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명인 기술 단숨에 배웠다…'일 잘하는 직원'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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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현장서 사라지는 韓 숙련공들…로봇이 장인정신 대 잇는다
7월 강남 수서에 로봇플러스 테스트필드 개원
장인 정신을 로봇 팔에 이식하는 과정 거쳐
40년 문래동 연마 장인 기술도 로봇이 척척
7월 강남 수서에 로봇플러스 테스트필드 개원
장인 정신을 로봇 팔에 이식하는 과정 거쳐
40년 문래동 연마 장인 기술도 로봇이 척척
지난 11일 찾아간 서울 강남 수서동에 있는 '로봇플러스 테스트 필드'에선 '미래의 공장'를 미리 엿볼 수 있는 장면이 연출됐다. 로봇이 자동으로 승용차를 도장하고, 한쪽에선 배선 망을 조립하고 있다. 철강재를 홀로 연마하는 로봇도 눈길을 끌었다. 사람 한 명 없어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다크 팩토리'의 기초 단계가 갖춰진 것이다.
이곳은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이 지난 7월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문을 연 로봇 공공 기반 시설이다. 수서동 일대에 5950㎡ 규모로 지어졌다. 이 기반 시설을 짓는 데 총 200억원이 들어갔다.
테스트 필드는 1관 '협업지능 실증 개발 지원센터'와 2관 '마이스터 로봇화 지원센터' 등 2개 동 건물로 이뤄져 있다. 이곳에서는 첨단로봇과 관련 장비 80여대, 연구실·교육실 등의 시설을 통해 실증 개발과 제작자 교육 등을 지원하게 된다.
실증 개발 지원센터에선 실제 현장에 적용된 로봇이 가동 중이다. 완성차 도장 로봇을 비롯해 배선 망 조립 로봇팔 등이 진열됐다. 공장에 로봇을 적용하고 싶은 경영진들에게 시험사용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곳이다. 로봇플러스 테스트 필드의 핵심 설비는 마이스터 로봇화 지원센터였다. 로봇에 인간의 기술을 가르쳐 장인들의 기술을 보존하려는 취지다. 한쪽에선 서울 문래동 철물점을 본뜬 연마설비가 갖춰져 있다.
여기에 설치된 로봇팔은 40년간 각종 철강 제품을 연마해 온 장비를 하나씩 다뤄보고 있다. 계량화가 어려워 도제식 교육으로만 전수하는 기술을 로봇에게 입력하는 학습 과정이다. 테스트 필드에선 수백 번의 실증을 거쳐서 로봇팔이 명인과 똑같은 제품을 가공하는 수준까지 고도화시켰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의 최종 목표는 '노동의 이전'이다. 로봇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해 인간의 행위를 학습시켜 명장의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다. 로봇이 기술을 습득하는 최종 단계다. 출생률이 급감해 노동력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을 미리 대응하려는 취지다.
로봇 기술의 경우 기초적인 명령어를 로봇에 입력하는 게 가장 기초적인 단계다. 이후 로봇 팔을 직접 움직여 좌표와 행위를 기억하는 게 2단계고, 핵심 기술과 유사한 행위 20여가지를 로봇에 가르쳐주면 로봇이 이를 수행하는 게 3단계로 불린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관찰해서 스스로 모방해 학습하는 게 마지막 단계로 여겨진다. KETI는 이를 위해 AI를 활용해 로봇 기술을 고도화하는 중이다.
로봇이 스스로 행동하기 전까지는 원격으로 조종할 계획이다. 기존 공장 설비를 국내에 그대로 둔 채 해외에 조종 센터를 구축해 인력난을 해소하려는 취지다. 또 고령인 탓에 거동이 어려운 숙련공들도 원격 조종 설비를 활용해 집에서도 공장에 직접 나온 것처럼 근무할 수 있다.
이후 조종 설비를 이전할 방침이다. 인건비가 저렴하고 노동력이 풍부한 말레이시아,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에서 로봇 조종 인력을 충원하는 식이다. 저출생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일시적으로 해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날도 로봇플러스 테스트 필드 연구원이 다른 건물에서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한 채 조종판으로 로봇을 제어했다. 움직임은 세밀했고, 감압장치 덕에 인간 손처럼 로봇 팔을 조종할 수 있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인간에게 건네는 과정이 어색하지 않았다. 한국 전자 기술원 관계자는 "로봇이 자율적으로 기계 조립, 철강재 연마·세공을 할 줄 아는 단계에 이르면 원격 조종 노동자만 채용해도 공장을 평소처럼 가동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노동력이 풍족한 곳에 제어센터를 두고 한국의 공장을 운영하는 게 현실적인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로봇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도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컨설팅업체 포레스터에 따르면 로봇 도입으로 업무가 자동화하면 북미 지역에선 2032년까지 일자리 1100만개가 로봇으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5대 국가(한국, 중국, 일본, 호주, 인도)에선 2040년까지 일자리 6300만개를 로봇이 차지할 것으로 관측했다.
