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원 넘는 갤럭시가 어떻게"…中 따돌릴 '비장의 무기' [김채연의 IT말아먹기]
경기침체 등 여파로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B급 제품'을 파는 리퍼(Refurbished) 폰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매년 새롭게 출시되는 스마트폰의 사양이 전작과 비교해 크게 차이가 없는데도 가격은 최대 2000달러가 훌쩍 넘는 등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다. 삼성전자가 경쟁사 애플과 점유율 격차를 벌리는 동시에 저가형 제품으로 물량 공세를 펴는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추격으로부터 달아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형폰보다 리퍼폰이 더 인기' 신흥국

18일 시장조사기관 스페리컬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리퍼폰 시장 규모는 올해 8억1850만 달러(약 1조900억원)에서 10년 후인 2034년에는 25억6400만 달러(약 3조4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평균 12.10%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리퍼폰은 제조사나 판매사가 팔고 있는 스마트폰을 다시 정비해 새 것처럼 파는 제품이다. 구매자의 반품, 전시품, 미세 결함 등의 제품을 다시 검수한 뒤 포장해 판매한다는 점에서 중고폰과는 약간 개념이 다르다. 새 제품과 동일 수준의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정상가의 40~70% 수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다만 제품 상태에 대한 확인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인증된 구매처에서 구매하는 게 중요하다.

리퍼폰 시장이 크는 건 애플, 삼성전자 등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가들의 재료비 인상 등 신규 스마트폰의 출고가가 매년 치솟고 있지만, 하드웨어 사양 업그레이드는 전작과 비슷해 소비자의 구매 욕구도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물가, 경기침체 등 여파로 생활비 지출이 급증하면서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진 영향도 크다.

아시아태평양,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국 시장이 주요 성장 지역으로 꼽힌다. 리퍼폰 신흥국은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으면서도,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매력은 낮지만 저렴한 가격에도 고성능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욕구가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신흥국이 전세계 리퍼폰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평균판매단가(ASP)는 선진국 시장의 거의 3배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2024년은 신흥국 의 리퍼폰 가격이 신형 휴대폰의 글로벌 평균 가격을 상회하는 첫 해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운터포인트 조사 결과 지난해 선진국 시장에서의 리퍼폰 ASP 성장율은 3%에 그친 반면 신흥국 시장에선 9%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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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폰 인기 모델은 아이폰·갤럭시

리퍼폰 시장에서 인기 모델은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전자의 갤럭시다. 두 브랜드 모두 오랜 기간 제품을 출시해와 성능, 품질 측면에서 인정받은데다, 사후 서비스(AS), 제품보증, 수리 등 측면에서도 브랜드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신흥국 시장에서 '스마트폰 최강자' 입지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올들어 신흥국 시장에서 샤오미, 아너 등 중국 기업이 저가형 모델을 잇따라 쏟아내면서 점유율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 리퍼폰 사업에 뛰어든 삼성이 신흥국 중심으로 리퍼폰 사업을 확대한다면 이미지 제고, 점유율 확대 등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캐널리스는 "소비자들은 중고폰 구매시 브랜드의 품질, 신뢰도를 핵심 요소로 고려하고 있고, 삼성전자가 다른 안드로이드 기기보다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