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전시기획자와 아트어드바이저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정희철 대표는 아트페어 전문가가 없던 한국 미술 시장에 독보적인 전문가였고, 학교에서 배울 수 없던 아트페어에 대한 실무를 내게 가르쳐 준 첫 사수였다. 2016년 키아프(한국국제아트페어·KIAF)를 마치고 사후강평을 하며 당시 한국화랑협회 팀장이었던 그는 내게 말했었다.

“30억 절대 못 할 것 같아도 죽어라 해보니까 됐지. 우리 앞으로 40억, 50억, 100억짜리 아트페어 만들자. 그래서 우리가 해보고 싶었던 것들 하나씩 만들어 보는 거야”

당시 키아프 수입이 30억에 조금 못 미쳤고, 2022년에 120억을 조금 넘었으니, 결국 6년 만에 그때 함께 꾸었던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것이다. 그때 우리는 돈을 많이 벌려고 아트페어를 한 것이 아니라, 아트페어를 통해 해보고 싶은 것들을 더 많이 만들어 내려고 더 많은 예산이 필요했다.

120억 수입이라고 해도, 지출을 떼고 나면 남는 이윤은 별로 없는 게 아트페어 사업이지만, 조금이라도 더 수입이 늘면 다음 해 아트페어를 만들 때 지난해 부족했던 부분을 개선 시킬 수 있으니 죽어라 열심히 돈을 만들러 다녔다.

세부적인 예산안은 아트페어마다 차이가 있지만 큰 맥락은 대동소이할 테니, 내가 예산안을 짜던 방식으로 함께 만들며 알아보자. 예산안을 보면 아트페어가 어느 부분에 힘을 쏟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결정되니, 아트페어 기획자가 아닌 갤러리스트나 관계자들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수입

①부스비

부스비는 수입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아트페어 고객은 갤러리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컴플레인을 많이 하는 갤러리에게 불평하는 직원이 있으면, 명품관에 가서 천만원짜리 가방을 살 때 명품관 직원이 해주는 것보다 갤러리에 더 잘해주라고 말한다. 더 잘 해주고 싶은데 못 해줘서 미안할 뿐이지, 많은 부스비를 부담하고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갤러리는 아트페어에게 정말 감사한 고객이다.

부스비는 보통 부스 크기에 비례한다. 제곱미터당 단가를 정하고, 총 부스의 면적을 곱하면 부스비 총액을 구할 수 있다. 2024년 아트바젤 바젤의 부스비표와 플로어플랜을 통해 참가갤러리 면적을 재서 유추해보면 대략 285개 갤러리를 통해 들어오는 부스비 수입은 약 236억원에 달한다.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은 오피셜하게 부스비를 공개하지 않지만, 갤러리들이 냈다는 부스비를 통해 유추해보면, 프리즈 서울의 부스비 수입은 130여억원, 키아프 서울의 부스비 수입은 60여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금액은 부스 크기나 섹터마다의 차등 단가나 회원 할인을 감안하지 않은 비용이라 편차가 클 수 있다.
아트바젤2024 Sliding Scale Booth Prices & Floorplan. 아트바젤 부스비 그래프와 아트바젤 바젤 플로어플랜, 부스비 그래프에서 면적당 단가를 정확하게 찍어놓지 않았고, 도면 전체 면적을 알 수 없기에 직접 부스사이즈 면적을 모두 재서 계산해보았다. 오픈된 플로어플랜 역시 캐드 파일이 아니라 수치가 정확하지 않아 오차는 있을 수 있다. / 사진출처. ©artbasel.com
아트바젤2024 Sliding Scale Booth Prices & Floorplan. 아트바젤 부스비 그래프와 아트바젤 바젤 플로어플랜, 부스비 그래프에서 면적당 단가를 정확하게 찍어놓지 않았고, 도면 전체 면적을 알 수 없기에 직접 부스사이즈 면적을 모두 재서 계산해보았다. 오픈된 플로어플랜 역시 캐드 파일이 아니라 수치가 정확하지 않아 오차는 있을 수 있다. / 사진출처. ©artbasel.com
②장치 및 설치비

가벽, 조명, 천장, 트러스, 페인트 도색, 콘센트 등 추가 장치 및 설치비에 차익을 붙여서 수입을 만든다. 해외 아트페어들은 이 비용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아모리쇼의 경우, 조명 하나 추가하면 250달러 정도인데, 현장에서 추가하면 비용이 더 높아져 400달러가 되고, 정규 설치 시간을 넘겨 야간이 되면 또 비용을 올려 조명 하나 추가하는데 600달러가 되기도 한다. 이번 프리즈 서울에 참가한 갤러리신라가 조명에만 천만원 썼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이 비용 또한 프리즈 서울에게는 큰 수입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 열리는 아트페어들은 대체로 이 집기류 비용에 차액을 높이 붙이지 않는다. 추가 가벽이나 조명, 트러스, 벽면 페인팅, 미디어 작품 설치를 위한 콘센트 비용 등을 낮춰 갤러리가 작품을 더욱 돋보이기 위한 연출을 하게끔 돕는다. 키아프는 주최 측 임원들이 참가 갤러리 대표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이 비용을 높게 잡으면 결국 자신들이 키아프 부스를 조성하는데 지출할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를 높게 잡지 않는다. 대체로 업체 단가에 10~20% 정도를 붙이는 편이다.