포레스터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유럽 등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높은 국가들은 로봇을 인간의 생산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쓰지만, 인도와 중국 등 개발도상국에선 노동 자체를 로봇에 일임해서 생산성을 높일 전망으로, 로봇 시장에서 양극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테스트 필드는 1관 '협업지능 실증 개발 지원센터'와 2관 '마이스터 로봇화 지원센터' 등 2개 동 건물로 이뤄져 있다. 이곳에서는 첨단로봇과 관련 장비 80여대, 연구실·교육실 등의 시설을 통해 실증 개발과 제작자 교육 등을 지원하게 된다.
실증 개발 지원센터에선 실제 현장에 적용된 로봇이 가동 중이다. 완성차 도장 로봇을 비롯해 배선 망 조립 로봇팔 등이 진열됐다. 공장에 로봇을 적용하고 싶은 경영진들에게 시험사용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곳이다. 로봇플러스 테스트 필드의 핵심 설비는 마이스터 로봇화 지원센터였다. 로봇에 인간의 기술을 가르쳐 장인들의 기술을 보존하려는 취지다. 한쪽에선 서울 문래동 철물점을 본뜬 연마설비가 갖춰져 있다.
여기에 설치된 로봇팔은 40년간 각종 철강 제품을 연마해 온 장비를 하나씩 다뤄보고 있다. 계량화가 어려워 도제식 교육으로만 전수하는 기술을 로봇에게 입력하는 학습 과정이다. 테스트 필드에선 수백 번의 실증을 거쳐서 로봇팔이 명인과 똑같은 제품을 가공하는 수준까지 고도화시켰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의 최종 목표는 '노동의 이전'이다. 로봇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해 인간의 행위를 학습시켜 명장의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다. 로봇이 기술을 습득하는 최종 단계다. 출생률이 급감해 노동력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을 미리 대응하려는 취지다.
로봇 기술의 경우 기초적인 명령어를 로봇에 입력하는 게 가장 기초적인 단계다. 이후 로봇 팔을 직접 움직여 좌표와 행위를 기억하는 게 2단계고, 핵심 기술과 유사한 행위 20여가지를 로봇에 가르쳐주면 로봇이 이를 수행하는 게 3단계로 불린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관찰해서 스스로 모방해 학습하는 게 마지막 단계로 여겨진다. KETI는 이를 위해 AI를 활용해 로봇 기술을 고도화하는 중이다.
로봇이 스스로 행동하기 전까지는 원격으로 조종할 계획이다. 기존 공장 설비를 국내에 그대로 둔 채 해외에 조종 센터를 구축해 인력난을 해소하려는 취지다. 또 고령인 탓에 거동이 어려운 숙련공들도 원격 조종 설비를 활용해 집에서도 공장에 직접 나온 것처럼 근무할 수 있다.
이후 조종 설비를 이전할 방침이다. 인건비가 저렴하고 노동력이 풍부한 말레이시아,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에서 로봇 조종 인력을 충원하는 식이다. 저출생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일시적으로 해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날도 로봇플러스 테스트 필드 연구원이 다른 건물에서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한 채 조종판으로 로봇을 제어했다. 움직임은 세밀했고, 감압장치 덕에 인간 손처럼 로봇 팔을 조종할 수 있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인간에게 건네는 과정이 어색하지 않았다. 한국 전자 기술원 관계자는 "로봇이 자율적으로 기계 조립, 철강재 연마·세공을 할 줄 아는 단계에 이르면 원격 조종 노동자만 채용해도 공장을 평소처럼 가동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노동력이 풍족한 곳에 제어센터를 두고 한국의 공장을 운영하는 게 현실적인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로봇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도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컨설팅업체 포레스터에 따르면 로봇 도입으로 업무가 자동화하면 북미 지역에선 2032년까지 일자리 1100만개가 로봇으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5대 국가(한국, 중국, 일본, 호주, 인도)에선 2040년까지 일자리 6300만개를 로봇이 차지할 것으로 관측했다.
포레스터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유럽 등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높은 국가들은 로봇을 인간의 생산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쓰지만, 인도와 중국 등 개발도상국에선 노동 자체를 로봇에 일임해서 생산성을 높일 전망으로, 로봇 시장에서 양극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