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한 투자 상품 ‘로보어드바이저(RA)’로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가 시행된다. 추석 연휴 이후 사업자 모집 공고를 낸 뒤 연말께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국내 퇴직연금 최초로 성과보수와 투자일임 상품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 주목된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퇴직연금 내 RA 상품 도입에 대한 규제 샌드박스’ 시행 계획을 추석 연휴 직후 공고할 예정이다. 도입 대상 퇴직연금은 IRP이며 확정기여형(DC)은 포함되지 않는다.

RA는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일임은 운용사가 투자자의 계좌에 접속해 금융상품을 사고팔며 수익을 내는 서비스다. 투자자 입장에서 일임의 효용성은 펀드와 비슷하지만, 운용사로선 최소 설립 자본금 기준 등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다. RA 운용사는 벤처기업이 많아 관련 상품은 펀드보다 일임으로 많이 만들어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원회는 IRP 내 RA의 수수료 부과 방식을 운용사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며 “정률보수와 성과보수 상품이 모두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정률보수는 투자 수익률이 얼마인지와 관계없이 운용사가 가입자에게 일정한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손실을 봐도 투자자는 수수료를 내야 한다. 현재 퇴직연금 상품은 모두 이 방식으로 운용된다.

성과보수는 수익이 날 때만 운용사가 수익금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가져간다. 운용사들은 ‘수익이 언제 얼마나 생길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방식을 선호하지 않아 국내에는 퇴직연금 성과보수 상품이 없다. 이번에 도입되면 국내 첫 사례가 된다.

금융위는 이번 규제 샌드박스에서 IRP의 RA 투자 한도를 연간 1800만원으로 설정할 계획이다. 시범 시행인 만큼 금액 제한을 둬 혹시나 생길지 모를 부작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람이 운용하는 펀드나 일임은 매수할 종목을 선정하는 데 투자심리 등을 활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며 “RA는 이런 것까지 두루 활용하기 때문에 새로운 퇴직연금 상품이 도입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