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란 무엇인가?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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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오동진의 아웃 오브 넷플릭스
웨이브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 (Apples Never Fall)'
웨이브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 (Apples Never Fall)'
자식은 부모의 가장 큰 고통이며 부모는 억압의 또 다른 이름이다
추석 연휴에 볼 만한 드라마가 국내 OTT 웨이브의 한 구석에 처박혀 있을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 컨텐츠를 채워도 채워도 망망대해 같은 미디어라고 생각했듯이 지금의 OTT가 그렇다. 아무리 채워도 그 공간은 만족스럽지 못하며 뭐가 어디에 있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아네트 베닝과 샘 닐같은 중견, 노년의 명배우가 주연을 맡은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 (Apples Never Fall)’ 7부작이 웨이브에 있다는 것은 추석 연휴를 요령부득, 외롭게 보내는 사람들에겐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 드라마, 일종의 가족 드라마이다. 제격이지 않은가. 오동진의 이 코너 ‘아웃 오브 넷플릭스’는 시류를 따라가지 않는 척, 사실은 많은 부분 영합하고 아부하고 있는 섹션인 셈이다.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호주 출신으로 영미 대중문학의 베스트 셀러 작가인 리안 모리아티의 동명 원작 소설을 만든 것이다. 원작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함부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예상컨대 이 드라마는 원작을 크게 바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내용 보다는 캐릭터에 대한 느낌이 소설과 영화가 좀 차이가 날 것이다. 소설은 단 한 줄의 글로 인물의 심리와 내면을 풍부하게 그릴 수가 있다. 그런데 영화는 그 부분을 배우들이 표정이나 몸짓으로 표현해야 하고,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생각과 달리 소설이 영화보다 훨씬 더, 훠~얼씬 더, 입체적이다.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스탠과 조이 딜레이니 부부가 있고 이들의 네 자녀, 에이미와 트로이, 로간, 브룩의 이야기이다. 1부의 도입, 인트로덕션 이후의 2부부터 7부까지는 이 6명 각각의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이 드라마가 6부작도 아니고 8부작도 아니며 7부작인 것은 이렇게 인물 간 에피소드를 병렬식으로 배치시키면서 이야기를 진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7부 전체적으로는 현재(NOW)와 과거(THEN)을 끊임없이 오간다. 가족 드라마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미스터리이다. 서스펜스 드라마이다. 작가 리안 모리아티는 호주의 할렌 코벤이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에너지가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딜레이니 가족이 화목한가. 언뜻 보면 그렇게 보인다. 스탠(샘 닐)은 한때 테니스 스타였고 조이(아네트 베닝)도 마찬가지이다. 둘은 선수 생활에서 은퇴한 후 마이애미 웨스트 팜비치에서 테니스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후학을 키우는데 전념해 온 부부이다. 나름 성공했고 이제는 그 모든 자산을 다른 사업가에게 넘겼다. 큰 딸에이미(앨리슨 브리)는 명상가이지만 몽상가이고 아직 철이 안들었다. 그러나 나름 꽤나 사랑스럽고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다. 큰 아들 트로이(제이크 레이시)는 성공한 벤처 사업가이다. 사실 스탠 - 조이 부부의 말년 생계의 상당 부분을 알게 모르게 책임지고 있지만 아버지인 스탠과는 그다지 사이가 좋지 못하다. 아버지는 스탠포드를 나왔다며 잘난 척 하는 아들이 마땅치 않다. 아들은 무슨 일 때문인지 끊임없이 아버지에 대한 오디푸스 콤플렉스에 시달린다.
