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밖 '검은 바다'서 자유롭게 헤엄…우주관광 시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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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탐사대 '폴라리스 던' 사상 첫 민간 우주유영
스페이스X 우주선 타고 비행
생명줄 없이 1시간 넘게 유영
우주여행 대중화 가능성 커져
활동성 높인 EVA 우주복
회전 관절·내열 소재 적용
"인류 우주 접근성 높일 것"
스페이스X 우주선 타고 비행
생명줄 없이 1시간 넘게 유영
우주여행 대중화 가능성 커져
활동성 높인 EVA 우주복
회전 관절·내열 소재 적용
"인류 우주 접근성 높일 것"
“우주에서 본 지구는 완벽한 세상처럼 보인다.”
사상 첫 민간 우주탐사대 ‘폴라리스 던’의 기획자인 재러드 아이잭먼은 우주선 밖으로 나와 지구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우주유영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 정부 기관 소속 우주비행사만 가능했다. 이번 민간 우주유영이 성공하자 상업용 우주 비행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폴라리스 던 관계자들이 이번 임무에서 미래 화성인과 우주인이 입을 신형 ‘EVA(선외활동) 우주복’을 테스트하는 데 공들인 것도 우주여행 대중화를 위한 포석이다. 13일 과학계에 따르면 폴라리스 던 임무를 수행할 민간인 우주비행사 네 명을 태운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은 지난 10일 미국 플로리다주 NASA 케네디스페이스센터에서 스페이스X ‘팰컨9’에 실려 우주로 향했다. 크루 드래건은 국제우주정거장(ISS) 비행 궤도보다 세 배 이상 높은 1400㎞ 고도에 도달했다. 이는 1972년 달에 착륙한 아폴로 17호 이후 사람을 태운 유인 우주선이 다다른 고도 중 가장 높다. 발사 16시간 만에 목표 고도에 오른 크루 드래건은 이후 737㎞까지 고도를 서서히 낮춘 뒤 첫 민간인 우주유영을 진행했다. 이 위치에서 크루 드래건은 압력을 낮추는 작업을 하고, 12일 오후 7시48분께 아이잭먼이 먼저 우주유영에 들어갔다.
우주유영은 우주복에 산소를 공급하는 작업으로 시작됐다. 아이잭먼은 40분 후 크루 드래건 위쪽 덮개를 열고 우주로 몸을 내밀었다. 아이잭먼에 이어 스페이스X 소속 여성 엔지니어인 세라 길리스도 유영에 나섰다. 이날 우주유영은 생명줄에 의지해 허공을 떠다니는 게 아니라 이동보조장치인 스카이워커의 난간을 잡고 우주공간으로 나오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다른 두 명은 우주선에서 공기와 전력 등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는지 점검했다. 우주선이 재가압돼 우주유영이 종료된 때는 오후 8시58분으로, 전체 유영 시간은 두 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우주유영을 하는 동안 크루 드래건은 고도 185~730㎞ 궤도를 공전했다.
우주비행사 네 명은 우주선에 감압실 역할을 하는 에어록 장치가 없어 우주여행 첫날부터 기내 압력을 낮추고 산소 농도를 높이는 50여 시간의 ‘사전 호흡’ 과정을 거쳤다. 이는 호흡을 통해 몸속에 들어온 질소를 제거하는 작업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객실이 우주와 같은 진공 상태로 바뀔 때 혈액 속 질소가 거품을 일으켜 우주비행사의 생명이 위험해진다.
스페이스X는 그동안 사용자가 우주선 안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하는 IVA(선내활동) 우주복만 보유하고 있었다. 스페이스X는 IVA 우주복을 바탕으로 우주선 내외부에서 움직일 수 있는 EVA 우주복을 제작했다. 이번 우주유영의 목적은 스페이스X가 화성 여행을 목표로 개발한 EVA 우주복 테스트다.
