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 "예술은 비교하다보면 본질 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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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이틀 앞서 한국팬 80여명 만나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시작으로 전국 순회
80세 고령에도 세계 누비는 거장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시작으로 전국 순회
80세 고령에도 세계 누비는 거장
"음악가들은 커리어와 예술을 동일시하는 걸 주의해야합니다. 예술은 인간을 넘어선 영적인 것, 신성한 것을 추구하는 행위이기에 독립적으로 존재해야 해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80)가 한국에서 열릴 전국 순회 리사이틀에 앞서 18일 서울 강남구 풍월당에 들러 한국팬 80여명과 만났다. 그의 오랜 팬이자 풍월당의 운영자인 박종호 대표가 마련한 자리였다. 연주는 없었지만 피레스는 자신의 음악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관객과 나눴다. 연주자로서 커리어의 시작을 콩쿠르 우승으로 보는 음악계의 관행에 대해 따끔한 일침도 해가면서. “연주자의 음악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저울질하는 것은 예술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어쩌면 그런 의견은 자신의 음악적 행보가 콩쿠르 출전에 의미를 두기도 전부터 시작됐기에 가능할지도 모른다. 1944년생인 그는 만 3세에 연주를 시작해 7세에 모차르트 협주곡을 공연했고, 9세에 포르투갈의 '권위있는 젊은 음악가상'을 받은 신동이었다. 이른 나이부터 예술가의 삶에 투신하면서 일찍이 연주자로서 꽃을 피웠다. 특히 모차르트 음악 연주의 대가로 꼽힌다.
피레스는 여전히 자신이 모차르트 음악에 끌리는 이유에 대해 "모차르트의 음악에는 기쁨과 눈물, 고통과 환희가 한 곡에서 모두 나타나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슈베르트의 곡은 슬픔을 받아들이고 전체 곡의 분위기가 슬픔으로 치닫는 반면, 모차르트는 한 곡에서 여러가지 감정이 섞여 응축된 폭발력을 갖는다. "스스로는 모차르트 전문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음악은 음악일 뿐이고, 저는 다양한 작곡가들의 음악을 연주하죠. 실제로 독일에 유학하던 시절(1961년부터 7년간)에는 베토벤을 공부하느라 모차르트 곡은 한 번도 안 쳤어요(웃음)." 피레스는 여든에 이르기까지 슈베르트, 쇼팽, 슈만, 드뷔시의 곡도 깊이 있게 연주해왔다. 덕분에 세계 곳곳의 클래식 팬들이 그를 사랑한다. 수없이 연주회를 가졌을 세계적 거장이지만 겸손했다. 리사이틀이 자신만의 무대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피레스는 "연주라는 행위는 작곡가, 지휘자, 그리고 같은 공간 안에 있는 청중들과의 대화"라며 "연주회에서 연주자가 '자신이 무언가를 한다'고 생각하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아노 협주가 들어가기 전 그는 오케스트라의 음악을 듣고, 청중의 반응을 살핀다.
수수한 외모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피레스가 무대에 오를 때 모습도 이날의 착장과 별 차이가 없다. 짧은 머리칼과 화장기 없는 맨 얼굴에 드레스 대신 면 소재의 편안한 옷과 단화를 신는다. 그는 "의상은 존재를 표현하는 방식이며 나는 최대한 단순함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레스는 연주자로서 쌓은 업적도 훌륭하지만, 예술 교육자로서도 수십년 헌신했다. 고령에다 장시간 비행으로 컨디션이 좋아보이지 않았지만 예술 교육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눈동자가 유난히 반짝였다. 그의 이야기는 점점 길어졌고 동시에 생기가 넘쳤다.
"예술이 삶과 공동체에 긍정적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어요. 1999년 제 고향인 포르투갈에 벨가이스 예술연구센터를 설립해 음악가와 음악 애호가를 위한 정기 워크숍을 지금도 이어오고 있습니다." 2012년, 피레스는 어려운 환경의 아동이 참여하는 '파르티투라 합창단' 프로젝트와 워크숍도 병행하고 있다.