작은 아들 로간(코너 메리건 터너)은 마이애미 해변인 마리나에서 요트 선착장 일을 하고 살아 간다. 부업으로 요가 수업을 한다. 그는 부모가 테니스 아카데미 사업을 물려 주고 싶어 했던 유일한 자식이었으나 아버지의 뜻을 잇지 못한다. 로간은 약간 히피스러운 면이 있다. 과학자인 여자 친구인 인디라(푸자 사아)는 부모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살아 가는 이 남자 친구와 일단 결별하고 시애틀로 떠난다. 막내인 브룩(애시 랜들스)은 인대 부상으로 더 이상 테니스를 못하게 되자 자신과 같은 부상 선수들이나 클럽 회원들을 대상으로 물리 치료 일을 하며 살아 간다. 사업은 잘 되지 않는다. 그녀에게는 동성 연인 지나(파울라 안드레아 플래시도)가 있는데 브룩은 지나가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줬다고 오해해 리벤지 외도를 하다가 사달이 난다. 이 6명의 가족 관계는 가만히 있어도 사실은 내부가 들끓는 관계이다. 그런데 두 가지 사안이 기름을 붓는다. 일단 엄마 조이가 실종된다. 엄마 실종 사건은 이 작은 지역 사회에 금방 뉴스가 되고 며칠 후 경찰은 이 실종 사건을 살인사건으로 변경한다. 유력한 용의자는 점점 더 남편이자 아버지인 스탠으로 모아지게 된다. 그의 모든 것이 의심되거나 거짓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자식 넷이 궁극적으로 아버지에게서 등을 돌린다. 특히 믿었던 아들 로간이 경찰에 한 제보가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아버지는 체포 구금된다. 그러나 스탠이 체포되기 전에 자식 넷과 경찰 모두가 좇던 여자가 한 명 있다. 서바나(조지아 플러드)란 이름의 여성이며 이 여자는 어느 날 스탠 - 조이 부부의 집에 불쑥 찾아 들어 와(데이트 폭행을 당했다며) 6개월 넘게 아내인 조이의 마음을 휘어 잡고, 가스 라이팅을 하다 돈 수만 달러를 갖고 홀연히 떠난 인물이다. 서바나도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긴 하지만 이젠 그녀의 행방을 알 수가 없다. 딜레이니 가문의 모든 문제는 19년 전쯤 아버지 스탠이 키우던 스타급 플레이어 해리 하다드(질레스 매티)와 큰 아들 트로이간에 벌어진 친선 경기가 화근이 됐다. 모든 사건은 아주 작은 일, 별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던 일이 근원이 된다. 드라마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의 제목 역시 아이작 뉴튼 법칙을 암시하는 양 ‘사과는 (괜히, 공연히)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얘기한다. 사과도 만유인력이 있어야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인 만큼 가족간의 비극도 분명히 무슨 연유가 있어야 만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라면 딜레이니 가족의 근본적인 문제를 쉽게 찾을 수가 있을 것이다. 물론 심리학자라도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이 드라마는 가족 드라마인 척 사실은 ‘내면의 폭력’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작품이다. 모든 개인은 내부에 비틀린 자아를 지니고 있으며 가장 폭력적인 집단은 다름 아닌 가족이거나 가정일 경우가 많다. 자식은 부모의 가장 큰 고통이자 슬픔이며 부모는 자식에게 억압의 또 다른 이름인 경우가 많다. 가족주의는 자본주의가 만들어 놓은 판타지이며 가족을 유지한다는 것은 꽤나 많은 상환 및 희생 변수, 가치의 비용이 요구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모든 논리를 현대자본주의는 부모자식 간의, 가족간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세뇌시킨다. 거기에는 종교도 한 몫을, 아니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물리적, 정서적 폭력은 사람의 정신에 큰 영향을 미친다. 쉽게 말해서 어떤 집안, 어떤 부모와 함께 살았는가 가 한 개인에게 중요한 이유는 그 때문이다. 자, 중요한 건 엄마 조이가 실종됐다는 것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미스터리를 풀어 가야 한다. 그 방법론을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이런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도 일종의 훈련이 필요하다. 많이 보고, 많이 ‘겪으면’ 사건의 개요를 따라 가는 사다리가 보인다.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의 조이 실종 사건의 추적은 이런 식으로 해야 한다. 1)조이는 살았는 가 죽었는가 2)죽었다면 시체는 어디 있는 가 3)살았다면 어디에 있으며 실종은 자발적인 것인가 아니면 타의에 의한 것인가 4) 죽었다면 누가 죽였는가 혹은 누가 죽였을 것으로 의심되는가 5) 누가 죽였다면 살해 동기는 무엇이며 그중 가장 그럴 듯 한 것은 무엇인가.