EVA 우주복은 우주선 밖에서 다양한 임무를 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기존 우주복과 달리 유연하고 단순하게 설계해 사용자가 움직이기 편하다. 스페이스X는 “EVA 우주복 착용자는 손가락, 어깨, 팔꿈치를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우주복 헬멧은 폴리카보네이트 플라스틱을 사용해 3차원(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했다. 외부는 구리와 인듐, 주석 산화물로 코팅했다. 눈부심 및 김 서림 방지 처리도 돼 있다. 이 밖에 우주복 압력과 온도, 습도 등 다양한 정보를 띄워주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 기능도 도입했다. 스페이스X가 EVA 우주복을 ‘천으로 만든 갑옷’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EVA 우주복은 안전장치, 의복 재질, 관절 부위 설계 등 많은 부분에서 개선됐다. 신발엔 팰컨9 로켓 및 크루 드래건에도 사용된 내열 소재를 적용했다. 압력 변화가 많은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회전 관절을 장착했다. 스페이스X는 “EVA 우주복은 여러 체형에 맞게 개조할 수 있다”며 “인류의 우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신체 유형을 수용할 수 있도록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인류가 다중 행성 생명체로 거듭나려면 앞으로 우주복 수백만 벌을 제조해야 한다는 게 스페이스X의 구상이다. 아이잭먼은 “우리가 만든 우주복을 미래 화성인들이 입을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역사적인 첫 민간 우주유영을 마친 폴라리스 던 대원들은 우주여행 4일째에 스페이스X의 저궤도 인터넷위성 스타링크와 레이저 통신을 시험한다. 마지막 날인 5일째엔 예정된 36가지 실험 중 미처 하지 못한 것을 마저 할 계획이다. 실험은 대부분 인체가 우주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영향을 받는지 알아보는 내용이다. 모든 임무를 마치고 나면 이들을 태운 우주선이 플로리다 앞 대서양 해상으로 돌아온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사상 첫 민간 우주탐사대 ‘폴라리스 던’의 기획자인 재러드 아이잭먼은 우주선 밖으로 나와 지구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우주유영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 정부 기관 소속 우주비행사만 가능했다. 이번 민간 우주유영이 성공하자 상업용 우주 비행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폴라리스 던 관계자들이 이번 임무에서 미래 화성인과 우주인이 입을 신형 ‘EVA(선외활동) 우주복’을 테스트하는 데 공들인 것도 우주여행 대중화를 위한 포석이다. 13일 과학계에 따르면 폴라리스 던 임무를 수행할 민간인 우주비행사 네 명을 태운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은 지난 10일 미국 플로리다주 NASA 케네디스페이스센터에서 스페이스X ‘팰컨9’에 실려 우주로 향했다. 크루 드래건은 국제우주정거장(ISS) 비행 궤도보다 세 배 이상 높은 1400㎞ 고도에 도달했다. 이는 1972년 달에 착륙한 아폴로 17호 이후 사람을 태운 유인 우주선이 다다른 고도 중 가장 높다. 발사 16시간 만에 목표 고도에 오른 크루 드래건은 이후 737㎞까지 고도를 서서히 낮춘 뒤 첫 민간인 우주유영을 진행했다. 이 위치에서 크루 드래건은 압력을 낮추는 작업을 하고, 12일 오후 7시48분께 아이잭먼이 먼저 우주유영에 들어갔다.
우주유영은 우주복에 산소를 공급하는 작업으로 시작됐다. 아이잭먼은 40분 후 크루 드래건 위쪽 덮개를 열고 우주로 몸을 내밀었다. 아이잭먼에 이어 스페이스X 소속 여성 엔지니어인 세라 길리스도 유영에 나섰다. 이날 우주유영은 생명줄에 의지해 허공을 떠다니는 게 아니라 이동보조장치인 스카이워커의 난간을 잡고 우주공간으로 나오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다른 두 명은 우주선에서 공기와 전력 등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는지 점검했다. 우주선이 재가압돼 우주유영이 종료된 때는 오후 8시58분으로, 전체 유영 시간은 두 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우주유영을 하는 동안 크루 드래건은 고도 185~730㎞ 궤도를 공전했다.
우주비행사 네 명은 우주선에 감압실 역할을 하는 에어록 장치가 없어 우주여행 첫날부터 기내 압력을 낮추고 산소 농도를 높이는 50여 시간의 ‘사전 호흡’ 과정을 거쳤다. 이는 호흡을 통해 몸속에 들어온 질소를 제거하는 작업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객실이 우주와 같은 진공 상태로 바뀔 때 혈액 속 질소가 거품을 일으켜 우주비행사의 생명이 위험해진다.
스페이스X는 그동안 사용자가 우주선 안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하는 IVA(선내활동) 우주복만 보유하고 있었다. 스페이스X는 IVA 우주복을 바탕으로 우주선 내외부에서 움직일 수 있는 EVA 우주복을 제작했다. 이번 우주유영의 목적은 스페이스X가 화성 여행을 목표로 개발한 EVA 우주복 테스트다.
EVA 우주복은 우주선 밖에서 다양한 임무를 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기존 우주복과 달리 유연하고 단순하게 설계해 사용자가 움직이기 편하다. 스페이스X는 “EVA 우주복 착용자는 손가락, 어깨, 팔꿈치를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우주복 헬멧은 폴리카보네이트 플라스틱을 사용해 3차원(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했다. 외부는 구리와 인듐, 주석 산화물로 코팅했다. 눈부심 및 김 서림 방지 처리도 돼 있다. 이 밖에 우주복 압력과 온도, 습도 등 다양한 정보를 띄워주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 기능도 도입했다. 스페이스X가 EVA 우주복을 ‘천으로 만든 갑옷’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EVA 우주복은 안전장치, 의복 재질, 관절 부위 설계 등 많은 부분에서 개선됐다. 신발엔 팰컨9 로켓 및 크루 드래건에도 사용된 내열 소재를 적용했다. 압력 변화가 많은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회전 관절을 장착했다. 스페이스X는 “EVA 우주복은 여러 체형에 맞게 개조할 수 있다”며 “인류의 우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신체 유형을 수용할 수 있도록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인류가 다중 행성 생명체로 거듭나려면 앞으로 우주복 수백만 벌을 제조해야 한다는 게 스페이스X의 구상이다. 아이잭먼은 “우리가 만든 우주복을 미래 화성인들이 입을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역사적인 첫 민간 우주유영을 마친 폴라리스 던 대원들은 우주여행 4일째에 스페이스X의 저궤도 인터넷위성 스타링크와 레이저 통신을 시험한다. 마지막 날인 5일째엔 예정된 36가지 실험 중 미처 하지 못한 것을 마저 할 계획이다. 실험은 대부분 인체가 우주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영향을 받는지 알아보는 내용이다. 모든 임무를 마치고 나면 이들을 태운 우주선이 플로리다 앞 대서양 해상으로 돌아온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