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타트업 vs 중국 국영기업…'꿈의 에너지' 패권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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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올트먼 투자 '헬리온에너지'와
MIT의 '커먼웰스 퓨전시스템'
핵융합 상용화 가장 앞서나가
中, 핵융합발전컨소시엄 꾸려
박사급 美의 10배…투자도 두 배
MIT의 '커먼웰스 퓨전시스템'
핵융합 상용화 가장 앞서나가
中, 핵융합발전컨소시엄 꾸려
박사급 美의 10배…투자도 두 배
미국과 중국이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발전을 상용화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민간 영역에서는 빅테크 수장들의 막대한 투자를 등에 업은 미국 스타트업들이 앞서고 있지만 학계·국영기업을 동원해 국가 차원의 지원을 퍼붓고 있는 중국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융합 발전은 두 개의 원자핵이 충돌해 하나로 합쳐지는 ‘핵융합’ 반응으로 에너지를 생성하는 기술이다. 태양의 에너지 생성 원리와 같아 인공 태양으로 불린다. 원자핵 하나가 두 개의 가벼운 원자핵으로 분열돼 에너지를 만드는 ‘핵분열’과 달리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고 사고 위험도 작아 ‘꿈의 에너지’로 평가받는다.
다만 중수소·삼중수소를 1억℃ 이상으로 가열해 300초 이상을 유지해야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만큼 상용화까지 풀어야 할 기술적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현재까지 세계 최대 핵융합 발전량 기록은 영국핵융합에너지청(UKAEA)의 핵융합연구장치 제트(JET)가 세운 69메가줄(MJ)이다. 이는 욕조 4~5개를 데울 수 있는 양이다.
현재 상용화에 가장 앞서 있는 기업은 오픈AI 창업자 샘 올트먼이 투자한 ‘헬리온에너지’, 빌게이츠와 제프 베이조스가 지원하는 ‘커먼웰스퓨전시스템’이 꼽힌다.
헬리온에너지는 2028년까지 세계 최초의 핵융합 발전소를 건설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에 에너지를 공급할 계획이다. 예정된 발전 규모는 50메가와트(㎿)로 일반 천연가스 발전소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계획이 실현될 경우 핵융합발전이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
헬리온에너지는 2021년 여섯번째 프로토타입 핵융합발전장치 트렌타를 이용해 헬륨 연료를 1억℃까지 가열하는 데 성공했다. 헬리온에너지의 가능성을 높게 본 올트먼, 피터 틸, 리드 호프만 등의 투자를 끌어내며 현재까지 총 5억7000만달러(약 7600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단일 핵분열 발전기업으로 최대 투자 규모다.
2018년 메사추세츠공대(MIT) 연구자들이 독립해 만든 기업 커먼웰스퓨전시스템은 자사 발전기가 에너지 투입량보다 산출량이 큰 ‘순 에너지’ 상태를 달성했다고 지난 3월 발표했다. 2021년 실험에 대한 동료 평가를 거친 것으로, 미국 로런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LLNL)보다 1년 빨리 순에너지 생산에 성공했다.
앞서 일부 핵융합발전 기업들이 1억℃가 넘는 초고온 플라즈마 상태를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순에너지 생산에는 실패했다. 초고온 플라즈마 상태를 유지하는 데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데니스 와이트 MIT 플라즈마과학·핵융합 센터장은 순에너지 생산을 “지난 30년간의 핵융합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성취”라고 평가했다. 커먼웰스퓨전시스템은 2030년 중반 최초의 상업용 핵융합발전소를 가동할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말 중국핵공업그룹(CNNC) 중심으로 25개 기업과 대학으로 구성된 핵융합발전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중국은 24시간 3교대 근무시스템으로 핵융합 프로젝트를 연구하고 있고, 핵융합 관련 박사 학위 보유자가 미국의 10배가 넘는다고 WSJ는 보도했다. 정부 투자 규모도 미국을 훌쩍 뛰어넘는다. 미국 에너지부(DOE) 핵융합에너지과학국 부국장에 따르면 중국은 핵융합 연구에 매년 15억달러(약 2조원)가량을 투자하고 있다. 미국 투자 규모의 2배 수준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3월 FIA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은 “기술 발명은 대부분 미국이 주도했지만 제조는 태양광처럼 중국이 앞서 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민간 기업들도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상하이에 위치한 핵융합발전 스타트업 에너지싱귤래리티는 2027년까지 차세대 핵융합 발전장치 훙황(HH)170을 개발하기 위해 5억달러를 조달한다고 밝혔다. 상용화 시점은 2035년으로 제시했다.
2021년 설립된 에너지싱귤래리티는 1억1000만달러를 조달해 지난 6월 첫 번째 토카막인 HH70을 개발했다. 토카막은 플라즈마 상태의 연료를 가둬두는 도넛 모양의 장치다. 에너지싱귤래리티는 세계 최초로 고온 초전도 자석을 이용한 플라스마 방전에 성공했다.