교육에 대해 ‘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을 가르친다’는 생각은 지양해야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세계적인 거장임에도 마스터 클래스(대가들의 공개 강좌)를 열지 않는 것도 그래서다. “대체 누가 마스터라고 규정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 기준에 따라 정해진 마스터, 피교육자라는 위치에 찬성하지 않아요. 진정한 교육은 좋은 관계에서 나옵니다. 저는 레슨할 때도 ‘함께 좋은 소리를 만들어보자’고 접근해요.” 마리아 조앙 피레스는 오는 2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을 시작해 21일 아트센터인천, 26일 대전 예술의전당, 27일 대구 콘서트하우스, 29일 서울 강동아트센터까지 한국 곳곳을 찾아 모차르트·쇼팽 등의 명곡을 들려준다. 잠시 대만에 건너갔다가 10월 26일 다시 한국을 찾아 경기도 성남아트센터에서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 슈베르트 연가곡집 '겨울 나그네'도 선보인다.
이해원 기자
피레스는 여전히 자신이 모차르트 음악에 끌리는 이유에 대해 "모차르트의 음악에는 기쁨과 눈물, 고통과 환희가 한 곡에서 모두 나타나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슈베르트의 곡은 슬픔을 받아들이고 전체 곡의 분위기가 슬픔으로 치닫는 반면, 모차르트는 한 곡에서 여러가지 감정이 섞여 응축된 폭발력을 갖는다. "스스로는 모차르트 전문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음악은 음악일 뿐이고, 저는 다양한 작곡가들의 음악을 연주하죠. 실제로 독일에 유학하던 시절(1961년부터 7년간)에는 베토벤을 공부하느라 모차르트 곡은 한 번도 안 쳤어요(웃음)." 피레스는 여든에 이르기까지 슈베르트, 쇼팽, 슈만, 드뷔시의 곡도 깊이 있게 연주해왔다. 덕분에 세계 곳곳의 클래식 팬들이 그를 사랑한다. 수없이 연주회를 가졌을 세계적 거장이지만 겸손했다. 리사이틀이 자신만의 무대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피레스는 "연주라는 행위는 작곡가, 지휘자, 그리고 같은 공간 안에 있는 청중들과의 대화"라며 "연주회에서 연주자가 '자신이 무언가를 한다'고 생각하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아노 협주가 들어가기 전 그는 오케스트라의 음악을 듣고, 청중의 반응을 살핀다.
수수한 외모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피레스가 무대에 오를 때 모습도 이날의 착장과 별 차이가 없다. 짧은 머리칼과 화장기 없는 맨 얼굴에 드레스 대신 면 소재의 편안한 옷과 단화를 신는다. 그는 "의상은 존재를 표현하는 방식이며 나는 최대한 단순함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레스는 연주자로서 쌓은 업적도 훌륭하지만, 예술 교육자로서도 수십년 헌신했다. 고령에다 장시간 비행으로 컨디션이 좋아보이지 않았지만 예술 교육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눈동자가 유난히 반짝였다. 그의 이야기는 점점 길어졌고 동시에 생기가 넘쳤다.
"예술이 삶과 공동체에 긍정적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어요. 1999년 제 고향인 포르투갈에 벨가이스 예술연구센터를 설립해 음악가와 음악 애호가를 위한 정기 워크숍을 지금도 이어오고 있습니다." 2012년, 피레스는 어려운 환경의 아동이 참여하는 '파르티투라 합창단' 프로젝트와 워크숍도 병행하고 있다.
교육에 대해 ‘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을 가르친다’는 생각은 지양해야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세계적인 거장임에도 마스터 클래스(대가들의 공개 강좌)를 열지 않는 것도 그래서다. “대체 누가 마스터라고 규정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 기준에 따라 정해진 마스터, 피교육자라는 위치에 찬성하지 않아요. 진정한 교육은 좋은 관계에서 나옵니다. 저는 레슨할 때도 ‘함께 좋은 소리를 만들어보자’고 접근해요.” 마리아 조앙 피레스는 오는 2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을 시작해 21일 아트센터인천, 26일 대전 예술의전당, 27일 대구 콘서트하우스, 29일 서울 강동아트센터까지 한국 곳곳을 찾아 모차르트·쇼팽 등의 명곡을 들려준다. 잠시 대만에 건너갔다가 10월 26일 다시 한국을 찾아 경기도 성남아트센터에서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 슈베르트 연가곡집 '겨울 나그네'도 선보인다.
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