7부작 드라마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가’는 비교적 용의주도하게 앞의 질문에 혼선을 가하며 보는 사람을 7부작 정주행으로 몰아 간다. 드라마가 올곧은 재미를 준다. 이런 미스터리의 답은 간단하다. 스쳐 지나가듯 아주 작은 사건이 발단이고 여기에 관련된 인물이거나 그 주변의 인물이 진짜 범인이다. [힌트 1] 조이의 실종은 맥거핀이다. 매거핀은 일종의 눈속임 인물이거나 사건, 이야기를 말한다.
[힌트 2] 7부중 6부는 가족 6명 한 명 한 명의 에피소드를 다룬다고 했다. 에피소드로 다룬다는 건 그 인물이 범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에피소드로 다루지 않은 인물 중에 진짜 범행에 관계된 인물이 있으며 그(그녀)를 다루지 않은 것은 다루는 순간 모든 비밀의 실체를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7부 끝까지 진실의 순간을 끝까지 안고 간다.
[힌트 3] 그런 만큼 2부~7부 밖의 인물에서 사건의 핵심을 찾아 내야 하며 이런 드라마의 모든 키(key)는 사실 맨 앞 1부에 있다. 이야기의 핵심은 시작할 때 요기조기 숨겨 놓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원작을 쓴 리안 모리아티는 꽤나 교활한 이야기 꾼이다. 혹시 모리아티란 성은 셜록 홈즈를 그렇게나 괴롭히던 천재 악당이자 괴도(怪盜)인 그 모리아티에서 따 온 것일까.
[힌트 4] 이 드라마의 전체 프레임은 2014년 영화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을 닮아 있다. 그 영화를 본 사람은 ‘이게, 그러니까, 그렇게 됐을 것’이란 추측을 하게 된다. 영화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에서는 엄마가 아니라 아버지가 사라진다.
[힌트 5] 현대 대중문학이나 영화가 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는 헨릭 입센의 『인형의 집』, 구스타브 플로베르의 『보봐리 부인』의 서사 구조에서 가져 온 셈이다. 가깝게는 한스 E. 노자크의 『늦어도 11월에는』이다. 더 가깝게는 할렌 코벤의 『비밀의 비밀』일 수 있다.
자, 이 정도면 다 가르쳐 준 셈이다. 범인을 좇아라. 그리고 사람을 구하라. 사람을 구하면 평화를 얻게 될지니. 연휴가 평안해질 것이니.
추석 연휴에 볼 만한 드라마가 국내 OTT 웨이브의 한 구석에 처박혀 있을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 컨텐츠를 채워도 채워도 망망대해 같은 미디어라고 생각했듯이 지금의 OTT가 그렇다. 아무리 채워도 그 공간은 만족스럽지 못하며 뭐가 어디에 있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아네트 베닝과 샘 닐같은 중견, 노년의 명배우가 주연을 맡은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 (Apples Never Fall)’ 7부작이 웨이브에 있다는 것은 추석 연휴를 요령부득, 외롭게 보내는 사람들에겐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 드라마, 일종의 가족 드라마이다. 제격이지 않은가. 오동진의 이 코너 ‘아웃 오브 넷플릭스’는 시류를 따라가지 않는 척, 사실은 많은 부분 영합하고 아부하고 있는 섹션인 셈이다.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호주 출신으로 영미 대중문학의 베스트 셀러 작가인 리안 모리아티의 동명 원작 소설을 만든 것이다. 원작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함부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예상컨대 이 드라마는 원작을 크게 바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내용 보다는 캐릭터에 대한 느낌이 소설과 영화가 좀 차이가 날 것이다. 소설은 단 한 줄의 글로 인물의 심리와 내면을 풍부하게 그릴 수가 있다. 그런데 영화는 그 부분을 배우들이 표정이나 몸짓으로 표현해야 하고,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생각과 달리 소설이 영화보다 훨씬 더, 훠~얼씬 더, 입체적이다.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스탠과 조이 딜레이니 부부가 있고 이들의 네 자녀, 에이미와 트로이, 로간, 브룩의 이야기이다. 