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사업부(IFS)를 분사하기로 했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자를 유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일각에서 제기된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매각이 아니란 점에서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텔, 파운드리 분사 최종 결정…매각 기대했던 삼성엔 '악재'
인텔은 지난 16일 “IFS를 분사한다”고 발표했다. 올해부터 IFS에 대해 별도 실적을 공개했는데 완전히 분리해 자회사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인텔은 IFS의 IPO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선 인텔의 파운드리 매각설을 제기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가 인텔에 파운드리 사업 분리·매각을 권했지만, 그 수준까지 이르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리 분사 소식에 인텔 주가는 16일 6.36% 오른 데 이어 17일 2.68% 상승했다.

인텔이 포기 대신 도전을 선택한 배경으론 자국 반도체 육성에 적극적인 미국 정부와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의 전략적 판단이 꼽힌다. 겔싱어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200억달러(약 27조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기로 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 왔다. 지난 2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연 파운드리 행사에선 1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 로드맵을 공개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를 고객사로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인텔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인공지능(AI) 맞춤형 칩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인텔 지원에 적극적이다. 애리조나 공장 지원금 명목으로 총 200억달러(약 26조6400억원)의 보조금과 대출을 제공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인텔은 이날 미국 국방부로부터 최대 30억달러를 추가로 지원받는다고 발표했다. 군사용 반도체 개발·생산 프로젝트를 수주한 데 따른 것이다.

인텔의 행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자국 반도체 기업 육성에 적극적인 미국 정부의 압박에 엔비디아, AMD 등이 인텔에 물량을 맡길 가능성을 내비치는 건 호재다. 신중론도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인텔이 AWS와 오랜 협력 관계를 유지한 만큼 물량 수주는 완전히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고 평가절하했다. 일각에선 파운드리 사업을 분리한 뒤 매각한 AMD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당장 삼성전자에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수년간 7㎚ 이하 첨단 공정에서 TSMC의 유일한 대안으로 평가됐다. 인텔이 파운드리 육성 의지를 보인 만큼 고객 확보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