랑스 리메이크 작품이다. 범인의 정체를 찾아가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인 이 영화는 딸의 복수만을 위해 편집증적으로 변해버린 남자의 모습을 통해 인간 내면의 잔혹함을 고발한다. 클라우드는 스다 마사키 주연의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로 제81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증오로부터 태어나는 집단 광기를 그렸다.
2. 놓칠 수 없다…해외영화제 수상작들
거장의 신작을 소개하는 '아이콘' 섹션에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룸 넥스트 도어'가 초청됐다. 영화의 핵심 주제는 안락사와 두 여성의 우정. 스페인을 대표하는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첫 영어 영화로 일찍이 화제를 모았다. '패러렐 마더스', '페인 앤 글로리' 등 전작을 통해 삶과 죽음을 탐구해온 알모도바르 감독과 연기력이 절정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줄리안 무어, 틸다 스윈튼. 이 세 명의 시너지가 영화를 이끈다. 베니스영화제 경쟁작으로 첫 공개된 '룸 넥스트 도어'는 최초 상영 직후 18분간 영화제에서 가장 긴 기립박수를 이끌어 낸 바 있다. 이와 함께 주목할 만한 영화가 많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홍상수 감독의 '여행자의 필요'와 같은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브루노 뒤몽 감독의 ‘엠파이어’가 대표적이다. 여행자의 필요는 가난한 프랑스 여성이 두 한국 여성에게 언어를 가르쳐주면서 서로 위안을 얻게되는 이야기다. 프랑스 연기파 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두번째로 홍 감독의 작품에 출연했다. 엠파이어는 우리에게 친숙한 미국의 '스타워즈' 시리즈를 패러디 한 SF코미디 영화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숀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도 만나볼 수 있다. 아노라는 뉴욕에서 스트리퍼로 일하는 여성 애니(마이키 매디슨)의 사랑 이야기로 성노동자의 신데렐라 스토리를 담은 코미디다. 주로 트랜스젠더, 위기 가정 등 사회적 약자를 다룬 영화를 선보인 션 베이커 감독이 각본·연출·편집을 모두 맡았다. 미국 영화로는 2011년 이후 처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3. 극장판 고독한 미식가부터 이선균 특별전까지
심야시간, 수많은 이들의 식탐을 불러일으킨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극장판이 상영된다. 고독한 미식가 시리즈는 2012년 첫 방송 이후 심야 드라마로서는 이례적인 화제성으로 시즌10까지 이어온 장수 콘텐츠다. 이 시리즈가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이번 작품이 처음이다. 만족스러운 한끼를 위해 열정적으로 맛집을 찾아 다니는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마츠시게 유타카)는 국내 관객들에게 큰 공감과 사랑을 받았다. 사회에 점차 늘어가는 혼밥러의 대명사로 “배가 고파졌다(하라가 헷타)” 같은 대사를 유행시켰다. 마츠시게 유타카는 이번 극장판에서도 주연을 맡을 뿐 아니라 감독과 각본까지 맡아 화제다. 독특한 시선의 다큐멘터리 작품들도 눈에 띈다. 이중 하나는 선댄스영화제 다큐멘터리 감독상과 관객상을 휩쓴 ‘이벨린의 비범한 인생’이다. 벤자민 리 감독이 만든 이 다큐멘터리는 퇴행성 근육 질환으로 25세에 사망한 노르웨이 게이머 매츠 스틴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의 부모님은 아들의 삶을 비극적으로 여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게 된다. 그의 아들 매츠가 전 세계 게임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김남준)이 솔로 2집 제작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RM : 라이트 피플, 롱 플레이스’도 오픈 시네마 부문 공식 초청작으로 상영된다. K팝 다큐 영화가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배우 이선균을 기리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도 열린다. 그의 대표 출연작 6편을 상영하고 스페셜 토크 등을 한다. 이선균은 한국 영화를 세계에 소개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한국영화공로상도 받게 됐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