1부의 도입, 인트로덕션 이후의 2부부터 7부까지는 이 6명 각각의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이 드라마가 6부작도 아니고 8부작도 아니며 7부작인 것은 이렇게 인물 간 에피소드를 병렬식으로 배치시키면서 이야기를 진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7부 전체적으로는 현재(NOW)와 과거(THEN)을 끊임없이 오간다. 가족 드라마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미스터리이다. 서스펜스 드라마이다. 작가 리안 모리아티는 호주의 할렌 코벤이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에너지가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딜레이니 가족이 화목한가. 언뜻 보면 그렇게 보인다. 스탠(샘 닐)은 한때 테니스 스타였고 조이(아네트 베닝)도 마찬가지이다. 둘은 선수 생활에서 은퇴한 후 마이애미 웨스트 팜비치에서 테니스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후학을 키우는데 전념해 온 부부이다. 나름 성공했고 이제는 그 모든 자산을 다른 사업가에게 넘겼다. 큰 딸에이미(앨리슨 브리)는 명상가이지만 몽상가이고 아직 철이 안들었다. 그러나 나름 꽤나 사랑스럽고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다. 큰 아들 트로이(제이크 레이시)는 성공한 벤처 사업가이다. 사실 스탠 - 조이 부부의 말년 생계의 상당 부분을 알게 모르게 책임지고 있지만 아버지인 스탠과는 그다지 사이가 좋지 못하다. 아버지는 스탠포드를 나왔다며 잘난 척 하는 아들이 마땅치 않다. 아들은 무슨 일 때문인지 끊임없이 아버지에 대한 오디푸스 콤플렉스에 시달린다.
작은 아들 로간(코너 메리건 터너)은 마이애미 해변인 마리나에서 요트 선착장 일을 하고 살아 간다. 부업으로 요가 수업을 한다. 그는 부모가 테니스 아카데미 사업을 물려 주고 싶어 했던 유일한 자식이었으나 아버지의 뜻을 잇지 못한다. 로간은 약간 히피스러운 면이 있다. 과학자인 여자 친구인 인디라(푸자 사아)는 부모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살아 가는 이 남자 친구와 일단 결별하고 시애틀로 떠난다. 막내인 브룩(애시 랜들스)은 인대 부상으로 더 이상 테니스를 못하게 되자 자신과 같은 부상 선수들이나 클럽 회원들을 대상으로 물리 치료 일을 하며 살아 간다. 사업은 잘 되지 않는다. 그녀에게는 동성 연인 지나(파울라 안드레아 플래시도)가 있는데 브룩은 지나가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줬다고 오해해 리벤지 외도를 하다가 사달이 난다. 이 6명의 가족 관계는 가만히 있어도 사실은 내부가 들끓는 관계이다. 그런데 두 가지 사안이 기름을 붓는다. 일단 엄마 조이가 실종된다. 엄마 실종 사건은 이 작은 지역 사회에 금방 뉴스가 되고 며칠 후 경찰은 이 실종 사건을 살인사건으로 변경한다. 유력한 용의자는 점점 더 남편이자 아버지인 스탠으로 모아지게 된다. 그의 모든 것이 의심되거나 거짓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자식 넷이 궁극적으로 아버지에게서 등을 돌린다. 특히 믿었던 아들 로간이 경찰에 한 제보가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아버지는 체포 구금된다. 그러나 스탠이 체포되기 전에 자식 넷과 경찰 모두가 좇던 여자가 한 명 있다. 서바나(조지아 플러드)란 이름의 여성이며 이 여자는 어느 날 스탠 - 조이 부부의 집에 불쑥 찾아 들어 와(데이트 폭행을 당했다며) 6개월 넘게 아내인 조이의 마음을 휘어 잡고, 가스 라이팅을 하다 돈 수만 달러를 갖고 홀연히 떠난 인물이다. 서바나도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긴 하지만 이젠 그녀의 행방을 알 수가 없다. 딜레이니 가문의 모든 문제는 19년 전쯤 아버지 스탠이 키우던 스타급 플레이어 해리 하다드(질레스 매티)와 큰 아들 트로이간에 벌어진 친선 경기가 화근이 됐다. 모든 사건은 아주 작은 일, 별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던 일이 근원이 된다. 드라마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의 제목 역시 아이작 뉴튼 법칙을 암시하는 양 ‘사과는 (괜히, 공연히)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얘기한다. 사과도 만유인력이 있어야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인 만큼 가족간의 비극도 분명히 무슨 연유가 있어야 만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라면 딜레이니 가족의 근본적인 문제를 쉽게 찾을 수가 있을 것이다. 