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무제 에스티팜 대표
성무제 에스티팜 대표
"에스티팜의 첫 신약 후보물질인 바스로파닙(개발명 STP1002)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했다. 그동안 글로벌 제약사들이 많이 시도했지만 위장관계 독성 탓에 사람 대상 임상으로 넘어가지 못했다. 이를 극복해 대장암 병용 치료제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성무제 에스티팜 대표는 1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4)에서 이렇게 말했다. 에스티팜은 이날 바스로파닙의 첫 사람대상 임상시험인 1상 결과를 포스터 발표했다. 등록 환자 25명을 대상으로 투약 안전성을 확인했다.

바스로파닙은 먹는 탄키라제(TAKS) 억제제다. 암 세포 증식에 영향을 주는 윈트(Wnt)·베타-카테닌 신호 체계를 억제해 고형암 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를 먹는 약으로 개발에 성공한 회사는 없다.

이번에 공개한 데이터는 임상 1상시험 결과지만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성 대표는 설명했다. 성 대표는 "독성 없이 사람에게 투여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 병용 투여 물질로 바로 제안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것 대신 글로벌 제약사 신약 병용 전략으로 가기 위해 전임상 단계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했다"며 "이미 시장에 들어와있는 글로벌 제약사 신약에 병용으로 전략을 세우면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유방암이나 폐암으로 이미 시장에 진입한 글로벌 제약사 신약에 바스로파닙을 더해 대장암 분야로 적응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파트너십 전략을 세웠다는 의미다. 성 대표는 "내년께 글로벌 파트너를 찾아 병용 임상 1상 연구를 다시 시작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에스티팜의 신약 개발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의약품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선 독보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2019년 인수한 스페인 비임상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엔비고를 방문한 뒤 ESMO 현장을 찾았다는 성 대표는 "아직 충분치 않다"고 했다. 제2 올리고동을 짓는 등 생산 시설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고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생물보안법이 수주 확대에 도움이 되겠지만 "갈 길이 멀다"고도 했다. 그는 "올리고를 중심으로 공장을 가동 중이었는데 스몰몰리큘(저분자 화합물)이 더해졌다"며 "신규 모달리티로 mRNA, 신약 등이 추가되면 3년 뒤엔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기반을 토대로 "임기 안에 2배 성장 시대를 열겠다"고도 설명했다.

올리고 생산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고민거리다. 성 대표는 "앞으로 올리고 생산쪽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기술력과 한국 특유의 고객 친화력을 토대로 승부를 볼 계획"이라고 했다. 올리고 생산분야에서도 결국 '과학'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했다.

동아소시오그룹 내 신약 개발 동력을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에스티팜 후보물질 중에 동아에스티에서 개발하는 물질과 유사한 물질이 있다"며 "상호 협력해 R&D 역량을 확대해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바르셀로나=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4년 9월 15일 02시 05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