예유밍 에너지싱귤래리티 공동창업자는 “우리는 자재, 인력 등 모든 면에서 (미국보다) 비용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같은 종류의 기계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미국에서 만드는 것보다 최소 50% 이상 저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싱귤래리티는 HH70 재료의 약 95%를 중국 현지에서 조달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올트먼·베이조스도 베팅
18일 핵융합산업협회(FIA)에 따르면 국가별 핵융합 기업 수는 미국이 25개로 압도적으로 많다. 중국과 영국, 독일, 일본이 각 3개, 스위스가 2개 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캐나다·이스라엘·이탈리아·프랑스·스웨덴·호주·뉴질랜드도 각 1개의 민간기업이 핵융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핵융합 발전은 두 개의 원자핵이 충돌해 하나로 합쳐지는 ‘핵융합’ 반응으로 에너지를 생성하는 기술이다. 태양의 에너지 생성 원리와 같아 인공 태양으로 불린다. 원자핵 하나가 두 개의 가벼운 원자핵으로 분열돼 에너지를 만드는 ‘핵분열’과 달리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고 사고 위험도 작아 ‘꿈의 에너지’로 평가받는다.
다만 중수소·삼중수소를 1억℃ 이상으로 가열해 300초 이상을 유지해야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만큼 상용화까지 풀어야 할 기술적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현재까지 세계 최대 핵융합 발전량 기록은 영국핵융합에너지청(UKAEA)의 핵융합연구장치 제트(JET)가 세운 69메가줄(MJ)이다. 이는 욕조 4~5개를 데울 수 있는 양이다.
현재 상용화에 가장 앞서 있는 기업은 오픈AI 창업자 샘 올트먼이 투자한 ‘헬리온에너지’, 빌게이츠와 제프 베이조스가 지원하는 ‘커먼웰스퓨전시스템’이 꼽힌다.
헬리온에너지는 2028년까지 세계 최초의 핵융합 발전소를 건설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에 에너지를 공급할 계획이다. 예정된 발전 규모는 50메가와트(㎿)로 일반 천연가스 발전소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계획이 실현될 경우 핵융합발전이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
헬리온에너지는 2021년 여섯번째 프로토타입 핵융합발전장치 트렌타를 이용해 헬륨 연료를 1억℃까지 가열하는 데 성공했다. 헬리온에너지의 가능성을 높게 본 올트먼, 피터 틸, 리드 호프만 등의 투자를 끌어내며 현재까지 총 5억7000만달러(약 7600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단일 핵분열 발전기업으로 최대 투자 규모다.
2018년 메사추세츠공대(MIT) 연구자들이 독립해 만든 기업 커먼웰스퓨전시스템은 자사 발전기가 에너지 투입량보다 산출량이 큰 ‘순 에너지’ 상태를 달성했다고 지난 3월 발표했다. 2021년 실험에 대한 동료 평가를 거친 것으로, 미국 로런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LLNL)보다 1년 빨리 순에너지 생산에 성공했다.
앞서 일부 핵융합발전 기업들이 1억℃가 넘는 초고온 플라즈마 상태를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순에너지 생산에는 실패했다. 초고온 플라즈마 상태를 유지하는 데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데니스 와이트 MIT 플라즈마과학·핵융합 센터장은 순에너지 생산을 “지난 30년간의 핵융합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성취”라고 평가했다. 커먼웰스퓨전시스템은 2030년 중반 최초의 상업용 핵융합발전소를 가동할 계획이다.
“中 정부 투자 규모 미국의 2배”
중국 역시 핵융합발전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고 인력을 동원하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말 중국핵공업그룹(CNNC) 중심으로 25개 기업과 대학으로 구성된 핵융합발전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중국은 24시간 3교대 근무시스템으로 핵융합 프로젝트를 연구하고 있고, 핵융합 관련 박사 학위 보유자가 미국의 10배가 넘는다고 WSJ는 보도했다. 정부 투자 규모도 미국을 훌쩍 뛰어넘는다. 미국 에너지부(DOE) 핵융합에너지과학국 부국장에 따르면 중국은 핵융합 연구에 매년 15억달러(약 2조원)가량을 투자하고 있다. 미국 투자 규모의 2배 수준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3월 FIA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은 “기술 발명은 대부분 미국이 주도했지만 제조는 태양광처럼 중국이 앞서 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민간 기업들도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상하이에 위치한 핵융합발전 스타트업 에너지싱귤래리티는 2027년까지 차세대 핵융합 발전장치 훙황(HH)170을 개발하기 위해 5억달러를 조달한다고 밝혔다. 상용화 시점은 2035년으로 제시했다.
2021년 설립된 에너지싱귤래리티는 1억1000만달러를 조달해 지난 6월 첫 번째 토카막인 HH70을 개발했다. 토카막은 플라즈마 상태의 연료를 가둬두는 도넛 모양의 장치다. 에너지싱귤래리티는 세계 최초로 고온 초전도 자석을 이용한 플라스마 방전에 성공했다.
예유밍 에너지싱귤래리티 공동창업자는 “우리는 자재, 인력 등 모든 면에서 (미국보다) 비용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같은 종류의 기계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미국에서 만드는 것보다 최소 50% 이상 저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싱귤래리티는 HH70 재료의 약 95%를 중국 현지에서 조달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