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구소멸과 지방소멸의 역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인구소멸’과 ‘지방소멸’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이 두 개념은 동일하지 않다. 인구소멸은 국가 전체의 인구 감소, 특히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의 자연 감소를 의미하며 지방소멸은 특정 지역의 인구 감소와 그에 따른 경제적 쇠퇴를 뜻한다. 인구소멸이 지방소멸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이 둘을 동일하게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각각의 문제에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지역소멸의 주요 원인으로 20대 젊은 층이 대학에 진학하거나 일자리를 찾아 도시나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지방에서 젊은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경제가 쇠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특정 지역의 대학이 문을 닫거나 주요 기업이 철수하면서 그 지역의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지역 내에 양질의 교육 기회와 일자리를 제공해 인구 유출을 막는 게 필수적이다.

현재 정부는 인구소멸과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 방식은 지역별 특성과 필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일률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지방자치단체는 자율성과 책임성을 잃게 됐다. 중앙집권적 접근은 문제 해결에 오히려 장애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매년 1조원씩 10년간 지원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대책을 수립하는 것을 넘어, 지방자치단체가 실질적으로 주도할 수 있도록 조세와 같은 다양한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또 지자체는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의 핵심 인프라인 대학과 지역 산업 간의 긴밀한 연계가 필요하다. ‘글로컬 대학’은 지역사회와 협력해 지역 특성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고, 이를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대학 자체의 과감한 혁신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이 단순히 교육과 연구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역 기업과 협력해 실질적인 창업 지원과 기술 개발에 나서는 등 과감히 변화해야 한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인구감소지역 간 경쟁을 부추기고 단기성 사업을 추진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지방소멸대응기금보다는 범부처 차원에서 추진하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따른 재원을 획기적으로 개편해 인구소멸 문제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각 지자체가 지역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고,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받아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인구 유출을 막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인구·지방소멸은 한국 사회가 직면한 중대한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방이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고, 협력 속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