③협찬 후원 광고비

스폰서십을 통한 후원, 협찬 비용과 웹사이트, 도록 지면, 옥외 홍보물 등에 들어가는 광고를 통해 들어오는 수입이다. 아트페어의 브랜딩을 통해 들어오는 수입이다. 금융권, 자동차, 백화점, 명품, 건설사, 주류업체, 코스메틱, F&B 등 VIP 대상 마케팅이 주로 필요한 업체들이 아트페어에 협찬과 후원을 한다.

유수의 명품 브랜드들이 VIP 라운지에 후원사 부스를 꾸미는 해외 아트페어와 달리 국내 아트페어에는 명품 브랜드들의 후원이 많지 않았다. 당시 한 명품 브랜드의 관계자는 명품 시계를 사는 고객과 작품을 구입하는 고객의 예산이 한정되어 시계를 사면, 작품을 못 사고, 작품을 사면 시계를 못사니 아트페어에 후원을 할 명분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2020년 팬데믹 이후에 명품 브랜드가 가지고 있던 기존 DB에 없던 많은 젊은 고객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명품으로 자신들을 치장하고 아트페어에 나타나 미술품 수집에 열광했다. 그로 인해 2021년 높아진 한국 미술 시장과 더불어 2022년 프리즈 서울의 등장으로 유수의 명품 브랜드와 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프리즈와 키아프에 후원 협찬을 하며, 동시에 수많은 행사를 열기에 이르렀으며 그로 인한 협찬, 후원, 광고비가 상승하는 추세이다.

④입장료 및 굿즈 판매 수입 / 라운지 수입

아트페어는 높아 보이는 입장료에 비해 실제 입장 수입은 높지 않은 편이다. 아트페어가 끝나고 폐막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되는 몇만 관람객 중 상당수는 초대권을 통해 입장하는 관람객이거나 중복 입장을 포함한 숫자이기에 입장 수입을 너무 높게 잡으면 행사 후 정산할 때 곤란하기 일쑤다. 비엔날레나 전시회와는 다르게 단기간에 진행되는 아트페어는 에코백이나 도록을 포함한 굿즈 판매 수입도 높지 않은 편이라 비중을 높게 잡지 않는 것이 좋다.

VIP 라운지, 카페 라운지 등에서 식음료를 판매하여 생기는 수입도 있다. 주최 측은 직접 카페를 운영하여 수입을 늘리기도 하고, 업체에 입점료를 받고 운영 위탁을 하기도 하고, 입점료를 받기 어려운 경우에는 업체 운영 후에 판매 수익을 쉐어 받기도 한다.

⑤정부지원금 / 지자체지원금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를 통해 아트페어 육성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지원금은 높지 않고, e나라도움을 통한 집행에 필요한 서류와 절차가 복잡하며, 지원에 따른 다른 의무 사항들이 많아 이것을 집행할 때면 꼭 받아야 하나 싶지만, 아트페어 평가 기관에 들어야 미술은행과 정부미술은행에서 작품 소장을 위해 나오고, 문체부 후원 명칭 사용을 할 때도 용이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받는 것이 좋다.

대구, 부산, 광주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에서 그 지역에서 열리는 아트페어(Diaf, 아트부산, BAMA, 아트광주 등)에 지원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각 지자체별로 아트페어를 많이 유치하며 각 지역 아트페어를 지원하거나 직접 운영하기도 한다.

⑥기타

통장 이자, 해외 갤러리 작품 결제 대행에 따른 환차익 등

지출

①대관 및 시설사용료

컨벤션을 이용할 경우, 가장 큰 지출을 차지한다. 아트바젤이 파리에 진출할 때 그랑팔레에 대관료가 1060만유로 (당시 환율 기준 약 140억원)에 달했다는 기사가 나왔을 정도로 아트페어가 열릴 수 있는 공간에 대한 비용은 높다.

이런 비용을 줄이기 위해 대안적인 아트페어들도 생긴다. 지난 6월 바젤에서 열린 대안적인 아트페어 중에는 넓은 농장에서 열린 바젤 소셜 클럽 같은 페어도 있었다. 국내에서도 솔로쇼가 이런 대관 및 시설사용료를 아끼기 위해 새로운 공간들을 찾아내기도 했다.

②장치 및 설치비

가벽, 목공, 조명, 트러스, 바닥공사, 급배수, 전화와 인터넷 설치비용 등이 포함된다. 짧은 기간에 열리는 아트페어를 치르기 위해 많은 자재와 인력이 투입되며, 대관 비용에 준하는 지출이 발생한다.

