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혀진 한·미 금리차…"한국도 금리인하 가시권" [강진규의 BOK워치]
미국 중앙은행(Fed)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 컷'에 나서면서 한국과의 금리차가 1.5%포인트로 좁혀졌다. 지난해 5월 1.75%포인트로 벌어진 이후 1년4개월만이다. 미국의 금리가 큰 폭으로 내리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도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19일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FOMC 결과가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점검했다. Fed는 18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기존 연 5.25~5.5%에서 연 4.75~5.0%로 인하했다. 2022년 3월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된 이후 30개월만에 금리 인하로 '피벗'했다.

한은은 이번 회의 결과에 관해 "Fed는 정책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면서, 경제전망에서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낮추고 실업률 예상치를 높였다"며 "정책금리 전망치도 시장 예상과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Fed의 경제전망을 보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2.1%에서 2.0%로, 개인소비지출(PCE) 지수는 2.6%에서 2.3%로 전망치를 각각 낮췄다. 반면 실업률은 4.0%에서 4.4%로 예상치를 높였다. 정책금리 전망은 올해말 5.1%에서 4.4%로, 내년말 4.1%에서 3.4%로 하향 조정됐다.

한은은 빅 컷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이란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한은은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이 향후 금리인하 속도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이 매파적으로 평가됐다"며 "국채금리가 오르고, 미 달러화는 보합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금리를 큰 폭으로 내리면서 연 3.50%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과의 금리 격차는 2.0%포인트에서 1.5%포인트로 좁혀졌다. 지난 2023년 5월 FOMC에서 금리를 연 4.50~4.5%에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금리차가 1.75%포인트로 벌어진 이후 1년4개월만에 격차를 좁혔다.

미국이 빅 컷을 단행하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이날 회의에서 "미국 통화정책의 피벗이 시작돼 외환시장의 변동성 완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국내 경기·물가 및 금융안정 여건에 집중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선 한은의 금리 인하가 오는 10월 금통위에서 시작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물가상승률은 이미 2%대로 하향 안정화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물가만 보면 금리를 내릴 여건이 됐다"고 평가할 정도다. 성장은 다소 완만하게 증가 흐름이지만 수출 호조와 달리 내수는 부진한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좌우하는 미국이 한국보다 먼저 금리를 큰 폭으로 내리면서 한국이 금리를 이어 내리더라도 변동성이 확대될 위험이 줄었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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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인하의 시점뿐 아니라 속도가 중요하다"고 밝힌 것도 10월 인하설을 뒷받침한다는 평가다. 한은이 10월에 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후 연 3.25%의 금리를 내년까지 가져가는 시나리오가 언급된다.

문제는 여전히 잡히지 않고 있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확대 흐름이다. 9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가 시작되면서 대출이 다소 둔화됐지만 7~8월 주택 매매 계약을 한 경우 잔금 대출이 9~11월에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한은이 가계부채 문제를 강조한만큼 10월 금통위 전에 대출 감소세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을 경우 금리 인하 시점을 다소 미룰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