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의 유연한 활용을 가로막는 과도한 규제 때문에 서비스업의 고질적인 인력난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기도에 있는 한 느타리버섯 농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최혁 기자
외국인 근로자의 유연한 활용을 가로막는 과도한 규제 때문에 서비스업의 고질적인 인력난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기도에 있는 한 느타리버섯 농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최혁 기자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2일 저녁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고깃집은 회식 모임을 하는 손님들로 붐볐다. 70~80석 규모 식당에선 홀 서빙 직원 3명이 쉴 틈 없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손님은 밀려드는데 서빙 직원은 부족하다 보니 정리가 안 된 테이블이 가득했다. 이 식당은 최근 고용허가제(E-9)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했지만 홀 서빙에는 이 직원을 쓸 수 없다. 현행 규정상 외국인 근로자는 설거지 등 주방보조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서비스업의 고질적인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야심 차게 내세운 외국인 고용허가제 확대 정책이 탁상행정에서 비롯된 과도한 규제 탓에 현장에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대로 활용 못 하는 외국인력

[단독] "주방보조 되고 홀서빙은 안돼"…외국인 쿼터 늘려도 활용 못한다
13일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5년간 정부가 배정한 외국인 E-9 쿼터 35만3000명 중 비자를 발급받아 입국한 외국인은 23만3340명으로 66.1%다. 고용허가제는 서비스업을 비롯해 인력난이 심한 제조업, 조선업, 농축산업, 어업, 건설업 등 6개 부문별로 도입 쿼터를 정부가 정한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는 국내에서 최대 10년간 체류할 수 있다.

쿼터 대비 입국한 외국인력 비율이 60%대에 머문 핵심 원인으로는 서비스업의 활용 부진이 꼽힌다. 고용허가제가 적용되는 6개 부문 중 서비스업을 제외한 나머지 5개는 외국인력 활용이 활발하다. 지난해 쿼터 대비 외국인 입국자 비율을 보면 어업이 103.1%로 쿼터를 초과했다. 특정 부문의 수요가 많을 경우 쿼터의 탄력 배분이 가능하다. 제조업은 89.9%였고, 조선업(83.0%) 건설업(77.0%) 농축산업(61.1%) 순으로 높았다. 반면 서비스업은 15.4%에 불과했다.

올 들어 이달 초까지 서비스업 쿼터 대비 외국인 입국자 비율은 3.5%로 더 저조한 상황이다. 가장 큰 이유로는 현실을 외면한 탁상규제가 꼽힌다. 현행 규정상 식당업에선 외국인 근로자를 주방보조로만 채용할 수 있다.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식당업에 외국인 근로자가 허용된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하려고 했지만 주방보조에만 한정된다고 해서 신청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부터 식당업에 고용허가제 인력을 처음 도입한 정책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외국인력 눈치 보는 호텔

식당업과 함께 올해부터 외국인력 고용이 허용된 호텔·콘도업도 과도한 규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호텔·콘도업도 외국인력 활용 범위가 주방보조와 청소 업무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다른 업종 고용허가제는 기업이 외국인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호텔·콘도업은 인력파견업체와 1 대 1 전속계약을 체결하도록 규제를 받는 점도 문제다. 호텔들이 내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때도 청소업체 등 전문 파견업체와 계약하는 관행을 고려한 조치라지만 외국인 근로자는 1 대 1 전속계약이라는 ‘단서 조항’이 추가로 달려 있다. 숙박업계 관계자는 “파견업체는 사업 구조상 여러 호텔과 계약을 맺어야만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하지만 외국인력을 쓰면 호텔 한 곳과만 계약을 맺어야 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고용허가를 받지 않은 외국인 유학생을 불법 고용하는 업체도 적지 않다. 제주 등 관광산업이 활성화됐지만 서비스 인력이 크게 부족한 지역일수록 특히 심하다는 전언이다.

일부 외국인 직원이 이런 사정을 악용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올초 한 대형호텔에서 일부 외국인 직원이 고객 물품을 분실했지만 호텔은 징계하지 못했다. 같은 국적의 동료 외국인 직원들이 징계하면 집단 퇴사하겠다며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광식/원종환/곽용희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