이런 지출을 줄이기 위해 시공업체와 다년간 계약을 맺어 공급단가를 낮추거나, 다른 아트페어와 공동으로 협약을 맺기도 한다. 2017년 키아프와 아트부산, 그리고 준아트는 당시 3m가 일반적이었던 국내 아트페어 가벽의 퀄리티 개선을 위해 3자가 공동으로 투자하여, 3.5m 가벽을 제작하였다. 예산에서 장치 및 설치비에 비중을 높게 잡을수록 아트페어 환경이 개선된다.

③디자인 / 인쇄비

아트페어에는 많은 디자인 비와 인쇄비가 들어간다. 리플렛과 도록, 포스터, 현수막과 대형 배너, 굿즈 제작비용 등이다. 최근에는 도록과 리플렛과 같은 인쇄 제작비용을 줄여 웹사이트와 앱 개발 쪽으로 예산을 넘기는 추세이다.

④웹사이트 및 온라인 플랫폼 운영비

아트페어 웹사이트는 행사 기간에만 집중적으로 관람객이 몰려, 그 비용을 높게 책정하지 않았으나 팬데믹 이후 웹사이트 및 온라인 뷰잉룸을 통한 홍보 및 거래가 필수화되어 이 비용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거기에 SNS를 통한 홍보도 중요시되며, 이에 따른 예산을 높게 책정하고 있다.

개발비용이 오른 대신, 웹사이트와 온라인 플랫폼을 행사 기간뿐만 아니라 연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온라인 배너 광고 같은 형태로 수익을 만들기도 한다.
Kiaf와 FRIEZE 웹사이트 내 웹배너 광고, 당시 Kiaf 웹사이트 구축시 FRIEZE 웹사이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  사진=필자 제공
Kiaf와 FRIEZE 웹사이트 내 웹배너 광고, 당시 Kiaf 웹사이트 구축시 FRIEZE 웹사이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 사진=필자 제공
⑤콘텐츠 제작비

이전에는 아카이브를 위한 자료용 사진과 영상 촬영에 불과하여, 예산이 매우 낮게 책정되었었다. 오죽하면 사진, 영상 작가분들께 지인 찬스로 도와달라며 부탁드린 적도 있었다. 최근에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한 아트페어 홍보가 매우 중요시되기 때문에 현장에서의 영상 제작비, 기획비 등의 예산이 높아지고 있다.

⑥부대 행사 비용

토크 프로그램, 특별전, 해외인사 초청 프로그램, 외부 기획전시 등이 이에 포함된다. 이에 대한 예산을 높게 잡을수록 아트페어가 풍성해진다.

⑦홍보 및 광고비

기자간담회나 홍보 에이전시 비용, 매스미디어 광고비, 미술 잡지나 해외 미디어에 나가는 광고비 등이 해당 된다. 광고비를 아끼기 위해 예전에는 프로모션을 통한 티켓 바터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광고비만큼 티켓 제공을 하는 방법인데, 요즘은 이런 방법은 지양하는 편이다. 또한, 국제 아트페어인 경우 홍보와 갤러리 섭외를 위해 해외 출장이 많은 편이라 출장비도 홍보비용에 포함하거나 따로 예산을 책정하기도 한다.

⑧개막 행사 및 파티

개막식이나 파티에 해당하는 비용이다. 개막 의전 비용이나 VIP 프리뷰에 제공하는 케이터링, 오프닝 파티를 비롯한 행사 중에 열리는 이벤트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항상 오버되는 지출이 많은 부분이기 때문에 예비비를 넉넉하게 잡는 것이 좋다. 500명 초청한 키아프 오프닝 파티에 800명이 넘는 인사가 방문한 적도 있다.

⑨인력 운영비

직원 급여와 현장 스태프, 보안용역, 티켓 발권 운영 인력 등이 해당 된다. 이 비용을 너무 낮게 책정하여, 인력을 줄이면 행사 운영이 미숙하다는 피드백을 받기 때문에 최대한 이 비용은 높게 책정하는 것이 좋으나, 운영진에서는 이 비용을 최소로 줄이려고 하는 것이 현실이다.

⑩기타

부가세 및 각종 세금과 진행 중 발생하는 실비가 이에 해당한다.
아트페어는 결국 돈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힘과 도움으로 만들어진다. / 사진=필자 제공
아트페어는 결국 돈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힘과 도움으로 만들어진다. / 사진=필자 제공
이와 같이 아트페어에 수입과 지출에 따른 예산 항목과 예산안을 산정하는 법을 함께 알아보았다. 더욱 고려할 사항이 많아 세부적인 것들을 모두 언급할 수는 없지만, 아트페어 기획자나 운영자, 그리고 많은 관계자와 참여하는 갤러리, 방문하는 관람객이 아트페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박준수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