물론 심리학자라도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이 드라마는 가족 드라마인 척 사실은 ‘내면의 폭력’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작품이다. 모든 개인은 내부에 비틀린 자아를 지니고 있으며 가장 폭력적인 집단은 다름 아닌 가족이거나 가정일 경우가 많다. 자식은 부모의 가장 큰 고통이자 슬픔이며 부모는 자식에게 억압의 또 다른 이름인 경우가 많다. 가족주의는 자본주의가 만들어 놓은 판타지이며 가족을 유지한다는 것은 꽤나 많은 상환 및 희생 변수, 가치의 비용이 요구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모든 논리를 현대자본주의는 부모자식 간의, 가족간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세뇌시킨다. 거기에는 종교도 한 몫을, 아니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물리적, 정서적 폭력은 사람의 정신에 큰 영향을 미친다. 쉽게 말해서 어떤 집안, 어떤 부모와 함께 살았는가 가 한 개인에게 중요한 이유는 그 때문이다. 자, 중요한 건 엄마 조이가 실종됐다는 것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미스터리를 풀어 가야 한다. 그 방법론을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이런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도 일종의 훈련이 필요하다. 많이 보고, 많이 ‘겪으면’ 사건의 개요를 따라 가는 사다리가 보인다.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의 조이 실종 사건의 추적은 이런 식으로 해야 한다. 1)조이는 살았는 가 죽었는가 2)죽었다면 시체는 어디 있는 가 3)살았다면 어디에 있으며 실종은 자발적인 것인가 아니면 타의에 의한 것인가 4) 죽었다면 누가 죽였는가 혹은 누가 죽였을 것으로 의심되는가 5) 누가 죽였다면 살해 동기는 무엇이며 그중 가장 그럴 듯 한 것은 무엇인가.
7부작 드라마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가’는 비교적 용의주도하게 앞의 질문에 혼선을 가하며 보는 사람을 7부작 정주행으로 몰아 간다. 드라마가 올곧은 재미를 준다. 이런 미스터리의 답은 간단하다. 스쳐 지나가듯 아주 작은 사건이 발단이고 여기에 관련된 인물이거나 그 주변의 인물이 진짜 범인이다. [힌트 1] 조이의 실종은 맥거핀이다. 매거핀은 일종의 눈속임 인물이거나 사건, 이야기를 말한다.
[힌트 2] 7부중 6부는 가족 6명 한 명 한 명의 에피소드를 다룬다고 했다. 에피소드로 다룬다는 건 그 인물이 범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에피소드로 다루지 않은 인물 중에 진짜 범행에 관계된 인물이 있으며 그(그녀)를 다루지 않은 것은 다루는 순간 모든 비밀의 실체를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7부 끝까지 진실의 순간을 끝까지 안고 간다.
[힌트 3] 그런 만큼 2부~7부 밖의 인물에서 사건의 핵심을 찾아 내야 하며 이런 드라마의 모든 키(key)는 사실 맨 앞 1부에 있다. 이야기의 핵심은 시작할 때 요기조기 숨겨 놓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원작을 쓴 리안 모리아티는 꽤나 교활한 이야기 꾼이다. 혹시 모리아티란 성은 셜록 홈즈를 그렇게나 괴롭히던 천재 악당이자 괴도(怪盜)인 그 모리아티에서 따 온 것일까.
[힌트 4] 이 드라마의 전체 프레임은 2014년 영화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을 닮아 있다. 그 영화를 본 사람은 ‘이게, 그러니까, 그렇게 됐을 것’이란 추측을 하게 된다. 영화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에서는 엄마가 아니라 아버지가 사라진다.
[힌트 5] 현대 대중문학이나 영화가 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는 헨릭 입센의 『인형의 집』, 구스타브 플로베르의 『보봐리 부인』의 서사 구조에서 가져 온 셈이다. 가깝게는 한스 E. 노자크의 『늦어도 11월에는』이다. 더 가깝게는 할렌 코벤의 『비밀의 비밀』일 수 있다.
자, 이 정도면 다 가르쳐 준 셈이다. 범인을 좇아라. 그리고 사람을 구하라. 사람을 구하면 평화를 얻게 될지니. 연휴가 평안해질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