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로보락 등 중국이 점령한 로봇청소기 시장을 되찾기 위해 반격에 나섰다. 중국 제품의 문제로 꼽히는 물걸레 악취를 없애는 건조 기술을 적용하는가 하면, 집안에서 사람이 쓰러지면 로봇청소기가 구조대에 연락하는 똑똑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로청은 중국이 최고?"…반격 나선 삼성·LG '승부수' 정체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 청소기에 오는 4분기 긴급 구조 서비스 기능을 적용하기로 했다. 가족 중 누가 쓰러지면 로봇청소기가 이 사실을 가족에 알리고, 보안업체에 출동 요청까지 하는 서비스다. 삼성은 지난 4월 출시한 이 제품으로 로보락 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여러 기능을 추가로 제공하고 있다.

이 제품은 반려동물의 움직임을 인식할 뿐 아니라 집주인이 외출하면 집안 상황을 점검해준다. 강력한 살균 기능도 강점이다. 비스포크 AI 스팀은 고온 물걸레 세척, 물걸레 스팀 살균, 열풍 물걸레 건조 등 3단계로 물걸레를 관리한다. 100도에 이르는 스팀 살균은 대장균 등 각종 세균을 99.99% 없앤다.

LG전자도 지난달 ‘LG 로보킹 AI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출시했다. 직배수관을 연결해 물걸레 세척에 필요한 물을 알아서 비우고 물걸레를 열풍 건조한다. 이용자가 청소 시작 버튼을 누르거나 예약 설정을 해두면 먼지 흡입과 물걸레 청소부터 물걸레 세척, 건조까지 모든 작업을 스스로 한다.

삼성과 LG가 소프트웨어와 위생에 집중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중국 제품과 하드웨어로 승부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의 46.5%(올 상반기 기준)를 가져간 로보락은 이달 초 4㎝ 방지턱을 넘는 신제품을 선보였다. 삼성과 LG 제품은 최대 2㎝ 방지턱까지 넘을 수 있다.

방지턱 통과 기술은 로봇청소기의 상품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두꺼운 카펫 사용이 보편화된 유럽과 미국에서는 방지턱을 잘 넘어야 청소 반경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모서리에 다다르면 로봇팔이 나와 쓸고 닦는 기술, 비좁은 가구 틈으로 들어갈 때 몸을 낮추는 기술도 아직 국내 제품에는 없다.

삼성과 LG는 중국의 하드웨어 기술을 최대한 빨리 따라잡는 동시에 각종 편의 서비스를 통해 차별화에 나설 계획이다. 로봇청소기만 만드는 로보락과 달리 삼성과 LG는 다른 가전제품과 연계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외출 일정이 있으면 로봇청소기가 알람을 해주는 것도 가능하다.

로봇청소기는 성장이 정체된 가전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퓨처마켓인사이츠에 따르면 세계 로봇청소기 시장은 올해 46억1110만달러(약 6조1400억원)에서 2033년 147억7400만달러(약 19조6500억원)로 연평균 12%씩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