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화의 매트릭스로 보는 세상] 한반도 관세동맹, 유로체제와 EEC의 교훈을 담다
한반도는 1945년 이래 분단을 지속하고 있다. 정신적, 물질적으로 남북은 이미 상당한 정도 분리돼 있다. 끊어진 고리를 이어야 한다. 부작용이 가장 적은 방법은 무엇일까? 점진적이며 가장 빠르면서 부작용이 적은 길은 바로 ‘한반도 관세동맹’의 체결이다. 한반도 관세동맹은 남북한 간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통일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경제 정책이다. 이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유로체제(Eurozone)와 유럽경제공동체(EEC)의 역사적 사례가 중요한 참고 자료로 떠오르고 있다.

유로체제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단일 통화를 사용하고 경제 정책을 조율하는 체제로, 유럽경제공동체(EEC)가 발전해온 결과물이다. EEC는 1957년 로마 조약에 의해 설립돼 회원국 간 자유 무역을 촉진하고 관세 장벽을 철폐함으로써 공동 시장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러한 EEC는 각 회원국이 독자적 통화를 유지하면서도 관세동맹과 공동의 경제 정책을 추진하여 경제적 결속을 강화해왔다. 이후 유로체제로의 발전은 통화 통합과 경제 정책의 추가적인 조율을 통해 유럽의 단일 경제 공간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반도 관세동맹의 개념은 이러한 유럽의 경험을 바탕으로, 남북한이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실용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남북한이 서로 다른 경제 체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교역 및 경제 협력을 촉진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고자 한다.

남북한내 자유교역지대 지정

우선적으로 남북한 내 일부 지역을 자유교역지대로 지정해 시범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EEC 초기의 '관세 철폐'와 유사한 개념으로, 특정 지역에서 자유로운 교역을 통해 경제 협력의 효과를 검증하고 확장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관세 및 검역 면제

남북한 간 관세와 검역 절차를 완화 또는 면제해 무역을 원활하게 한다. 이는 EEC가 추구했던 '관세동맹'과 궤를 같이하며 남북한 경제 활동의 활발한 교류를 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자의 자유로운 이동


남북한 간 물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함으로써 경제적 상호 의존도를 높인다. 이는 유럽이 공동 시장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긴 요소로, 남북한 경제 협력을 촉진하는 핵심 방안이 될 것이다.

공동 수출입 제도

한반도 관세동맹은 대외 무역에서도 협력을 강화한다. EEC가 대외 무역 정책을 조율하여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했던 것처럼, 남북한도 공동의 수출입 제도를 통해 대외 경제 관계를 조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FTA와 통화 고정환율


남한이 체결한 FTA에 북한을 포함시키고, 남북 간 통화의 고정환율 제도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이는 유로체제에서 통화 통합이 경제적 안정과 무역 활성화에 기여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통일 이후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한반도 관세동맹은 유럽의 경제 통합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남북한 현실에 맞는 경제 협력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유럽은 EEC를 통해 국가 간 경제 협력의 중요성을 입증했고, 이를 토대로 유로체제를 구축하여 단일 경제 공간을 실현했다. 한반도 관세동맹은 이와 같은 과정을 점진적으로 구현하며, 남북한 경제의 동반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계단삼아 ‘한반도 경제공동체’로 발전하고, 궁극적인 정치, 문화적 통일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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